‘1순위 신인’ 박지수(19, KB스타즈)가 이종현(23, 모비스)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
올 시즌 한국남녀농구에는 향후 한국농구 10년 이상을 책임질 대들보들이 동시에 등장했다. 이종현과 박지수가 그들이다. 이들은 나란히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했다. 챔프전 3연패 뒤에도 덤덤했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이종현을 뽑았을 때 쾌재를 불렀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좋은 나머지 무대에서 절까지 했다.
이종현과 박지수 모두 국가대표 센터로 어린 나이에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들. 이종현은 2014 스페인 농구월드컵에서 블록슛 1위에 올랐다. 그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면제의 특혜까지 받았다. 박지수는 2016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리바운드 1위에 오르며 가치를 증명했다.

대형신인들의 프로무대 적응기가 녹록치 않다. 이종현은 발등부상 때문에, 박지수는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참가로 데뷔가 늦어졌다. 시즌 도중 갑자기 투입되다보니 선배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두 선수는 데뷔전에서 나란히 리그최강팀과 상대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박지수는 지난 12월 17일 우리은행을 상대로 데뷔했다. 높이는 좋았지만 공격은 턱없이 부족했다. KB스타즈는 41-59로 대패를 당했다.
데뷔전 4득점, 10리바운드, 2블록슛, 1스틸로 활약한 박지수는 경기 후 눈물을 보였다. 자기 경기에 만족하지 못해서다. 박지수는 “핑계 아닌 핑계지만 훈련한지 4일 정도 밖에 안 됐다. 언니들과 호흡이 안 맞았다. 뭘 해야할지 몰랐다. 자신 있게 플레이를 못했다. 언니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종현도 마찬가지였다. 데뷔전 상대가 하필 전반기 1위 삼성이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 마이클 크레익, 김준일, 문태영을 보유한 삼성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이종현은 1쿼터 중반 투입됐지만 라틀리프와 상대하며 무력감을 맛봤다. 크레익을 찍었지만 호되게 당하기도 했다. 4쿼터 중반 김준일을 상대로 겨우 첫 골을 신고했다. 하지만 김준일에게 무려 22점을 줬다. 이종현은 2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 1블록슛으로 경기를 마쳤다. 모비스는 71-87로 크게 졌다.
경기 후 이종현은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다음에는 좀 더 좋은 경기를 하겠다. 나도 높이에서 자신 있다. 감독님이 잘 지도해주시면 좋아질 것”이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경복고와 고려대를 거치며 늘 최고였던 그로서는 굴욕적인 패배였다. 최준용, 이승현 등 호화멤버들과 뛰면서도 늘 중심은 이종현이었다. 하지만 프로에서 더 잘하는 양동근, 함지훈, 찰스 로드 등 형들에게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이종현과 박지수의 공통점은 또 있다. 신장의 이점을 활용한 리바운드와 블록슛은 합격점이다. 다만 공격기술이 없어 1대1 득점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유재학 감독은 “종현이가 대학때까지 주로 받아먹는 득점만 했다. 포스트업을 할 줄 아는 선수는 아니다. 프로에서는 센터도 슛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충고했다”고 밝혔다. 데뷔전서 이종현은 야투 1/6에 그쳤다.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미들슛을 시도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박지수도 똑같은 소리를 듣고 있다. 높이를 활용한 득점 말고는 공격루트가 적다. 박지수는 데뷔 후 10경기서 8.7점, 9.5리바운드, 2블록슛, 2.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리바운드와 블록슛은 리그 최상급이다. 다만 득점은 리그를 좌지우지할 수준은 아니다. 박지수 데뷔 후 KB스타즈는 3승 8패로 부진하다. ‘박지수만 오면 달라진다’던 팀 성적도 꼴찌 그대로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이종현의 데뷔전을 봤다. 신인 선수가 갑자기 팀에 들어와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박지수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요새 지수가 적극성을 띄면서 좋아졌다”고 바라봤다.
프로에서 11경기를 치르며 박지수는 하루게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26일 KEB하나전에서 박지수는 8점, 9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활약했다. 승부처였던 4쿼터 막판 연속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낸 장면은 인상적. 박지수는 외국선수 쏜튼을 2회 연속 블록해 승리를 사수했다. 자신감을 얻은 박지수는 공격에서도 중거리 점프슛을 꽂았다.
경기 후 박지수는 “드래프트에 나오기 전부터 언론에서 ‘내가 가는 팀은 어떻다’는 말이 나왔다. 그게 아니니까.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데 속상했다. 농구를 어떻게 해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연패를 하면서 앞으로 농구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박지수는 이미 국내선수 더블더블 1위에 오르는 등 최정상급 빅맨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는 “더블더블은 당연히 생각이 있다. 하는 경기마다 잘되는 경기가 많았다. 경기 전에도 항상 공격을 다부지게 하려 한다. 감독님이 내가 농구를 너무 착하게 한다고 하신다. 이제 적극적으로 공격욕심도 내려고 한다. 리바운드는 모두가 내게 원하는 부분”이라며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경기 막판 박지수는 외국선수 쏜튼을 2회 연속 찍었다. 안덕수 감독은 “박지수가 블록슛 타이밍을 타고 났다”며 칭찬을 했다. 박지수는 “짜릿했다. 두 번 찍을 때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블록슛은 그냥 저절로 몸이 가는 것 같다. 항상 타이밍이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타이밍은 가르칠 수 없고, 내가 깨우쳐야 한다. 나만의 강점”이라고 자신했다.

프로에 적응하며 ‘외국선수 공포감’도 해소한 박지수다. 그는 “이제 외국선수를 상대해도 불안감은 없다. 대표팀에 가서 외국선수와 많이 했다. 처음 대표팀에서 뛸 때는 흑인선수가 부담스러웠다. 탄력도 좋아 꺼렸다. 하다 보니 ‘저 선수도 피부만 까맣고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더라. 다는 못 찍어도 한 두 개는 (내 손에) 걸릴 수 있다”며 노하우를 공개했다.
박지수도 이종현의 프로 데뷔전을 봤단다. 박지수는 “종현이 오빠가 첫 골 넣을 때부터 봤다. 그게 첫 골인지 몰랐다. ‘많이 넣었겠지’했다. 첫 골이라서 ‘어떡해!’했다. 뭔가 공감이 됐다. 종현이 오빠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본인도 (데뷔전이라) 기대했을 텐데 심정이 이해가 갔다. 마음이 아팠다”며 이종현을 위로했다.
박지수는 “종현이 오빠도 팀에 합류한지 얼마 안됐다. 모비스 선수들과도 어떻게 보면 처음 맞춰보는 것이다. 저랑 성영언니처럼 맞추면 잘할 것이다. 양동근 선수가 워낙 뛰어나시니 잘할 것”이라며 오빠를 응원했다.
박지수처럼 이종현 역시 코트적응을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료들과 손발이 맞아가며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신인은 신인이다. 이들의 프로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청주=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