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대한항공, 매직넘버 점등 시작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2.10 06: 02

“아직 8경기가 남았다. 8경기에 걸린 승점이 무려 24점이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9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이긴 뒤 “정규시즌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이 아니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박 감독이 밝힌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대한항공의 전체적인 경기력이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 둘째, 전력평준화 경향이 뚜렷한 올 시즌 V-리그 판도에서 쉽게 볼 팀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마지막까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야 하는 사령탑으로서는 당연한 채찍질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숫자는 대한항공의 우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잔뜩 경계한 박 감독의 생각과는 다르게, 대한항공의 정규시즌 우승은 이제 매직넘버가 불을 밝히고 있다.

후반기 이후 독주 체제를 굳혀가고 있는 대한항공(승점 59점)은 9일 2위 현대캐피탈(승점 49점)을 잡고 승점차를 10점으로 벌렸다. 9일까지 모든 팀들이 28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2위권과의 승점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올 시즌 들어 최다 격차다.
이제 숫자를 계산해도 그렇게 이르지 않은 시점에 이르렀다. 모든 팀은 8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2위인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 중 하나가 전승을 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승점은 73점이다. 대한항공은 남은 경기에서 15점만 확보하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다.
다만 2위권 팀 중 하나가 전승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대한항공이 이들과의 맞대결에서 승리라도 거두면 매직넘버는 급격하게 줄어든다.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남은 8경기 중 반타작 정도만 해도 무난히 정규시즌 우승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대한항공의 정규시즌 우승은 2010-2011시즌 이후 아직 없다. 당시는 승점제도 도입되지 않았을 때니, 역설적으로 대한항공의 기다림이 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감독의 말대로 남은 8경기에서는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그러나 현재 페이스가 워낙 좋다. 압도적인 실적을 자랑하는 부분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모든 부분이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팀을 순식간에 좌초시킬 수 있는 ‘구멍’이 타 팀에 비해 적다는 것이다. 세터 한선수의 토스는 노련하고, 주전 선수들의 부진에 대처할 수 있는 선수층은 자타 공인 리그 최강이다. 덕분에 체력 안배까지 하고 있으니 막판으로 갈수록 유리해지는 팀은 대한항공이라는 이론적 결론이 가능하다.
팀의 최대 약점이었던 범실도 많이 줄었다.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는 적지 않게 줄어들었다. 기복도 마찬가지다.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박 감독도 “기복이 줄어든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선수들을 칭찬하고 있다. 주포인 김학민도 “우리 선수들의 기복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페이스를 잘 유지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순항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정규시즌 우승을 향해 점점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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