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오왠 “윤종신 선배님이 ‘환생’ 추임새 넣어줄때 기절할 뻔”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02.10 15: 14

[OSEN=김관명기자] 팬들은 그를 ‘음색깡패’라고 부른다. 음반 데뷔한 지 채 1년이 안됐는데도 ‘오늘’ ‘언젠’ ‘Wonder Hole’ 같은 그의 노래 가사를 줄줄 꿰찬다. 고음에서는 “좀더 긁어달라”고 하고, 개인기 시간이면 느닷없이 “초록매실 따르는 소리를 들려달라”고 주문한다. 싱어송라이터 오왠(24. 본명 신진욱) 얘기다.
오왠은 올해 출발이 좋다. 신인 인디뮤지션을 집중 발굴하는 네이버 ‘히든트랙넘버V’ 프로젝트의 2월 주인공인 ‘락커’(Locker)로 뽑혔기 때문이다. 더욱이 ‘키맨’(Keyman)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대선배’ 윤종신. ’히든트랙넘버V’는 네이버 뮤지션리그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뮤지션 중에서 전도유망한 신인을 선배 뮤지션이 ‘키맨’이 돼 한달 동안 세상에 널리 알리는 프로젝트다.
오왠과 윤종신은 이미 지난 6일 오후9시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M콘서트홀 1층 카페에서 ‘눈도장 라이브 토크쇼’를 가졌고 이는 네이버 V앱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이어 7일에는 자신의 신곡 녹음현장에서 직접 ‘스팟 라이브’를 진행하며 팬들과 소통했다. 10일에는 슈가볼 마이큐와 합동공연, 16일에는 신곡 ‘흐린’ 발표, 24일에는 홍대 라이브클럽데이 공연, 27일에는 히든트랙넘버V 라이브 콘서트, 3월4일에는 단독공연 등 ‘아이돌급’ 스케줄이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오왠을 부랴부랴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오왠의 이력을 소개하면 이렇다.
= 2015년 11월 김해에서 서울로 상경
= 2016년 5월 EP ‘When I Begin’ 발표 : Wonder Hole, 오늘(타이틀), 언젠, Picnic, 독백
= 2016년 8월 EBS ‘이달의 헬로루키’ 선정
= 2016년 10월 싱글 ‘Call Me Now’ 발표
= 2016년 1월 싱글 ‘Return’ 발표 : 곰PD 콜라보 1탄
= 2016년 2월 싱글 ‘흐린’ 발표예정 : 곰PD 콜라보 2탄
= 윤종신과 생방을 같이 한 소감은.
“처음 윤종신 선배님이 제 ‘키맨’으로 나서주신다는 애기를 듣고 너무 설렜다. 주위에 자랑하고 다녔다. ‘눈도장 라이브’ 리허설 때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생방송 중에는 잘 이끌어주셨다. 덕분에 재미있게 생방을 마무리했다. 특히 제 기타연주에 대해 ‘스트레이트하게 치는구나’라고 평가해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 칭찬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 ‘환생’을 부를 때 윤종신이 코러스를 넣어 깜짝 놀랐다. 이런 경우가 없었다(웃음).
“생각도 못했다. 노래를 부르며 곁눈질로 선배님 눈치를 봤는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시더라. 더 긴장됐다. 그런데 갑자기 ‘하이야~’ 하면서 추임새를 넣어주셨다. 기절할 뻔했다. 실제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때부터 완전 긴장이 풀렸다. 영광이었다.”(참고로 윤종신의 ‘환생’은 오왠이 우리나이로 4살 때인 1996년에 발표된 곡이다)
= ‘히든트랙넘버V’ 락커로 선정된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
“뮤지션리그에서 열심히 활동한 것밖에 없다. 조만간 ‘스팟 라이브’에서 (같은 소속사 선배인) 빌리어코스티 노래를 커버할 계획인데, 이것도 뮤지션리그에 음원으로 올릴 생각이다. 락커로 선정된 후에는 1월 락커였던 잔나비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좋은 기회를 주신 만큼 남은 한달 열심히 하겠다. 새로운 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 생방송 중에 한 ‘창문 닦는 소리’와 ‘비트박스’ 개인기가 화제다. ‘스팟 라이브’ 때는 팬들이 ‘초록매실 따르는 소리’를 요청하던데...
“개그 코너를 보면 지하철 지나가는 소리 등을 많이 하는데, 나도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창문 닦는 소리가 되더라. 비트박스는 중학교 때 집에서 음악을 못하게 해서 대신 하게 됐다. 학교축제나 지역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성대가 상할까봐 잘 안하고 있다. 초록매실 따르는 소리는 그날 ‘스팟 라이브’에서 처음 한 것이다.”
= 팬들이 어떻게 알고 요청을 했을까.
“지난해 헬로루키 연말 결선 인서트 영상 때 내가 조성모가 나온 초록매실 CF를 패러디한 적이 있다. 아마 그 영상을 보고 개인기 주문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소리가 진짜 될 줄은 나도 몰랐다(웃음).”
= ‘오늘’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더라. ‘음색깡패’라는 얘기도 많고.
“아무래도 가사 자체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인 것 같다. 위로의 노래지만, 그 위로의 방식이 그냥 ‘힘내세요’가 아니라, ‘나만 힘든 게 아니라 쟤도 힘들구나’ 이런 식이어서 더 공감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음색깡패라는 칭찬은 너무 과분하다.”
= ‘오늘’을 들어보면 가성과 진성이 오간다.
“가성만 쓰면 무료해질 수 있으니까 진성이 필요할 때 진성을 쓴다. 서로 전달하는 감성이 다르다.”
= ‘Call Me Now’는 음색이 진짜 마음에 든다. 여성팬들이 반할 만하다.
“이 노래는 흐리고 비오는 날, 집에서 우연히 피아노를 치면서 좋은 멜로디가 나와 만든 노래다.”
= ‘언젠’은 개인적으로 혁오의 오혁이 연상된다. 창법도 그렇고 어투도 그렇고.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사실 이 때문에 오혁의 그런 느낌을 지우려고 5개월 동안 보컬 선생님한테 트레이닝을 받았다. 아마 버스킹을 하면서 커버곡을 많이 불렀기 때문인 것 같다.”
= 이에 비해 ‘Picnic’은 작사 방식에서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이 떠오른다. 오왠이 마치 카멜레온 같다.
“악동 같다는 얘기도 들었다(웃음). 이 노래는 서로 썸을 타는 남녀가 피크닉을 갔을 때의 느낌을 그렸다.”
= 현 소속사(디에이치플레이 엔터테인먼트)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그리고 상경을 결심한 계기는?
“2015년 해운대에서 6개월 동안 버스킹을 처음 했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그러다보니 부산 김해 지역의 작은 행사나 클럽공연 무대에 서게 됐고 그러자 좀더 욕심이 생겼다. 서울 홍대 쪽에 음악하는 분들이 많으니 서울에 가면 어떨까 싶었다. 일단 제가 좋아하는 가수가 있는 기획사를 찾아봤다. 평소 빌리어코스티를 좋아했다. ‘봄날에 눈이 부신’이라는 노래는 친구들한테 대놓고 홍보를 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다 디에이치플레이를 알게 됐고 무작정 내 노래를 담은 데모를 이메일로 보냈다. 그 노래가 바로 ‘언젠’이다.”
이때 동석한 구자영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메일이 이렇게 시작했다.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김해 사는 23살 청년입니다...’. 노래를 들어보니 ‘이것봐라’ 싶었다. 그런데 메일에 이름도, 전화번호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이메일로 전화번호를 물어봤고 그래서 통화를 하게 됐다.”
= 오히려 기획사 대표한테 번호를 따인 셈이다(웃음).
“맞다. 서울 올라올 때 들리라고 하셨다. 이틀 후에 바로 올라갔다(웃음). 기타를 치며 쉬지 않고 5곡을 불렀다.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대표님이 ‘가만히 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친구네’라고 하셨다.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부모님과 진지하게 상의를 한 후 2주 후에 진짜로 서울로 올라왔다. 그때가 2015년 11월이었다.”
= 그래서 구한 집이 ‘홍대 앞 1억8000만원짜리 전세’인가(웃음).
“생방송에서 그 얘기 꺼냈다가 아주 혼났다. 어머님도 왜 그런 말까지 하냐고 하시더라.”
= 집이 잘 사나 보다.
“그냥 아버지가 철도 쪽에서 일하신다. 어머니는 평범한 주부이시고.”
= 1월에는 곰PD랑 ‘Return’을 냈고, 앞으로 16일에는 또 ‘흐린’을 낸다. 곰PD와는 어떻게 알게 됐나.
“성함만 알고 있었는데 대표님이 소개해주셨다. 프로듀싱과 작곡 편곡은 곰PD님이, 작사는 내가 했다.”
이와 관련한 구자영 대표의 설명. “라디오PD니까 자주 찾아뵙는데, 곰PD가 오왠 CD를 들어보더니 ‘괜찮은데’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이런 말까지 했다. ’더 뜨기 전에 같이 작업하자’. 그래서 콜라보가 이뤄지게 됐다. 1월 음원에는 조정치씨가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해주셨다.”
= 오늘(10일 오후7시30분) 마포문화재단 아트홀맥에서 공연이 있다. 함께 공연하는 슈가볼이나 마이큐는 좀 아는 뮤지션인가.
“슈가볼 형은 한번 뵙고 가끔 연락하는 사이다. 마이큐는 한번도 못봤다.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기획된 공연이기 때문에 최대한 달달하게 노래를 부를 생각이다.”
= 앞으로 ‘스팟 라이브’는 어떻게 꾸밀 계획인가.
“미리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주 ‘스팟 라이브’에 빌리어코스티, 그 다음주에 데이브레이크의 보컬 이원석이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이다. 게스트 노래를 커버해서 곧바로 다음날 뮤지션리그에 음원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 이원석과는 친한가.
“2016년 헬로루키 결선 때 사회를 봐주셨다.”
= 27일 히든트랙넘버V 라이브 콘서트 준비는 잘 되어가나.
“생방송 때 말씀드린 대로 ‘없네’라는 곡을 히든트랙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 앞으로 뮤지션으로서 잘 됐으면 좋겠다. 끝으로 올해 포부를 들려달라.
“2월을 잘 끝내고 앨범 작업도 열심히 해서 좋은 노래를 많이 들려드리고 싶다. 공연이나 페스티벌을 통해 팬들과 많이 만나고 싶다. 올해가 닭의 해인 만큼 닭띠인 저도 열심히 하겠다.”
/ kimkwmy@naver.com
사진 = 최규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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