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중심' 대명, 평창 물 흐리는 갸우뚱 행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02.11 08: 22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사람이 중심인 기업'.
대명그룹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나오는 문구다. 그런데 대명 킬러웨일즈가 감독 경질하는 과정의 행보는 문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막내구단 대명 킬러웨일즈가 갑작스런 감독 경질로 어지러운 상태다. 올 시즌 단 6경기만 남겨 놓은 가운데 감독을 떠나 보냈다.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송 감독은 마지막까지 팀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대명 구단은 특별한 이유없이 송 감독과 결별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불거지고 있지만 상식선에서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창단 첫 해 대명은 9개팀 중 8위에 올라있다. 올 시즌 3승 정도 거둘 것이라는 전망에서도 대명은 1연장승 포함 8승 승점 2점을 기록중이다. 차이나 드래곤(중국)과 3승이 전부일 것이라 전망했지만 하이원을 홈에서 스윕으로 물리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국내 아이스하키팀 사상 최연소 감독인 송치영 감독은 보기드문 인재다.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를 배운 송 감독은 고려대와 하이원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하이원 코치와 2014 고양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표팀 통역, 고려대 코치를 거쳐 대명 감독으로 부임했다.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가 가능해 외국인 선수 관리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감독은 대명의 창단 감독직 제의를 고민 끝에 받아 들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의 제의도 있었지만 고사했다. 아이스하키 대중화를 위해서다. . 송 감독은 영입하고 팀을 창단한 서준혁 대명홀딩스 대표는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출전하는 2018 평창 올림픽 본선이 2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대중화와 국내 저변 확대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아이스하키가 ‘비인기 종목’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과 홍보 활동으로 팬들에게 다가서는 ‘대중친화적인 구단’으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고 창단 배경을 설명했다.
아이스하키 저변 확대와 대중 친화적 구단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힘차게 출발했지만 대명의 행보는 어지럽다. 갸우뚱 행보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붐 업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 트레이너의 역할은 무엇.
창단과 함께 대명은 감독 선임을 제외하고 코치는 뽑지 않았다. 현재 징계에 있는 인물이 합류하기를 기대하고 있던 것. 따라서 송치영 감독은 외국인 트레이너와 함께 팀을 꾸렸다. 하지만 트레이너의 행보는 이상했다. 개막 전 선수들의 체력훈련을 할 때 프로그램 짜는 것을 두려워 했다. "선수들이 힘들면 나를 멀리하게 될 것"이라면서 치료와 마사지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NHL, KHL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경력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장점이 분명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면서 치료도 집중하지 못했다. 트레이너가 선수들에게 해준 것은 아이싱과 통증에 대한 진통제 처방 등이었다. 비록 아이스하키 팀들이 프로팀은 아니지만 대부분 치료와 체력훈련 파트는 분명하게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구단은 송 감독의 뜻을 꺾고 구단 관계자가 정한 트레이너를 합류 시켰다.
시즌이 지나면서 부담이 커졌다. 그런데 그 트레이너는 현재 대표팀에 합류해 있다. 본인이 직접 협회에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하며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소속팀 상황도 좋지 않은데 트레이너가 대표팀 합류하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참고로 대명은 하이원과 함께 동계 유니버시아드팀에 선수를 차출하지 않았다.
트레이너의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다. 일각에서 송치영 감독의 지도에 불만을 나타냈다는 것. 한 관계자는 "송 감독이 그동안 비디오 미팅을 2차례 밖에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하지만 송 감독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구단의 전력 분석 혹은 비디오 클립을 만드는 이가 정확하게 없어 영상 촬영 대행사가 만든 비디오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부주장이 매일 경기 비디오를 팀 전체가 보자며 강조해 선수들의 불만이 커졌고 송 감독은 결국 개인의 비디오 클립을 직접 찾아서 자신의 숙소로 불러 가볍게 이야기를 했다. 불만을 최소화 하겠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트레이너는 선수들이 필요할 때 원정 숙소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백지선 대표팀 감독이 직접 관리를 부탁한 선수는 여전히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 선수에 대해서도 자신에게 먼저 왔다면 빠르게 회복됐을 것이라고 항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선수를 담당한 트레이너가 대표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 GM의 하는 일은 정확이 무엇.
대명 구단은 단장-부단장 밑에 GM 포지션이 있다. 창단 때부터 깊숙이 관계한 인물이다. 대명 구단은 감독만 선임하고 코치 영입 없이 팀을 꾸렸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발생했다. 선수단 장비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 원래 아이스하키의 경우 스케이트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선수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진 GM이 직접 스케이트 날을 관리했다. 선수들의 불만은 커졌고 결국 송치영 감독이 구단에 여러차례 건의한 끝에 장비 관리사를 영입했다.
문제는 이 뿐이 아니다. 시즌 개막 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구단도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고 시즌 개막 후 절반이 넘어간 상태에서 선수들은 선학 빙상장 근처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시할 수 있었다. 트레이너 영입 때도 GM이 직접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은 냉정하게 거부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단 훈련에 집중하는 사이 GM이 구단의 이야기를 전했고 송 감독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송 감독이 경질된 후 GM이 부주장에게 훈련 계획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부주장은 플레잉 코치 역할을 했기 때문에 만들었다. 그런데 훈련을 위해 링크에 방문하자 다른 계획표가 붙어 있었다. 부주장이 구단에 물어보니 GM이 다른 이에게 시켰다고 한다. 징계 때문에 팀에 정식으로 합류하지 못한 이가 만든 훈련 계획표였다. 새로운 계획표를 만든 이는 훈련도 절반씩 하자는 제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명그룹 홈페이지 첫 화면에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사람이 중심인 기업'이라고 적혀 있다. 송 감독이 대표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 밉보였다는 주장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경질은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가뜩이나 동계올림픽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스하키계는 흐려지고 있다. / 10bird@osen.co.kr
[사진] 대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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