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스트릿건즈, 로이 결혼에 잇따른 해외공연 “좀더 로커빌리하게"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02.13 15: 45

[OSEN=김관명기자] 5인조 밴드 스트릿건즈(Street Guns)는 요즘 신이 났다. 업라이트 베이스를 치는 멤버 로이(38)가 오는 4월25일 ‘선배’ 소찬휘(44)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무슨 깜짝 이벤트를 벌일까” 다른 멤버들은 즐거운 고민중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6월 세계적인 밴드경연대회 ‘하드록 라이징 페스티벌’에서 무려 1만여 밴드를 제치고 우승과 상금 5만 달러, 뮤직비디오 제작비 1만달러를 차지했다. 그래서 올해는 대회 주최측의 모든 지원을 받으며 잇따라 해외공연길에 나서 자신들의 신나는 로커빌리(Rockabilly) 음악을 들려줄 예정. 더욱이 지난 1일에는 미니앨범 ‘Summer Time Machine Blues’까지 냈다. 이래저래 올해는 스트릿건즈에게 의미있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보기만 해도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스트릿건즈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스트릿건즈의 이력과 디스코그래피를 소개한다. 아시는 팬들도 많겠지만, 스트릿건즈의 전신은 바로 락터이거즈(The Rocktigers). 지난 2001년 결성해 한국 최초의 로커빌리 밴드라 불리며 외국매체로부터 ‘김치빌리’란 신조어를 쓰게끔 만든 주인공이다. 따라서 락타이거즈부터 함께 소개한다. 현재 스트릿건즈 멤버는 타이거(리더 기타. 본명 박성호), 로이(베이스. 본명 김경율), 제프(드럼. 본명 최근수), 철수(보컬. 본명 연규원), 뀨뀨(기타. 본명 연규석) 5명이다.
= 2001년 락타이거즈 결성

= 2003년 콘트라베이시스트 로이 가세
= 2003년 6월 1집 ‘Come On Let’s Go’
= 2007년 4월 2집 ‘Oldies But Goodies’
= 2010년 3월 3집 ‘Rock ’N’ Roll Licence’
= 2012년 새 드러머 제프 영입
= 2013년 1월 4집 ‘Shut Up And Deal’
= 2013년 8월 락타이거즈 해체
= 2013년 말 스트릿건즈 결성 : 타이거, 로이, 제프 + 보컬 철수, 기타리스트 뀨뀨 가세
= 2015년 2월 1집 ‘Ordinary Band’ : Rock Is Back, Everybody Needs Rock And Roll, 넌 너무 쿨해, Let Me In, Crazy Night, Ordinary Band(타이틀), Black Rose Tattoo, Crazy About You, Back To Me
= 2015년 5월 전국오월창작가요제 대상 수상 : 꽃이 져서야 봄인 줄 알았네(타이거 작사작곡)
= 2015년 7월 싱글 ‘꽃이 져서야 봄인 줄 알았네’
= 2015년 9월 EP ‘오프더레코드 길에서 음악을 만나다’ : Logo Song, 꽃이 져서야 봄인 줄 알았네(Live Ver.), 넌 너무 쿨해(Live Ver.)
= 2015년 12월 KBS ‘톱밴드3’ 세미 파이널 진출
= 2016년 6월 하드록 라이징 페스티벌 최종우승 : 꽃이 져서야 봄인 줄 알았네
= 2017년 2월 EP ‘Summer Time Machine Blues’ : Summer Time Machin Blues, 너란 여자(타이틀), 냉장고를 부탁해, 결론은 버킹검, 꽃이 져서야 봄인 줄 알았네(2017 Ver.), 사랑니
= 반갑다. 일단 멤버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우선 스트릿건즈에 합류한 새 멤버 철수와 뀨뀨부터.
(철수) “노래를 맡고 있는 철수다. 철수는 물론 가명이다. 활동명을 만들고 싶었는데 특이할수록 개성이 없어지더라. 오히려 평범한 게 튀는 것이라고 생각해 철수라고 지었다. 얼마 전에 판 제 차 이름은 ‘영희’였다(웃음). 락타이거즈 때부터 형들을 알았다. 그때는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던 때였다.”
= 노래할 때 목소리가 은근 미성이다.
(철수) “간혹 미성 소리를 듣는다. 청년의 목소리라고. 하지만 나는 인지를 못하겠다.”
(뀨뀨) “기타 치는 뀨뀨다. 지금은 ‘규규’라는 가명을 더 많이 쓴다. 공연 때 팬들이 자꾸 ‘뀨뀨’라고 불러 그렇게 지었다. 기타치는 철수 형의 친동생이다.”
(로이) “콘트라베이스를 치는 로이다. 슬래핑(베이스의 현을 손가락으로만 뜯은 직후 손바닥 아래 쪽으로 바디를 찰싹 때려 뚜렷한 리듬감을 내는 로커빌리 특유의 주법)으로 베이스를 치는 연주자로는 아마 국내 처음일 것이다.”
= 일렉트릭 베이스가 아니라 재즈에서 쓰는 업라이트 베이스다.  
(로이) “2003년 락타이거즈에 들어와서 2004년 초에 도쿄 빅럼블 페스티벌을 갔다. 공연 자체가 로커빌리, 싸이코빌리(Psychobilly) 장르여서 당연히 일렉트릭 베이스를 들고갔는데, 모든 외국밴드를 통틀어 일렉 베이스는 내가 유일했다. 다 콘트라베이스를 쓰는 것이었다. 엘비스 프레슬리도 콘트라베이스를 썼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먹었다. 이후 콘트라베이스를 잡게 됐다.”
(제프) “드러머 제프다. 2012년에 락타이거즈에 합류했다. 사실 락타이거즈에서 드럼을 치던 잭 더 나이프의 팬이었다.”
= 그럼 멤버간 서열은 어떻게 되는 건가. (이때 마침 앞서 차가 고장나 인터뷰에 합류하지 못했던 리더 타이거가 도착했다)
(철수) “저기 차 퍼졌던 형(타이거)이 1번, 로이형이 2번, 제프형이 3번, 4번이 나, 5번 막내가 뀨뀨다. 나와는 두 살 터울이다.”
(타이거) “늦어서 미안하다. 리더인 타이거이고, 본명은 박성호다. 지난해 연말에 결혼했고 아직 애는 없다.”
= 로이는 지난해 소찬휘와 혼인신고까지 했는데. 결혼은 언제 하나? (인터뷰 당시는 결혼날짜가 아직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상태였다)
(로이) “4월25일 평일에 가족들만 모여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신혼여행은 서로 스케줄이 겹쳐서 오키나와에 먼저 갔다올 것 같다. 혼인신고는 지난해 11월말에 이미 했다. 둘이 결혼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청혼은 1년전에 했다. 2세는 아직 없다.”
= 소찬휘씨는 뭐라고 부르나.
(로이) “찬희 누나라고 부른다.”
= 지난해 ‘하드록 라이징 페스티벌' 우승 얘기를 안 물어볼 수가 없다. (하드록 라이징 페스티벌은 68개국, 212개 도시에서 하드록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기업 하드록인터내셔널이 매년 주최하는 세계 밴드경연 대회. 1만여 밴드가 참여한 2016년에는 미국의 잭 베리(Jack Berry), 영국의 100 페이블즈(100 Fables), 파나마의 레인디젠츠(Les IndiGents), 대한민국의 스트릿건즈 등 4팀이 세계 지역별 우승을 차지했고, 이중 스트릿건즈가 최종 글로벌 우승자로 선정됐다. 아시아밴드로는 최초였다)
(로이) “(페스티벌 참가) 접수를 하고서는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그러다 음원심사를 통해 예선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본선에 갔고 그러다 한국에서 우승까지 했다. 그때만 해도 상금도 없이 그냥 명예만 생길 뿐이어서 실감이 안났다. 글로벌 경연이 있긴 했지만 ‘설마’ 했다. 그런데 새벽에 드럼 치는 친구(제프)가 우리가 아시아에서 우승을 했다고 전화로 알려줬다.”
= 심사는 어떻게 이뤄졌나.
(로이) “한국결승 촬영영상과 다른 음원들의 영상을 본선 심사위원들이 보고 심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라이브에서는 밴드의 에너지감을 보고, 음원에서는 음악성을 평가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세계에서 대륙별 4팀이 추려졌고, 다시 최종 심사에서 글로벌 우승을 했다.”
= 우승 혜택이 뭔가.
(로이) “상금이 5만 달러, 뮤직비디오 제작 지원비 1만 달러다. 그리고 해외 쇼케이스의 모든 경비를 지원한다. 실제로 지난 1월16일부터 일주일 동안 파나마에 가서 쇼케이스를 했다. 저희 홍보물도 많이 뿌리고 다녔다. 아, 3000달러 상당의 악기도 준다고 해서 저희는 기타와 밴조를 하나씩 골라 받았다.”
= 스트릿건즈 작명은 어떻게 이뤄졌나.
(타이거) “(2013년에) 밴드명을 새로 지어야 할 상황이 왔다. 어렵다라. 평소 ‘건즈’(Guns)라는 이름을 써보고 싶었다. 멋있어 보이니까. 그리고 거리의 음악, 이런 느낌이 들어갔으면 싶었다. 저희가 로커빌리 음악을 하지만, 퓨어한 로커빌리는 아니기 때문에 왠지 길거리에서 거침없이 음악을 하는 밴드라고 소개하고 싶었다. 그래서 스트릿건즈가 됐다.”
= 그러고 보면 ‘꽃이 져서야 봄인줄 알았네’부터 스트릿건즈의 운명이 크게 바뀐 것 같다. 이 곡으로 전국오월창작가요제에서 대상, ‘하드록 라이징 페스티벌' 글로벌 우승까지 거머쥐었으니까.
(타이거) “맞다. 노래에 이야기를 담고 공감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 곡부터 깨달았다. 우리의 노래는 ‘꽃봄’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곡은 사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광고에 났던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습니다’라는 글귀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
= 자, 그러면 ‘꽃봄’을 비롯해 이번 미니앨범 ‘Summer Time Machine Blues’ 수록곡을 같이 들어보자. 코멘터리를 부탁한다. 첫 곡은 ‘Summer Time Machine Blues’. 개인적으로는 1970대를 관통하던 코리안 팝 스타일처럼 들린다.
(타이거) “약간 트로트 느낌이 있다. 좌우지장지지 이런 느낌(웃음).”
(로이) “베이스도 빙빙 돌리고 녹음 당시 아주 신나 연주했다. 중간까지는 흥겨운 분위기이지만, 곡 뒷부분에는 ‘Summer Time Blues’(에디 코크런의 1958년곡) 오마주를 넣었다.”
(타이거)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서고 선택못한 길에 대해 후회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이 옮았음을 믿고 그냥 계속 가야한다는 내용이다.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그런 메시지다.”
= 타이틀곡은 ‘너란 여자’다.
(타이거) “하드록 라이징 페스티벌 우승 특전으로 뮤직비디오 제작비를 지원받았는데, 그 돈으로 뮤비를 찍은 노래다. 하지만 이 곡은 3년전에 ‘버려진’ 노래였다. 가사만 써놓은 상태였다.”
(철수) “나는 처음부터 이 노래 가사가 좋았다. 그러다 당시 결혼식 축가 의뢰가 들어왔는데 이 곡 가사가 축가와 딱 맞는 거다. 그래서 브라이언 세처 버전의 ‘Nightingale Sang In Berkeley Square’(1994) 멜로디를 입혀 노래를 만들었다. 편지 같은 가사에 멜로디가 붙으니 완전 다른 곡이 됐다.”
(타이거) “모니터링해보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리듬과 가사라 우리 곡으로 선택하게 됐다. 기사님의 감을 믿은 거다(웃음).”
= ‘냉장고를 부탁해’는 ‘너란 여자’보다 더 달달한 러브송이다. 프로포즈 송 같기도 하고.
(타이거) “맞다. 실제로 더 절절한 프로포즈다. 지난해 연말에 결혼을 했는데, 프로포즈를 안하면 할큄을 당한다고 해서 반지랑 반드시 해야겠다 생각했다(웃음). 말은 잘 못하니까 시를 하나 써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한번 써봤는데 진정성이 담기더라.”
= 똑같은 제목의 종편 프로그램을 자주 보나.
(타이거) “물론이다. 그 프로그램을 보다보니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말이 좋아지더라. 혼자 살 때부터 지금 와이프가 음식을 잘 해줬다.”
= 가사가 한 편의 시 같다. 특히 ‘얼린 미련’, 기막히다.
(타이거) “원래 시 읽기를 좋아한다.”
= 다음곡은 ‘결론은 버킹검’이다. 예전 양복CF에 나오던 그 멘트 아닌가.
(타이거) “맞다. 아시니 다행이다(웃음). 오랜 친구인 모노톤즈의 차승우가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
(로이) “가장 로커빌리다운 노래인데, 이번에는 전형적인 로큰롤 셔플 리듬에 좀더 현대적이고 다양한 코드를 써봤다.”
(타이거) “힙합 랩퍼 중에 블랙넛이 있는데 ‘식은 싸구려 대패 삼겹살 앞에서 한국힙합의 현실을 토론한다’ 이런 가사가 있다('배치기'). 한국 현실을 토로하고 고민하는 내용이다. 밴드도 만날 이런 식이다. 어쩌면 음악 하는 시간보다 한탄하는 시간이 더 많을 것 같다. 이 노래는 바로 그 얘기를 하고 싶었다. 이것은 (록밴드 같은 뮤지션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 ‘꽃이 져서야 봄인줄 알았네’다. 매 순간이 아름다운 봄날이니 현재에 충실하자, 이런 내용 같다.
(타이거) “그 사실을 늘그막에 안 거다(웃음). 2017년 ‘꽃봄’ 버전에는 원래 없던 아카펠라를 집어넣고 사운드도 좀더 풍성하게 집어넣었다. 원래 버전이 로커빌리였다면, 2017년 버전은 기타와 보컬에 힘을 많이 줬다. 음악을 틀어주는 술집에 가서 원래 버전의 ‘꽃봄’을 신청했더니, 가요 다음에 나와서 그런지 왠지 노래에 매가리가 없더라.”
(로이) “‘꽃봄’을 처음 만들 당시 우리의 포커스가 올드 레퍼런스로 속이 빈 사운드를 추구했기 때문인 것 같다.”
= ‘사랑니’ 곡 설명을 보니 멜로디를 걸그룹 여자친구의 곡처럼 만들려 노력했다고 한다.
(타이거)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를 굉장히 좋아했다. 작곡팀인 이기용배의 그 멜로디 라인이 내 취향이다. 그런 흐름을 만들어보고싶었다. 처음 나온 곡은 마음에 안들었는데 여기 멤버들이 어레인지를 잘해줘서 생명력을 갖게 됐다.”
(제프) “처음에는 드럼이 많이 들어갔었는데 많이 뺐다.”
= 밴드의 친절한 설명을 직접 들으니 이번 앨범이 더 귀에 잘 들어오는 것 같다. 끝으로 올해 계획을 들려달라.
(타이거) “음악방송에 최대한 많이 출연하고 클럽공연도 꾸준히 할 것 같다. 일단 4월에 마카오 공연이 잡혀 있다. 이밖에 하드록 라이징 페스티벌 주최측에서 조만간 구체적인 해외공연 일정을 보내줄텐데 잘 절충해서 진행하겠다. 올해는 정규앨범 대신 디지털싱글만 낼 것 같다.”
(로이) “내년에는 그 디싱을 모아서 정규앨범을 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로커빌리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곡을 로커빌리로 만들어 앨범을 내고 싶다.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
(타이거) “이미 소찬휘 노래들을 로커빌리 버전으로 부른 적이 있는데 그것보다 더 로커빌리하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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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준형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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