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새끼’ 키퍼 사익스(25, KGC)가 백조가 돼서 훨훨 날고 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1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16-17 KCC 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서울 SK를 83-78로 이겼다. 2연승을 달린 KGC(28승 13패)는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올 시즌 사익스만큼 천당과 지옥을 많이 오간 선수가 또 있을까. 외국선수 드래프트서 KGC는 ‘제2의 조 잭슨’을 꿈꾸며 사익스를 뽑았다. 하지만 사익스는 터키리그 계약을 이유로 KBL과 계약을 맺지 않으려 했다. KGC의 시즌 계획이 처음부터 틀어지는가 싶었다. 사익스는 우여곡절 끝에 겨우 합류했다.

입장이 바뀌었다. 김승기 감독은 시즌 중 두 번이나 사익스의 교체를 고려했다. 삼성전 3연패를 당하며 언더사이즈 빅맨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178cm의 사익스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교체대상이었다. KGC는 마커스 블레이클리 영입을 시도했다.
사익스는 자신이 교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코트를 누볐다. ‘희망 고문’이자 ‘테스트’였다. 결국 사익스는 4라운드 삼성전 승리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김승기 감독도 에릭 와이즈에 대한 뜻을 접고 잔여 시즌을 사익스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고용불안을 떨치고 사익스는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다. SK전을 앞두고 김승기 감독은 “사익스가 요즘 완전히 자신감을 되찾았다. 사익스를 쓰기 위해 2,3쿼터 김민욱과 김철욱의 더블포스트도 써보고 있다. 앞으로는 4쿼터에도 사익스를 써서 사이먼에 대한 체력부담을 덜어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즌 중반까지 사익스는 ‘무조건 2,3쿼터용’ 선수였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김승기 감독도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 사익스는 3쿼터까지 13점, 6어시스트, 2스틸로 맹활약했다. 특히 엄청난 탄력을 이용한 그의 레이업슛과 리바운드는 탄성을 자아냈다.

사익스는 4쿼터에도 4분 30초 동안 코트를 누볐다. 체력을 비축한 사이먼은 나머지 시간에 8득점을 쏟아내 경기를 끝냈다. 두 선수 조합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경기 후 김승기 감독은 “김철욱과 김민욱이 잘해주며 4쿼터 사이먼이 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4라운드까지는 순위싸움 때문에 주전들을 많이 뛰게 했다. 5라운드부터는 식스맨들이 잘해줘야 체력안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며 KGC 주전들의 체력은 바닥나고 있다. KGC의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사익스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학생체=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