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음원차트가 개편된다. 일보 전진이긴 한데, 차트의 불합리함을 개선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결정이다.
멜론, KT뮤직, CJ E&M, 벅스 등 국내 주요 음원 유통사는 27일 자정부터 0시 발매 음원의 실시간 차트 적용을 당일 오후 1시로 늦춘다. 실시간 차트 순위 역시 정오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발표된 음원에 한해 반영될 예정이다.
골자는 이렇다. 자정에 벌어지는 아이돌 팬덤의 무의미한 경쟁을 방지하겠다는 거다. 아이돌 가수 음원의 줄세우기 등으로 발생하는 피해 음원도 구제하겠다는 의미도 갖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권고사항에 따른 조치지만, 건전한 음원 유통 환경 조성을 위한다면 차트 반영 시간을 손볼것이 아니라 '실시간 차트'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
새벽 차트 반영을 막았다고 팬덤의 경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시간대를 오후 5~6시로 옮겨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수업시간이 지난 하교시간인데다, 오후 6시가 실시간 차트 적용의 마지막 시간대기 때문이다.
나타날 긍정적 결과를 "업계 관계자들이 밤잠 설칠 필요 없게 됐다" 정도로 축소해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정말 필요한 것은 실시간 차트의 폐지다. 실시간 차트야 말로 건전한 음원 유통 환경을 파괴하고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아닌, 소비하고 경쟁하는 문화로 만든 주범이다.
실시간 차트는 음원 사이트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실시간으로 순위를 내, 팬덤을 자극하고 방문자를 늘리기 위한 도구다. 공기관도 아닌, 음원사이트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실시간 차트 때문에 음원 유통과 소비 과정이 심각하게 왜곡돼, 전체적인 음반 시장의 발전을 저해한다면 문제라고 할 만하다.
실시간 차트가 남아있는한, 노래의 힘만으로 차트에 오르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일년에 한 두번 '역주행'이란 표현으로 호들갑을 떨 일이 앞으로도 무한반복될 거란 얘기다.
리스너들이 사이트에 들어와 실시간 차트에만 머물다보니, 마케팅이 약하거나 팬덤이 작은 가수의 음원은 리스너들에게 들려줄 기회조차 상실한다.
노래가 좋아야 차트에 올라가는 당연한 방식이 아닌, 차트에 올라야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왜곡된 방식으로 음원이 소비되는 상황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음원 추천제가 사라졌듯, 실시간 차트도 사라져야 한다. 음원 사이트의 이익을 위해, 너무 많은 차트 왜곡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소한 실시간 차트를 일간 차트로 대체하려는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듣고 싶은 음악을 스스로 고르고, 즐기고, 느끼고, 주위에 추천해 순위에 반영하는데 최소한 하루의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그게 올바른 차트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 kjseven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