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원 감독의 모험수가 위기의 KGC인삼공사를 깨웠다.
2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치러진 GS칼텍스전은 인삼공사에게 사활이 걸린 승부였다. 시즌 팀 최다 타이 4연패에 빠지며 봄 배구 도전에 위기를 맞이한 상태, 이날마저 패하면 걷잡을 수 없는 추락이었다. 이 중요한 승부에서 서남원 감독은 깜짝 승부수를 꺼냈다.
주포 외인 알레나 버그스마와 주전 세터 이재은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재은 대신 김혜원과 한수지가 '투 세터'로 볼 배분을 맡았고, 센터 문명화도 모처럼 선발출전 기회를 잡았다. 상대팀 GS칼텍스도 파격적인 인삼공사 라인업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알레나가 빠진 상황에서도 인삼공사는 13-12로 앞섰고, 알레나 투입 이후 공격이 살아나며 1세트를 25-17로 여유 있게 잡았다.

1세트 중반 알레나 투입 이후에는 한수지가 지난 시즌까지 맡았던 세터로 변신했다. 올 시즌 센터로 포지션 변화에 성공한 한수지였지만 오랜 세터 경험은 살아있었다. 알레나뿐만 아니라 레프트 지민경, 센터 문명화도 효과적으로 활용한 한수지는 높이를 앞세워 블로킹도 2개를 잡아내며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결국 세트 스코어 3-1 승리로 인삼공사는 4연패를 끊었다. 아직 1경기 덜 치른 현대건설을 승점 1점차로 제치며 3위로 올라섰다. 여러모로 부담스런 경기였지만 서남원 감독의 과감한 모험수가 통했다. 팀이 정체된 상황에서 충격 요법이 완벽 적중했다.
서남원 감독은 "4연패를 하는 동안 선수들이 '부상 선수 공백으로 힘들다', '이 정도면 잘 버텼다' 같은 안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즌 막판에 포지션과 전술을 바꾸는 건 모험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선수들에게 자극이 없을 것 같아 모험을 했다"고 밝혔다. 최수빈·장영은의 부상 공백과 함께 연패가 찾아왔고, 그대로 주저앉을 수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이에 서 감독은 그동안 자주 나오지 않았던 선수들을 투입, 포지션과 전술 변화로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만능 선수' 한수지가 세터·센터·공수를 오가며 공수에서 펄펄 날았고, 지민경과 문명화도 힘을 보탰다. 34득점을 올린 알레나의 공격 점유율이 40.76%로 의존도가 높았지만 기록상으로 나타나지 않은 국내 선수들의 적극성이 돋보였다.
서 감독은 "알레나에게만 의존하다 막히면 의기소침해지는 상황이 자꾸 벌어졌다. 오늘도 분명 알레나에게 점유율이 많이 쏠렸지만 국내 선수들이 스스로 뭔가 하고자 하는 변화는 분명 보였다"고 의미를 뒀다. 지난 18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알레나가 4연속 블로킹을 당할 정도로 공격 패턴이 단순했지만 이날은 다양하게 이뤄졌다.
또 하나의 수확은 세터 한수지의 활용도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서 감독은 "정교함이나 컨트롤은 이재은이 낫지만, 한수지는 높이와 리시브에 강점이 있다.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 이재은과 한수지, 두 명의 세터를 번갈아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생겼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서 감독의 모험수가 인삼공사를 봄배구로 이끌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