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김민규 “20년간 해온 스위트피, 이젠 그만 해야죠”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02.27 14: 30

[OSEN=김관명칼럼] 10년만에 정규 4집을 내더니, 이걸로 이게 마지막이란다. 다른 앨범과는 달리 LP로 나와 기분까지 설렜는데, “이제 예전 사춘기적 감성으로는 더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델리 스파이스 프론트맨 김민규(46)의 솔로 프로젝트 ‘스위트피’(SweetPea)는 이렇게 청천벽력처럼 마무리됐다. 하필이면(아니면 그래서), 지난 16일 공개된 스위트피의 4집 앨범제목은 ‘그걸로 됐어’였다.
스위트피는 한국 인디신의 강렬한 상징이었다. 밴드의 프론트맨이 별도의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해 무려 20년을 이끌어온 사실부터 전무후무하다. 스위트피는 1998년 시작됐다. 앞서 하이텔 동호회 소모임 ‘모소모’(모던록 감상 소모임) 출신 김민규는 1995년 윤준호(베이스)와 함께 델리 스파이스를 결성했고, 97년 8월 정규 1집  ‘Deli Spice’를 냈던 터였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가사가 인상적인 ‘차우차우’를 비롯해 ‘노 캐리어’ ‘가면’ 등이 실린 바로 그 역사적 앨범이다. 이 앨범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9위에 올랐다.
‘스위트피’로서 김민규를 만났다. 인터뷰는 앨범 발매 전 이뤄졌다.

= 10년만에 정규 4집이 나왔다. 왜 이리 오래 걸렸나.
“예전부터 델리 스파이스와 스위트피를 교차로 활동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원래는 지난해에 내려고 했는데, 녹음이나 이런 게 늦었다. 더욱이 이번 앨범은 LP로 제작해 시간이 더 걸렸다. 마스터링 2번, 프레싱을 4번이나 했다. (LP 프레싱을 한) 체코에서 LP가 오는데만 4,5개월이 걸렸다.”
= CD 대신 LP로 제작한 이유가 있나.
“2015년 재발매된 2집 ‘하늘에 피는 꽃’(초반은 2004년 발매)과 지난해 7월 재발매된 1집 ‘Neverendingstories(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초반은 2000년 발매)도 LP로 나왔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LP를 많이 듣다보니 LP로 내고 싶었다. ‘팔리지도 않을 CD를 굳이 낼 필요가 있나’도 싶었다. LP를 사면 안에 디지털음원 다운로드 쿠폰이 있다.”
= 하여간 LP로 국내 가요반을 보니 신기하다. 노래들이 A면, B면에 나눠 수록된 것도 그렇고. 어느 정도로 LP를 좋아했나. 그리고 재생 시스템은 어떻게 되나.
“한 벽면이 다 LP다. 턴테이블은 테크닉스와 토렌스를 쓰고, 앰프는 맥킨토시, 스피커는 JBL을 쓴다. JBL은 역시 팝과 록이 잘 나온다. LP가 A, B면으로 나눠지다보니 트랙리스트가 자연스럽게 나눠지더라. ‘아, 이 곡은 A면 끝곡으로 넣어야겠다’ 이런 식으로.”
= 체코에서 LP를 프레싱한 이유는.
“전에는 독일에서 해봤는데 너무 비쌌다. LP를 사람들이 좀 더 접근하기 좋은 가격으로 내고 싶었다. 우리나라에도 LP 프레싱 공장이 있다지만 사람이 없다. 그래서 체코로 갔다.”
= LP가 핑크색 칼러반이다.
“개인적으로는 검은색이 좋다. 그래야 트랙 구분도 되고. 그런데 정작 사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 사람들은 팬시를 좋아한다.”
= 속지 글자는 타자기로 타이핑한 것 같다.
“중고 타자기를 구해 직접 쳤다. 나이가 좀 들면서 옛것에 관심이 생긴다.”
= 앨범 재킷에는 등대가 있다.
“등대가 주는 느낌이 있다. 내가 의지할 수 있다는 느낌,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내가 남들한테 한줄기 빛을 줄 수 있다는 느낌. 묵호항에 가서 직접 찍었다.”
= 몇 곡만 같이 들어보자. ‘사랑이라 생각했어’는 특히 초반 키보드 사운드에서 예전 사랑과평화 느낌이 많이 난다. 그 특유의 펑키 느낌 말이다. 보컬에서는 이승환 느낌도 나고.
“한동안 모타운 계열 음악을 좋아했다. 잭슨파이브 같은 그런 음악을 내 식으로 해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펑키하게 갔다. 불독맨션에서 베이스를 치던 이한주가 이 느낌을 잘 표현해줬다. 가사는 ‘젊은 날 열심히 사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중에 지나가면 사랑이 아니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내용이다. 원래 지난해 내가 음악감독을 맡았던 ‘운빨로맨스’에 잠깐 나왔던 곡이다. 음원으로는 발매가 안됐다.”
= ‘달빛과 춤을’은 참으로 듣기 편안한 노래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앨범의 느낌을 잘 담고 있는 곡이라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 하기는 내 또래 뮤지션들도 많은 것 같지 않고. 그래서 이런 음악이 드물게 나오는 것 같다. 20,30대에 음악을 하고는 다 접으니까. 이 곡 중간에 나오는 색소폰은 김오키씨가 해주셨다. 본인은 아방가르드 재즈라고 어려운 음악을 하시는데, 저와는 달라 좋았다. 솔로 색소폰 소리가 들어가니 더 색다르고 더 옛날 느낌이 난다. ‘마상원과 관현악단’ 이런 느낌?(웃음)”
= 마상원과 관현악단, 진짜 오랜만에 들어본다(웃음). 프롬씨는 어떻게 ‘오로라’에 참여하게 됐나.
“예전에 (이번 앨범 유통사인) 미러볼뮤직 사무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몇번 봤다. 원래는 흑인스러운 보컬이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프롬씨가 담백하게 잘 소화해주셨다. 노래의 화자가 여자니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 ‘빛보다 더 빨리’는 델리 스파이스 팬들도 좋아할 것 같다. 신난다.
“이 곡도 모타운 느낌의 리듬을 썼다. 베이스도 이한주씨가 해줬다. 새로운 리듬이 신선했다. 결국 A사이드는 기존 스위트피 스타일의 편안하고 깔리는 음악, B사이드는 싱어도 바꾸고 리듬도 들쑥날쑥하며 실험적인 곡들로 채워졌다.”
= 마지막곡은 ‘이상한 나라의 폴’이다. 왠지 세월호 이야기인 것 같다.
“2년전쯤에 만든 곡이다. 그 때의 답답함을 담으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뭔가 혼란스럽고 답답해서 벗어나고픈데, 그저 상상에만 갇혀버리는 느낌.”
= 그런데, 이번 앨범이 스위트피의 마지막이라고 들었다. 진짜인가. 이게 왠 날벼락인가.
“작업을 하면서 이번이 스위트피로서는 마지막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 사춘기적 스위트피 감성이 지금과는 다르다. 그 감성을 계속하기에는... 여기까지 하자, 그리고 점을 찍자 마음 먹었다. 그래서 제목도 ‘그걸로 됐어’로 정했다. 하지만 절대 자포자기의 심정은 아니다. 앞으로 김민규의 인생 2막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 델리 스파이스 활동계획은.
“올해는 아직 특별히 생각한 게 없다. 당분간은 이번 스위트피 앨범이 나왔으니 뭔가 생각하면 지낼 것 같다.”
= 이번 스위트피 앨범이 잘 됐으면 좋겠다. 인터뷰 수고하셨다.
“수고하셨다.”
끝으로 김민규의 디스코그래피를 첨부한다. 물론 델리 스파이스와 스위트피 모두다.
= 1995년 델리스파이스 결성 : 김민규(기타 보컬) 윤준호(베이스)
= 1997년 8월 델리스파이스 1집 'Deli Spice' : 김민규 윤준호 이승기(키보드) 오인록(드럼). 노 캐리어, 가면(타이틀), 차우차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 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콘 후레이크, 기쁨이 들리지 않는 거리, 저승 탐방기, 귀향, 누가, 투명인간, 오랜만의 외출, 사수자리
= 1998년 스위트피 활동 시작
= 1999년 2월 델리스파이스 2집 'Welcome To The Delihouse' : 김민규 윤준호 양용준(키보드) 최재혁(드럼)
= 1999년 11월 스위트피 EP '달에서의 9년' : 오! 나의 공주님, 납 메아리, 인연2, 푸른 산호초의 비밀, 그림자
= 2000년 1월 델리스파이스 3집 '슬프지만 진실...' : 김민규 윤준호 양용준 최재혁
= 2000년 9월 스위트피 1집 'Neverendingstories'(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 : 유기, 달에서의 9년(타이틀), 유혹위로 흐르는 강, 복고풍 로맨스, 지금 부르고 있는 나의 노래도, 어디 가니?, Interlude, Moonrise
= 2001년 9월 델리스파이스 4집 'D' : 김민규 윤준호 최재혁
= 2003년 1월 델리스파이스 5집 'Espresso' : 김민규 윤준호 최재혁
= 2004년 4월 스위트피 2집 '하늘에 피는 꽃' : 침묵, 멀어져갈 사람들, Kiss Kiss(타이틀), Whiskey In The Jar, 하늘, 잊혀지는 것, 뱀파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눈길, We're Not Gonna Take It, Orange, 돌이킬 수 없는, 강릉에서, 당신의 그 아버지처럼
= 2006년 2월 델리스파이스 6집 'Bombom' : 김민규 윤준호 최재혁
= 2007년 12월 스위트피 3집 '거절하지 못할 제안' : 하루, 안타까운 마음(with 캐스커), 떠나가지마(앨범버전. feat. 타루, with 캐스커),  인어의 꿈, 은하수(with 정지찬), 데자뷰(feat. 이석원), 운명, 봉인(with 유희열), 너의 의미, 사진속의 우리, 한번만 더, 가장 어두운 밤의 위로(with 김반장), 떠나가지마
= 2008년 6월 드라마 '식객' OST Vol.1 : Love Me
= 2008년 8월 드라마 '식객' OST Vol.2 : Moonrise(드라마 버전)
= 2009년 7월 스위트피 싱글 'El Fin Del Mundo' : 남미여행후 발표. Secret(타이틀), You Belong To Me
= 2009년 10월 라이브 'Sweetpea Classic Concert : 거절하지 못할 제안' : 2008년 공연실황
= 2011년 9월 델리스파이스 7집 'OPEN YOUR EYES' : 김민규 윤준호 이요한(키보드) 서상준(드럼)
= 2012년 8월 델리스파이스 EP '聯 연'
= 2014년 3월 델리스파이스 싱글 '타임머신' : Black Night, 너와 나의 드로리안(타이틀), 태양을 맞으러
= 2015년 9월 스위트피 2집 리마스터링 재발매 : 독일에서 제작
= 2016년 6월 드라마 '운빨로맨스' OST Part.5 : 진심을 너에게
= 2016년 7월 드라마 '운빨로맨스' OST : 진심을 너에게, LUCKY(오프닝 타이틀), 찌릿찌릿(Orgel Ver.), 찌릿찌릿(Trio Ver.)
= 2016년 7월 스위트피 1집 리마스터링 재발매 : LP
= 2017년 2월 4집 '그걸로 됐어' : A. 북극곰, 사랑이라 생각했어, 달빛과 춤을, 돌아갈 곳은 없어 B. 오로라(feat. 프롬), 빛보다 더 빨리, 가이딩 라이트, 이상한 나라의 폴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 = 미러볼뮤직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