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현수 음악감독 "목표? '겨울왕국'같은 작품 참여"
OSEN 엄동진 기자
발행 2017.03.09 14: 17

 영화에서 음악은 영상을 돋보이게 하고, 집중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음악이 너무 튀면 영상을 해치기도 해서, 영화 음악 감독의 첫 번째 덕목은 ‘내려놓는 일’이라고 한다.
정현수 음악 감독도 그랬다. 국내 최고의 음악 감독 조영욱 씨에게 발탁돼 2009년 ‘백야행’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는다. 이후 조 감독의 조력자로 ‘부당거래’‘이끼’‘베를린’‘신세계’‘변호인’ 등 18편의 영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군도’를 끝으로 독립한 뒤로는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인생을 설계한다. 2015년 ‘돌연변이’와 ‘4등’이라는 규모는 작지만 의미 있는 작품에 ‘영화 음악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고, 올해에는 ‘정현수’ 이름을 걸고 독집까지 발표했다.  

“이제는 작곡가로 이름도 알리고, 내 창작물도 갖고 싶다”는 정현수 감독을 만났다. 아직은 언론 인터뷰도 낯선 음악감독이지만, 5년 뒤엔 또 어떤 포스를 풍길지 궁금해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영화음악의 매력은.
"물론 입금될 때가 가장 매력적이지. 하하. 농담이고 내가 참여한 영화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걸 볼 때가 아닐까. '변호인' 엔딩에서 사람들 울고 그런 거 보면서 매력을 느낀다. 내 돈 주고 극장에서 영화 본적이 많다. 처음 참여한 '백야행'은 솔직히 열 번 정도 내 돈 주고 봤다."
-영화음악의 역할은.
"잘 만들어진 영화는 사실 음악이 없어도 재미있을 수 있다. 음악의 역할은 재미보다는 얼마나 영화에 집중하게 하느냐인 거 같다."
-영화음악 감독이 독집을 발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예술가로서 창작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기회에 작곡했던 음악들 몇개가 히트를 하면서 나를 좀 알리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신세계' 메인 테마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누가 썼는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작곡가로서 이름을 알리고 창작물도 갖고 싶었다."
-어떤 곡들이 담겼나.
"새로운 곡도 있고 기존에 작업했던 곡들도 있다. 아무래도 앨범 작업이다 보니 통일된 컨셉트가 필요해 편곡 작업이 많았다. 영화에는 담백하게 들어간 곡도 음반으로는 클라이막스가 크게 들어가기도 했다. 음악적으로 돋보일 수 있게끔 작업했다."
-통일된 컨셉트라면.
"전체적으로 듣기 편한 앨범을 만들었다. 스트링이나 피아노 연주 등이 많이 들어갔다. '변호인' 같은 경우 원래 작업에서는 타악기, 금관악기에 합창까지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집중도를 높일수 있게 스트링과 피아노 선율 작업에 집중했다."
-꼭 들어봤으면 하는 곡이 있다면
"타이틀곡인 '컬러 오브 러브'가 아닐까. 선율이 듣기 편하고 좋다. '신세계''변호인'은 들은 사람이 많은데, 이건 처음 발표하는 거라. 와이프에게 프러포즈 할 때 썼던 곡이다. 사랑의 색깔을 얘기하고 싶었다. 사람 감정에 따라 색깔이 다르겠지만 내게 그때 색깔은 이런 거 였다."
-영화 음악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시나리오를 보면서 컨셉을 잡거나 줄기가 되는 악기를 정한다. '신세계'의 악기는 클라리넷이었고 '돌연변이' 같은 경우는 아코디언이었다. 이런 식으로 결정해서 분위기만 본 다음에 세세한건 스타일이 맞으면 진행하게 된다. 장면에 들어가는 음악들은 큰 그림만 그렸다가 편집본이 나오면 작업을 하는 식이다. 편집본이 나오면 음악을 바로 넣을 수 있게 곡은 다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감독님들이 편집본이 나오면 음악을 얹어서 같이 들어보고 싶어 한다. 편집본을 주고 '3일 뒤에 봐요'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영화 한편에 대략 30~40곡이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3~4배 정도를 써야 한다. '이끼'는 3시간짜리 영화인데, 200곡 정도를 썼고 그 중에 30곡 정도가 들어갔다. 안 쓴 곡들은 그 다음 영화에 붙여보기도 한다. '의뢰인' 때 쓴 게 있는데 컨셉트를 처음에 잘못 잡아서 20곡 정도를 못 썼다. 그래서 그게 거의 다 '연가시' 때 들어갔다. 반대로 '부당거래'는 20곡을 썼는데 그게 다 들어가기도 했다."
-음악은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
"6살 때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시작했다. 예중 예고를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 반대가 심했다. 고등학교 때는 록밴드도 했다. 드럼도 치고 작곡도 했고, 그때 밴드 보컬 중에 자두도 있었다. 이후에는 클래식으로 작곡과에 들어갔다. 대학원은 전자음악을 전공했다."
-아버지 반대는 어떻게 이겼나.
"반대를 못하게끔 해놨다. 가출도 하고 단식도 했지. 하하."
-록밴드까지 하다 영화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사실 중 3때부터 영화음악이 하고 싶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그런 영화에 들어가는 음악을 하고 싶더라.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나 알아보니 오케스트라 작곡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준비했다."
-첫 작품은 어떻게 시작했나.
"대학원 2학년 때 '백야행'이란 작품을 하면서 데뷔했다. 친구에게 연락처를 받아서 조영욱 감독님한테 곡 쓴 걸 들려드렸다. 작곡가로 써달라고 했더니, 곡을 보내보라고 하시더라. 그 다음날 '백야행' 영상에 내 음악이 붙어서 왔다. 이렇게 들어간 대로 수정해달라고 하셔서 감독님 얼굴도 못뵌 채로 바로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인연이 돼 감독님과는 '군도'까지 같이 할 수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독립했다.
"'돌연변이'가 첫 독립 작품이었다. 모든 걸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더라. 팀으로 할 때는 숨을 데가 있었지만 혼자하면 모든 것이 내 책임이다. 좋은 점은 아무래도 내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이겠지."
-영화 감독이 되려면.
"정해진 건 없다. 공채 입사 시험이 있는 게 아니니까. 다양한 루트가 있다. 당연히 곡을 잘 써야하고 곡 쓰는 것과는 별개로 영화를 보는 눈이 좀 있어야 한다. 어떻게 작곡가로서 곡을 잘 써야 하는지 보다는 어떻게 하면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음악 만드는 지가 출발점이다."
-음악을 뽐내고 싶은 욕심도 있을텐데.
"음악을 뽐내려고 하면 화면을 갈라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음악 감독은 내려놓는 거부터 배워야 하고, 그게 첫 번째 역할이다."
-대중음악으로 치면 유명 작곡가도 5년이상은 못간다는 얘기가 있다.
"스트링이나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오래된 전통 방식이니까 유행을 쉽게 타거나 그런건 아니다. 전자 음악 들어가고 트렌디한 사운드 들어가는 것도 있지만 스트링 들어간 곡들은 시간이 지나도 괜찮다. 촌스럽지 않다."
-목표가 있을거다.
"원대한 포부이긴 한데,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영화 음악을 시작한 거니 그런 작업을 해보고 싶다. '겨울왕국'같은 작품. 아니면 요즘에는 블록버스터 같은 큰 스케일의 음악을 하는 게 목표다."
-후배들에게 조언하자면.
"실제로는 그만두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하하. 농담이고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아는 사람 통해서 감독이 되려는 것 보다는 정말 열심히 곡을 쓰고 실력을 기르면 기회는 온다. 누구 아는 사람 통해서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데 한 두편 할 수는 있어도 거기까지다." kjseven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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