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 야구계 원로인 김응룡 초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이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야구가 안방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후 밝힌 지적이다. 프로와 아마 모두 한국야구가 재도약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할 시점이다. OSEN은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디딤돌이 될 미래의 주인공들을 어떻게 키워나가야할 것인지부터 야구계와 함께 고민하기 위해 ‘풀뿌리 야구’를 긴급진단해본다. [편집자주]
한국프로야구기구인 KBO의 사무총장으로 프로야구 행정을 총책임지다가 퇴임하고 지금은 후학양성을 위해 한국야구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이상일 KBO 전사무총장은 요즘 청소년야구만 생각하면 답답하다. 이상일 교장은 최근 앞뒤가 맞지 않는 리틀야구 행정 때문에 두 가지 이상한 현상을 경험했다.
이 교장은 “우리 야구학교에서 리틀야구팀을 창단 작업을 했다. 그런데 성남시 분당구에는 기존 팀들이 있어서 더 이상 리틀야구팀을 창단할 수 없다는 연맹 원칙에 따라서 결국 유소년야구팀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야구장이 문제가 됐다”며 “분당에는 3개의 야구장이 있다. 그 중에 우리팀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백현야구장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성남시로부터 기존팀이 이미 이용하고 있어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먼 곳에 있는 곳을 쓸 수밖에 없어서 셔틀버스 등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됐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 교장이 이해하기 힘든 리틀야구 관련 문제는 2가지였다. 리틀야구는 지자체별로 인구 50만 기준으로 팀 수를 제한하고 일부에서는 구청 등 지자체에서 직접 팀수를 제한한다는 것과 기존 지자체 소유 야구장을 다른 팀들과 함께 사용할 수 없는 점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교장의 설명이다. 야구장이 부족한 현실은 이해하지만 합리적인 운영으로 여러 팀이 공평하게 이용해야 더 발전을 꾀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다.
이 교장은 “리틀야구연맹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서울 강남구에서는 팀을 새로 추가할 기준이 돼 신생팀을 만들려고 하니 구청에서 허가를 받아야한다고 해서 이상했다. 민간에서 알아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왜 관청에서 허가를 받아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 관할인 성남시에도 문의해봤더니 성남시에서는 허가사항이 아니라고 한다. 무슨 이유로 구청에서 리틀야구팀 허가권을 행사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의아해했다.
또 이 교장은 “우리는 할 수 없이 유소년야구팀을 만들어 백현야구장에 함께 있는 리틀구장을 활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남시에서 기존 특정팀이 대관예약을 풀로 해서 다른 팀은 쓸 수가 없다고 했다. 성남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야구장을 특정 팀에만 대관계약을 해준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런 해괴한 행정들 때문에 청소년 야구 등 우리나라 풀뿌리 야구가 제대로 성장하지를 못하는 것 같다. 가뜩이나 어린이 인구가 줄어들어 야구 유망주를 키우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이런 제약들까지 걸림돌로 작용하니 한국야구 뿌리가 튼튼해지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산하기구인 한국리틀야구연맹(회장 한영관)은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16일 경기도 화성에서 리틀야구장 개장 행사를 가진 후 이사회를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 ‘인구 50만명에 1개 리틀야구팀 기준’은 리틀야구연맹이 무분별한 팀난립을 막기 위해 도입한 조치이다. 일부 극소수 비양심적인 지도자가 팀창단을 위해 선수모집을 하면서 불미스런 일들이 생겨서 만들어진 기준이다.
아마야구 현장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이상일 교장은 리틀야구 등 청소년야구의 발전을 위한 제안을 했다. 이 교장은 “야구할 공간 즉 야구장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예전보다는 많이 늘었지만 전국적으로 야구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 야구장들이 너무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있어 어린 학생들이 이용하기 위해선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도심 부근에 야구장을 더 만들 필요가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와 야구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리틀야구팀 난립 문제로 50만명 기준을 세운 리틀연맹의 조치는 이해하지만 합리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구청 등 지자체가 아닌 연맹 등 민간이 자율적으로 리틀야구팀 창단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경기도 성남시에는 현재 사회인야구 110개팀을 비롯해 초등학교 3개팀, 중학교 3개팀, 리틀 3개팀, 유소년 5개팀, 주니어리틀 1개팀 등이 야구장 3개로 훈련과 게임을 소화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야구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로 도심의 근린공원을 임시이용하거나 자동차를 이용해 장거리 이동을 해서 타지역 야구장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상일 교장은 “그래도 희망은 있다. 저출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야구에 대한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우리 팀에도 대형 유망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보이는 등 잘 크면 한국야구 대들보가 될 선수들이 있다”며 “풀뿌리 야구를 잘 성장시키면 한국야구가 국제대회에서 다시 위상을 떨칠 날이 멀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소년 야구 선수 등록숫자는 2006년 1496명에서 지금은 3000명이 넘을 정도로 늘어났다.
/박선양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
[사진] 한국리틀야구는 2014년 일본과 미국 챔피언을 꺾으며 세계리틀야구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 1984년과 1985년에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29년 만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예선 포함 11전 전승 우승으로 신화를 창조했다. 우승 후 번개세리머리로 기쁨을 만끽한 당시 태극전사들ⓒ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