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할'리우드 NO, '찰'리우드 YES
OSEN 엄동진 기자
발행 2017.03.13 14: 57

[OSEN=엄동진 기자 ]  본격적인 '찰리우드(China+Hollywood)' 시대다. 
차이나 머니(China money)가 헤게모니를 장악한건 축구 뿐이 아니다. 세계 첫 번째 영화 시장인 할리우드 역시 차이나 머니에 헤게모니를 거의 다 내줬다.
그 정도로 최근 할리우드의 중국화가 특징이다. 영화에 중국 사상을 심어놓기도 하며, 최소 한 두명의 중국 배우가 캐스팅 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 됐다. 오프닝 크레디트엔 중국의 유명 대기업 타이틀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필요한 배경이고 캐스팅이라면 문제가 될리 없다.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왜 때문에' 필요한 캐스팅인지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 문제다.
최근엔 '그레이트 월''트리플 엑스 리턴즈''콩:스컬아일랜드' 세 작품이 그랬다. 
수준 높고 콧대 높기로 유명한 할리우드가 중국화되는 이유는 역시 돈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세 작품 모두 차이나 머니가 대량 투입됐다. 할리우드 영화를 물들이고 있는 중국화의 현실과 문제점을 살펴봤다. 
-중국 돈이 할리우드에 몰린다
완다그룹, 알리바바, 텐센트. 경제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은 들어본 중국의 대기업이다. 지금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할리우드 시장을 뿌리 채 흔들고 있는 것도 이 회사들이다. 
중국의 최고 부자이자 완다그룹의 회장인 완젠린은 지난해 미국의 영화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를 35억달러에 샀다. 이어 미국 유명 TV 프로덕션인 딕 클라크(Dick Clark)도 인수했다. 왕 회장은 이미 미국 제2의 영화관 체인 AMC엔터테인먼트도 수중에 넣었다.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바바 픽처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사 엠블린파트너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앞서서는 '미션 임파서블-로그 네이션''스타트렉 비욘드' 등 여러편의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했고, 파라마운트와는 중국 내 영화 배급 계약을 맺었다. 
역시 중국의 IT 기업 텐센트는 미국 할리우드 대형 연예기획사인 WME-IMG와 합자회사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의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중국 홍보를 맡아 중국 내 대박 흥행을 견인했다. 
또 중국 최대 사모펀드 푸싱그룹은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스튜디오8에 2억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 기업의 할리우드 투자는 트렌드다.
한 영화 수입사 대표는 "좋은 시장에는 돈이 몰린다. 그리고 언제나 시장은 퍼주는 돈을 마다하지 않는다. 할리우드에서도 이제는 미국 시장만큼 커졌고, 몇 년새 더 커질 것이라는 중국 시장을 무시하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실패한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이 중국에서의 흥행으로 기사회생한 케이스도 있다"면서 "중국에는 돈이 있고 누구나 탐낼 만한 시장이 있지만, 아직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만큼의 기술력과 예술성이 없다. 미국의 힘을 빌려, 문화적 중국화를 이루려는 야욕이 시작됐다"고 봤다. 
-합작, 그 실패의 역사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간다. 전혀 다른 문화권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서 성장한 스태프들이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 투자사, 제작사, 배급사도 가각 여럿이다. 이해관계 역시 복잡해 조율하는 과정이 힘들다. 
완다 그룹 산하 레전더리 픽처스가 투입돼 최근 개봉한 '그레이트 월'가 대표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합작 영화 중 가장 참담한 실패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중국의 낳은 세계적인 거장 장이머우 감독과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의 조합에 1800억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돼, 믿고 볼 영화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뿐이었다. 양국의 영화팬들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못하고 양국 팬을 모두 만족시키려다, 중국인도 이해 못 할 중국 이야기가 탄생했다는 빈축도 샀다.
장이머우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양국 영화팬이 모두 좋아할 작품을 만들려다 보니 수정 작업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개봉한 '트리플 엑스 리턴즈'와 '콩 : 스컬 아일랜드'는 캐스팅이 문제라는 평가다. 중국 자본이 투입된 영화에 중국 배우의 출연은 타당할 수 있지만, '억지 출연'이라는 인상이 강해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트리플 엑스 리턴즈'는 파라마운트에 10억불을 투자한 상하이 필름의 작품. 중국의 액션 스타 견자단은 물론 엑소의 전 멤버로 유명한 크리스(우이판)도 출연한다. 첫 장면 역시 브라질의 중국집에서 시작되는 등 중국색이 많이 가미됐다. 짜장면 처럼 얽힌 드라마 속에서도 주인공 반디젤과 견자단은 시원시원한 액션을 줄기차게 보여준다. 하지만 플레이보이로 출연한 크리스는 끝끝내 극에 어울리지 못하며 개연성을 갖는데 실패한다. '끼워넣기'라는 인상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는 캐스팅.  
국내에서 흥행 질주 중인 '콩 : 스컬아일랜드' 역시 유일한 옥에 티를 꼽자면 중국 여배우 경첨의 출연이다. 미국인 생물학자와 군인 위주에 영국인 용병이 추가된 조합에 아시안의 출연이 반가울 만도 하지만, 엔딩 크래딧이 내려올때까지도 마땅한 캐릭터 존재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 역시 미스 캐스팅이자 '끼워넣기'로 볼 수밖에 없다.
한 배우 매니지먼트 대표는 "합작 영화는 한국에도 많았다. 하지만 한중 합작이나 한일 합작 영화 드라마 중에 성공한 작품은 찾기 힘들다"면서 "최근 골수 영화팬들은 할리우드 영화를 고를 때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았는지 확인부터 한다. 그만큼 퀄리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 전문가는 "찰리우드 시대는 이제 시작이고 흐름이다. 이제 시작이라는 건 아직은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고, 흐름이라는 건 과정 속에서 개선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돈을 대고, 미국은 영화를 만든다는 정확한 역할 분담이 있을때 찰리우드 시대는 꽤 오래 지속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소개했다. / kjseven7@osen.co.kr
[사진] UPI코리아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