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KBO리그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지난 시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팀들은 유지 혹은 더 큰 도전을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를 거뒀던 팀들은 겨우내 약점 보강에 힘쓰며 반등을 준비했다.
지난해 KBO리그 순위표 하단은 롯데와 삼성, kt가 차례로 채웠다. 이들은 지난 시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는 점 외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1루와 3루의 주인이 전부 물갈이 됐다는 것이다. 오프 시즌 동안 엔트리에 변화가 있는 건 당연하지만 하위권 세 팀의 코너 내야가 한 번에 바뀌는 일은 드물다. 롯데와 삼성, kt는 당연히 변화를 통해 성적 향상을 꿈꾸는 팀이다. 이들은 모두 달라진 코너 내야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 롯데, 황재균 가고 이대호 오고…내야 지각 변동

롯데는 ‘머신’이 떠나 쓰린 마음을 ‘빅 보이’로 달랬다. 주전 3루수 황재균이 꿈을 좇아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이대호를 데려오며 공백을 최소화했다. 롯데는 2011시즌 후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하면서 늘 1루가 말썽이었다. 박종윤과 루이스 히메네스, 최준석에 김상호까지 기용해봤지만 모두 기대 이하였다. 결국 이대호의 공백을 이대호로 채운 셈.
이대호가 급격한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이상 타선에서 황재균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이대호는 성적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있는 선수다. 2014년 조성환의 은퇴 이후 수년째 지적됐던 ‘클럽하우스 리더’ 부재를 메꾸는 데 제격이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부터 ‘한 번 분위기 타면 무서운 팀’이 롯데였다. 선수단이 한 데 뭉친다면 가진 능력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다.
다만, 황재균이 떠난 3루는 문제다. 새 외인 앤디 번즈는 내야 전 지역을 도맡을 수 있는 선수. 영입 당시 3루수 후보로도 거론됐다. 다만 조원우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번즈는 2루수가 더 적합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로 마켈은 롯데가 오키나와 전지훈련서 치른 네 차례 연습경기에 모두 2루수로 선발출장하며 18이닝을 소화했다. 3월 3일 SK와 경기 도중 3루수로 위치를 바꿔 1이닝을 소화했을 뿐이다.
황재균이 떠난 3루 대체자로 먼저 떠오른 이는 오승택이다. 거기에 자리를 잃은 기존 1루수 김상호와 2루수 정훈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격수 자리를 두고 신본기와 경쟁 중인 문규현도 3루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1군에서 쏠쏠한 역할을 기대할 만한 자원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도 이들이 번갈아가며 3루수로 기용됐다. 이들 중 한 명이 눈에 띄는 모습으로 3루를 꿰차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 반대로 마지못해 누군가를 써야한다면 롯데에게는 최악이다.

▲ 삼성, 12년만의 외부 FA+새 외인으로 밑그림
삼성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3루 외인 아롬 발디리스를 영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에서 3루수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조동찬(504⅔이닝)이다. 발디리스는 조동찬의 절반을 살짝 넘는 287⅓이닝에 그쳤다. 발디리스는 44경기 출장해 타율 2할6푼6리, 8홈런, 33타점에 그쳤다. 게다가 그의 마지막 1군 출장일은 8월 5일. 시즌 중반부터 사실상 ‘없는 선수’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은 자유계약선수(FA) 이원석을 수혈했다. 2004년 심정수, 박진만을 데려온 이후 12년만의 외부 영입. 이원석은 롯데와 두산을 거치며 ‘전천후 내야수’의 가치를 증명했다. 삼성에서는 3루수로 역할이 고정될 전망이다. 지난해 3루수로 모습을 비췄던 조동찬은 2루로 옮긴다. 김한수 감독은 “이원석을 6번 3루수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구체적인 활용 계획까지 내놓았다.
지난해 삼성 1루의 주인은 구자욱이었다. 구자욱은 지난해 913⅓이닝 중 904이닝을 1루수로 뛰었지만 올 시즌 외야로 자리를 옮긴다. 삼성은 새 외인 다린 러프와 이승엽을 1루수로 번갈아 쓰겠다는 방침이다.
러프는 오키나와에서 단 세 경기만 출장해 3안타를 때려냈다. 하지만 그가 때린 3안타 중 2루타가 1개, 홈런이 1개였다. 김한수 신임 감독도 “역시 4번타자답다”라고 칭찬했다. 은퇴 시즌을 준비하는 이승엽의 각오도 매섭다. 이승엽은 “야구 시작을 1루수로 했으니 끝도 1루수로 장식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풀타임 1루수로 매 경기 나서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간혹 수비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엔트리 운용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 kt, 1루와 3루 모두 물음표
지난 시즌 kt 핫코너를 지켰던 앤디 마르테가 비극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kt는 사고 이전부터 마르테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무주공산이던 1루에 외인을 기용하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그리고 조니 모넬을 데려와 올 시즌 1루를 맡길 전망이다.
대신 kt는 지난 오프 시즌 3루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때마침 황재균과 이원석이 시장에 나왔다. 그러나 kt는 어느 한 명도 잡지 못했다. 결국 1루를 외인으로 땜질했지만 다시 3루의 주인을 잃은 것이다.
결국 kt는 기존 선수 중에 3루수를 골라야 한다. 공백은 새로운 스타를 만들 기회가 될 수 있다. ‘유망주’ 정현과 김사연이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정현은 군 입대를 앞두고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kt 이적이 결정됐다. 3년 만에 첫인사를 선보이는 것. 정현은 “1군에서 제대로 뛰는 건 처음이다. 주전 3루수가 목표다”라고 밝혔다. 세광고 시절 3루수와 유격수를 병행했던 김사연도 외야와 3루를 오가며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다.
1루 외인 모넬은 팀 중심타선을 이끌어야 한다. 만일 그가 자리를 잡지 못하면 kt는 타선의 밑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일단 적응력은 합격이다. 김진욱 신임 감독도 “기본기가 잘 갖춰진 덕에 적응만 순조롭게 마친다면 기대해 볼만한 선수다”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모넬은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한국 생활이 흥미진진할 것 같다.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진욱 감독 주문에 딱 맞는 다짐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