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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의 인디살롱] 도재명, 솔로 정규1집으로 컴백 “숙제 끝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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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관명칼럼] 로로스의 도재명(34)이 지난 14일 솔로 정규 1집 ‘토성의 영향 아래’를 내며 컴백했다. 2015년 11월 싱글 ‘오늘의 일기’(feat. 정차식) 이후 1년4개월만이다. 일청을 해보니, 한 편의 시집이다. 그것도 컴퓨터로 후다닥 써제낀 A4 용지 묶음이 아니라, 연필 혹은 만년필로 꾹꾹 눌러쓴 200자 원고지 다발이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도재명을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로로스와 도재명의 디스코그래피를 요약해본다. 로로스(Loros)는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2009년)과 올해의 음반상(2015년)을 가져간 재능 가득한 6인조 밴드였다. 팀명은 미국의 인디 록밴드 핀백(Pinback)의 1999년 싱글 ‘Loro’에서 따왔다.

= 2005년 로로스 결성 : 도재명(보컬 키보드), 진실(기타), 제인(첼로 신시사이저 보컬), 김석(베이스), 최종민(기타), 복남규(드럼)

= 2006년 10월 로로스 데뷔싱글 ‘Scent of Orchid’ : 너의 오른쪽 안구에선 난초향이 나(타이틀), My Cute Gorilla, Habracadabrah

= 2007년 9월 EBS ‘이달의 헬로루키’ 선정

= 2008년 1월 로로스 정규 1집 ‘Pax’ : Intro, I Say, 방안에서(타이틀), 비행, It’s Raining Pt.1, It’s Raining Pt.2, Doremi, 바람, Pax, 너의 오른쪽 안구에선 난초향이 나, Habracadabrah, She Didn’t Go To The Party

= 2009년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

= 2009년 4월 로로스 EP ‘Dream(s)’ : Dream(s) 1, 2, 3

= 2014년 10월 로로스 정규 2집 ‘W.A.N.D.Y’ : W.A.N.D.Y, U(타이틀),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춤을 추자, Undercurrent, Homo Separatus, Monster, Babel, Homevideo, Senna, We Are Not Dead Yet, 송가

= 2015년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최우수모던록음반상 : W.A.N.D.Y

= 2015년 3월 로로스 싱글 ‘Time’(feat. 이승열)

= 2015년 9월 도재명 싱글 ‘미완의 곡’

= 2015년 10월 도재명 싱글 ‘시월의 현상’(feat. 남상아)

= 2015년 11월 도재명 싱글 ‘오늘의 일기’(feat. 정차식)

= 2017년 3월 도재명 정규 1집 ‘토성의 영향 아래’ : Sonate de Saturne, 토성의 영향 아래(feat. 이자람. 타이틀), Diaspora, 미완의 곡, 오늘의 일기, 여로에서, Solitude, Pas de deux, 10월의 현상, Un triste, 죄와 벌, 자장가, 안녕히 가세요


 

= 2016년을 어떻게 보냈나.

“처음엔 2015년 9월 ‘미완의 곡’을 시작으로 솔로 싱글을 매달 내려 했었다. 그런데 3곡을 내니까 그제서야 피로감이 몰려오더라. 밴드 활동을 하면서 많이 지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싱글 발매 계획을 잠깐 접고 한달 동안 미국에 갔다왔다. 그때 같이 간 사람들이 이번 앨범에도 참여한 안정주 전소정 김유석 등이다. 앨범 재킷 사진도 김유석 형이 허드슨 강을 동영상으로 찍은 걸 캡처한 것이다. 어쨌든 미국에 갔다와서 ‘제대로 붙잡고 해보자’ 해서 2016년 내내 앨범을 준비했다.”

= 로로스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해체인가, 활동중단인가.

“중단이다. 해체는 아니다.”

= 솔로를 하기 위해 로로스를 그만둔 것인가.

“아니다. 로로스를 하면서도 개인 곡을 쓰긴 했지만 솔로를 하기 위해 밴드를 그만둔 건 아니다. 밴드 활동을 쉬니까 자연스럽게 솔로 앨범이 나온 것이다.”

= 솔로 정규 앨범을 낸 소감은.

“너무 개운하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앨범 작업을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숙제 같은 느낌이 들더라. 과거에 쌓아놓은 것들을 지금 내뱉어야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고 나니까 개운하다.”

= ‘오늘의 일기’에 정차식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이 곡의 보컬을 찾고 있었는데 공동 프로듀서였던 오혜석 형이 차식이 형을 추천해줬다. 얼굴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쌀쌀맞은 인상과는 달리 매우 호쾌하시더라. 정말 뮤지션이고 예술가다.”

= 앨범 얘기를 해보자. ‘토성의 영향 아래’, 익숙한 제목은 아니다.

“수전 손택의 에세이 모음집 ‘우울한 열정’에 수록된 소챕터 제목이다. 원래 ‘우울한 열정’의 영어제목이 ‘Under the Sign of Saturn’(토성의 영향 아래)였다. 23살 때인가 친구가 빌려준 책이었는데, 왠지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특히 점성술에서 말하는 토성의 기질이 나를 닮았다. 우유부단하고 느리고 우회적이고 우울한. 이미 그때 곡으로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했었다. 이번 앨범의 발단이었던 셈이다.”

= 2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토성의 영향 아래’는 묵직한 독백 혹은 내레이션의 울림이 대단하다. 남자는 도재명, 여자는 이자람인가.

“아니다. 여러 사람이 나온다. 미술작가 안정주, 안무가 김모든, 미술작가 전소정, KBS 아나운서 유지원, 한국에서 영화 공부를 하는 프랑스인 살로메, 영상작가 김유석 등이 참여했다. 제가 작업을 도왔거나 음악감독을 맡았던 지인들이다. 가급적이면 예술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찾았다. 아무래도 일반인들보다는 상실과 고독이라는 주제를 잘 표현할 것 같았다. 이자람 누나는 노래만 불렀다.”

cf. ‘토성의 영향 아래’ 가사는 이렇다.

우리가 그린 건 폐곡선이 아니었다. 그 해 여름 하수구로 흘러 들어간 어떤 외로움, 오늘 아침 그것으로 몸을 닦았다. 어젯밤의 구토는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기억들을 쏟아내기 위함이었으리라. 밤사이 차갑게 식어버린 토사물에서 지난날 술잔 속에 익사시킨 질문들과 농담처럼 굴리던 다면체의 시간들을 본다.

그 시절 우리에겐 폐란 것이 있었다. 너의 푸른 호흡, 그 리듬에 맞추어 우리는 춤을 추었다. 쓸쓸한 바닥 위로 몸이 미끄러진다. 온몸으로 느끼는 너의 부재 밖으로 나오긴 전 옷장 속에 고이 걸어두었던 먼지 쌓인 너의 몸짓을 입는다.

거기 누구 있나요.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알레고리의 숲, 꿈의 미로. 우린 어디에 있나요

네가 떠난 오후의 바운더리에서 그림자는 야위어 갔다. ”Il me semble que je serais toujours bien là où je ne suis pas” 이 말을 남긴 채 그림자는 희망월의 마지막 밤 어둠 속에 분신했다. 곰팡이가 피어버린 너의 여백. 누군가는 청춘이라 부르던 그 종이 위에서 나는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가.

부조리의 골목 그리고 수백 번의 구타 그 흔적들을 바라본다. 침묵으로 생긴 상처가 가장 깊다. 모든 게 꿈이었나 싶다. 흐르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존재와 부재를 바라보는 것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가지런히 끌어 모은
두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그리움의 모서리에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 몸을 두른다. 두꺼운 껍질 속에서 잠이 든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느린 꿈을 꾼다.

조심스레 너의 안부를 묻는다. 여기 토성의 영향 아래.

= 왜 이리 많은 사람들을 동원했나.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알리고 싶었다.”

= 역시 노래 하면, 이자람이다.

“노래 잘 하는 사람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누나가 여러 버전을 준비해서 보내줬는데 고르느라 힘들었을 정도였다. 대단한 사람이다.”

= 이 곡의 드럼이 돋보인다. 누가 쳤나.

“밴드 아이엠낫(iamnot)의 드러머 김준호다. 앞부분은 강약을 주지 말고, 뒷부분은 느끼시는 대로 연주해달라 부탁했다.”

= 7분이 넘는다. 3분30초 음원이 대세인 요즘, 좀체 접할 수 없는 긴 곡이다.

“짧으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으면 좋겠지만 그러질 못했다. 주위에서 곡을 짧게 써보라고 하지만, 3분에 맞출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7,8분짜리 곡들을 길다고 생각하는지 조금은 따져보고 싶다. 원래 음악에는 분량이 없었다. 그러다 LP가 나오면서 분량에 제한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스트리밍의 시대 아닌가. 따라서 음악의 시간적 제한이 없어질 만도 하지만, 라디오에서 7,8분짜리 음원을 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역시 현실의 지배를 받는 것 같다.”

= ‘Diaspora’는 인스트루먼털 곡인데도 메시지가 있다는 느낌이다. 심리적, 오디오적 쾌감이 대단하다. 마치 SF영화 OST를 듣는 것 같다.

“그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좀 있다(웃음). ‘디아스포라’는 아시겠지만 유대인들의 강제이주를 뜻한다. 이 단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 우연히 상계동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86 아시안게임, 88 올림픽게임을 전후해 상계동에 아파트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철거민들이 명동성당으로 쫓겨나는 내용이었다. 내가 유치원 때부터 20세때까지 살던 동네가 상계동이었는데도, 나는 전혀 그걸 모르고 살았던 게 더 충격적이었다. 이 때부터 ‘디아스포라’라는 단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상은 잃어버리고, 안락한 현실을 꿈꾸는 우리들이 어쩌면 디아스포라인지도 모른다.”

= 이 곡 처음에 들리는 ‘따따다다따’ 이 소리는 뭔가.

“‘도와주세요’라는 뜻의 모르스 부호다.”

= 왜 인스트루먼털 곡으로 만들었나.

“말이 방해가 될까봐 그랬다. 정말 글을 잘 쓰는 시인이나 작가들은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내 글의 한계 때문인 것 같다.”

= ‘미완의 곡’을 처음 듣는 순간, 이렇게 메모했다. ‘가까이서 훅 다가오는 이 비음의 매력 혹은 놀람’.

“하하. 처음에는 개인적 경험들을 담았다. 고모가 의료사고로 돌아가시고, 고등학교 동창도 사고로 죽었다. 그러다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그래서 가사가 많이 바뀌었다. ‘미완’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음악적으로는 원래 피아노와 트럼펫 구성이었는데, 공동 프로듀서인 오혜석씨가 ‘피아노로만 파도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 그래서 그런지, 피아노 소리가 성당에서 치러지는 장례미사의 파이프 오르간 느낌이 난다. 피아노는 언제부터 쳤나.

“7살 때부터 배웠다. 그러나 피아니스트로서 소질은 없었던 것 같다.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면 그대로 연습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다른 멜로디를 만드는 게 더 재미있었으니까.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피아노를 그만두고, 바이올린을 중2때가지 배웠다.”

= ‘Pas de deux’는 두 명이 추는 발레 용어 아닌가.

“그렇기는 하지만 현대무용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 두 사람, 두 세력이 서로 계속 변주되고 불협되는 그런 느낌. 바이올린은 단편선과 선원들의 장수현, 첼로는 지박이 연주했다.”

= ‘Un triste’는 무슨 뜻인가.

“철학자이자 평론가인 발터 벤야민이 칭한 ‘우울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나만 우울한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시대가 우울하니까.”

= 뮤지션한테 직접 곡 설명을 들으니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3시의 인디살롱] 독자분들도 큰 도움이 되셨을 것 같다. 올해 계획을 들려달라.
 
“1집 활동을 하긴 해야 할테도 앞이 깜깜하다. 1집을 만들면서 현도 막 쓰고 악기도 많이 동원했는데 앞으로 라이브를 하려면 경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웃음). 아무래도 편곡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밴드도 정비를 할 생각이다. ‘로로스’ 타이틀은 계속 가지고 가되 멤버들은 조금 변화가 있을 것 같다.”

/ kimkwmy@naver.com
사진 = 민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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