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최종전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넥센과의 원정 경기가 열리기 전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구자욱(삼성)은 "정규 시즌 준비는 잘 되고 있다"고 씩 웃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2할5푼(28타수 7안타) 1득점에 불과하나 24일 잠실 두산전서 멀티히트(2타수 2안타 1득점)를 달성하는 등 방망이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구자욱은 시범경기를 되돌아 보며 "방망이는 점차 좋아지고 있고 수비에서 특별히 실수한 게 없어 만족스럽다"고 대답했다. 외국인 투수 재크 페트릭은 16일 대구 LG전서 2회 위기 상황에 처했으나 구자욱의 두 차례 명품 수비 덕분에 한숨을 돌렸다.
페트릭은 2회 무사 1,2루 위기에 놓였다. 구자욱은 강승호의 타구를 잡은 뒤 빨랫줄 송구로 3루로 태그업한 2루 주자 채은성을 아웃시켰다. 곧이어 유강남의 우전 안타 때 정확한 송구를 선보이며 홈으로 쇄도하던 문선재를 잡아냈다. 자칫 하면 대량 실점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두 차례 명품 수비를 연출하며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페트릭은 "구자욱이 강한 어깨로 나를 도와줬다. 아주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워 했다.

이에 구자욱은 "나 또한 외야 수비에 대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외야수로서 투수들을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아주 고마워 할 필요는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외야수의 송구 능력이 뛰어나면 타 구단 주루 코치들도 주자들의 진루를 자제시킨다. 나 역시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구자욱은 돔 구장 및 야간 경기 타구 처리와 관련해 "빨리 적응하는 게 우선이다. 돔 구장에서 외야 수비를 하는 건 처음인데 최대한 공에서 시선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바람이 불지 않아 흔들리지 않는 점은 유리하다. 타구를 많이 받아 보면 자연스레 익숙해질 것"이라며 "2015년 외야수로 뛰면서 야간 경기를 하는데 크게 불편한 건 없었다. 라이트 불빛 사이로 들어가는 타구를 처리하는 건 누구나 다 어렵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지난해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한 달 이상 전력에서 이탈했던 구자욱은 "아프지 않으니 정말 좋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아프지 않고 치고 던지고 달릴 수 있다는 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올 시즌 시범경기 최하위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작년에 시범경기 1위를 했지만 정규 시즌 9위로 마감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구자욱은 "정규 시즌 개막에 맞춰 타격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는 게 목표"라며 "수비도 중요하지만 타자로서 더 큰 임무를 맡고 있기에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구자욱은 이날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3루타 2개를 터뜨리는 등 삼성의 7-6 재역전승에 이바지했다. 언제나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하는 구자욱이기에 올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 삼성 담당 기자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