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승전보를 전했다. 그러나 기뻐하는 이가 드물다. 웃어야 하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대부분 굳어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끊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수 많은 팬들이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그대로 믿고 갈 것인지, 아니면 변화를 줄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남은 시간은 77일에 불과하다.
지난 28일 한국은 시리아를 1-0으로 물리쳤다. 이겼지만 만족할 결과는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40위의 한국과 95위의 시리아가 맞붙었으니 당연하다. 게다가 시리아는 내전으로 인해 제대로 된 훈련도 하지 못하고 홈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는 100%의 상태로 한국에 오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은 경기 내내 전전긍긍하다가 간신히 이겼다.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공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을 치르기 전 '필승'을 외쳤다. 틀린 소리는 아니다. 축구에서는 결과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한국은 승리를 추가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티켓을 빨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시리아전은 지난 23일 중국 원정의 연장 선상에 있다. 한국은 중국 원정 역사상 첫 패배를 하고 돌아왔다. 결과 만큼 내용적인 변화도 필요했지만 한국은 바뀌지 않았다.
내용이 엉망이었다.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을 넣어 시리아가 수비적으로 나올 수 없도록 사전에 차단했음에도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공격적으로 나선 시리아의 수비를 무너뜨리지 못해 애를 먹는 모습이 역력했다. 더욱 문제인 건 시리아의 공격에 수 차례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앞서 6경기에서 2골을 넣는데 그친 시리아에 수비가 흔들렸다. 오죽하면 골대에 공이 맞는 바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전술적인 면도 문제가 있다. 중국전을 마치고 전술에 대한 지적에 발끈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도 불만을 드러냈다. 4-2-3-1로 시작해 4-1-4-1로 변화를 주고 다시 4-2-3-1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점에 대해 "예전엔 전술변화가 없다고 비난이 있었다. 이제는 전술변화가 자주 있다고 논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쉬움이 남는 발언이다. 중국전에서 취재진이 지적을 한 것은 최종예선 내내 분석이 매우 쉬운 뻔한 공격 패턴의 문제, 그리고 이날은 전술의 변화를 선수들이 제대로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단순히 전술 변화에 대한 내용만 생각하고 말했다. 취재진이 지적한 본질적인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논란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최종예선이 시작한 후 쌓이고 쌓여서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경질 논란을 해결할 시간은 충분했다. 지난해 11월 15일 우즈베키스탄과 홈경기를 마친 후 이달 중국전까지 4달의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4달의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더욱 악화된 모습으로 중국 원정 역사상 첫 패배라는 수모까지 당했다.
일각에서는 명분이 없다고 한다. 월드컵 본선행 티켓이 주어지는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전에서 패배했을 경우 일말의 여지도 남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슈틸리케 감독도 충분히 항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오는 6월 13일 카타르와 원정경기를 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 때는 너무 늦는다. 카타르전 결과까지 지켜보고 사령탑 교체를 결정하는 건 후임 사령탑에게 큰 부담이 된다. 게다가 앞서 치른 원정 3경기와 같이 이기지 못하고 2위 자리를 지킨다면,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경질 명분은 여전히 없게 된다. 그러다 운이 좋게 전전긍긍하면서도 월드컵 본선에 오른다면,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사령탑과 그대로 월드컵까지 함께해야 한다. 명분에 발목이 잡히게 되는 셈이다.
이제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시간이다. 슈틸리케 감독을 믿고 그대로 갈 것인지, 아니면 경질을 통한 변화를 줄 것인지 대한축구협회는 결정을 해야 한다. 다음 최종예선 경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77일이다. 경질을 선택할 경우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한축구협회도 쉽게 경질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을 그대로 믿고 가는 것도 불안함이 남는다.
병을 고치지 못한 의사를 좀 더 믿고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병을 고칠 능력이 있는 다른 의사를 찾아 갈 것인가. 지금 한국 축구가 처한 상황이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