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성적은 화려했지만 결국 ‘신분’의 한계를 이겨내지 못했다. 큰 기대를 모았던 박병호(31·미네소타)와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이 개막 25인 로스터 진입에 실패했다.
미네소타는 31일(이하 한국시간) 캔자스시티와의 개막전에 나설 25명의 선수를 공식 발표했다.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게 투수를 13명이나 넣어 야수 한 자리가 줄어들었고, 박병호가 희생양이 됐다. 박병호는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로체스터로 돌아간다. 황재균도 트리플A팀인 새크라멘토에서 시즌을 열 예정이다. 아직 공식 발표가 나지는 않았으나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황재균이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 확인했다.
캠프를 열 당시 두 선수는 마이너리거 신분이었다. 지난해 미네소타와 4년 계약을 맺은 박병호는 지난 2월 2일 방출대기(DFA·양도선수지명) 절차를 거치면서 팀의 40인 로스터에서 빠졌다. 황재균은 올해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스플릿 계약을 했다.

사실 스프링 트레이닝 초청선수가 개막 25인 로스터에 들어가는 것은 팀별로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하는 일이다. 그만큼 어렵다. 하지만 두 선수의 성적이 워낙 좋아 기대가 커졌던 것도 사실. 비록 시범경기이기는 하지만 타격 성적은 팀 내 최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폴 몰리터 미네소타 감독, 보치 감독 또한 두 선수의 타격을 극찬했다.
박병호는 31일까지 19경기에서 타율 3할5푼3리, OPS(출루율+장타율) 1.159, 6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약점으로 지적됐던 패스트볼 공략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현지 언론이 25인 진입을 확정적으로 보도했을 정도로 뛰어난 성적이었다. 하지만 25인 진입이 좌절되며 또 한 번 충격을 안겼다. 같은 처지에 있는 황재균도 “(박)병호 형은 될 줄 알았는데…”라고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황재균도 첫 해 성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성적을 냈다. 26경기에서 타율 3할5푼6리, OPS 1.108, 5홈런, 15타점을 기록했다. 주 포지션인 3루는 물론 좌익수와 1루수로도 출전하는 등 다재다능함을 뽐내기도 했다. 하지만 팀에는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도 지금 당장은 손해가 없는 황재균보다 계약 조건이 더 급한 선수들이 있었다.
다만 시범경기 성적은 장기적으로 두 선수에게 큰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병호의 지난해 부진에 실망했던 미네소타는 반등의 가능성을 엿봤다. 투수가 12명으로 회귀되고 타자 한 명이 더 올라올 때 박병호가 유력한 콜업 후보임은 부인할 수 없다. 구단 관계자들도 로스터 전략의 문제였을 뿐, 박병호가 경쟁에서 패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당장 4월에라도 콜업이 가능하다.
황재균 또한 밑바닥에서 ‘내야 콜업 0순위’까지 치고 올라오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오클랜드와의 3연전 로스터까지 포함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보치 감독도 31일 “황재균이 트리플A에서 지금과 같은 타격을 유지할 수 있다면 MLB에서 그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구단은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트리플A에서 황재균의 좌익수 활용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키운다는 생각이다. 조금의 운만 따르면 예상보다 이른 콜업도 가능해 보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