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이틀 동안 1000개는 친 것 같아요."
두산 외야수 민병헌은 소문난 연습벌레다. 경기가 없는 월요일을 비롯해 쉬는 날에도 항상 그의 손에는 방망이가 들려있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욕심이 남다르다.
지난 4년간 꾸준히 3할을 친 그였지만, 올 시즌 개막 두경기에서 7타수 1안타 5삼진으로 부진했다. 단순히 안타가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닌 좀처럼 방망이에 공을 맞히지 못했다. 이런 모습에 김태형 감독도 "타이밍이 안 맞는다는 느낌"이라고 우려할 정도였다.

당사자는 더 죽을 맛 이었다. 비록 2경기지만 출구가 없어보이는 슬럼프에 민병헌은 "진짜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올해가 가장 안 맞는다"고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의 3차전을 앞두고 민병헌은 평소보다 기운이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민병헌은 "어제 저녁 7시 30분쯤에 끝나서 한 10시까지는 (박)건우와 (오)재일이와 연습장에서 배팅 연습을 했다. 사실 더 치고 싶었는데, 일이 있어서 갈 수 밖에 없었다"며 "오늘 아침에도 와서 배트를 휘둘렀다. 이틀 동안 1000개 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치른데다가 큰 휴식없이 WBC 국가대표로 뽑혔던 만큼 휴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민병헌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연습을 하고서 안되면 어떤 점이 안 됐는지를 알 수가 있고, 내가 납득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단 연습을 안 한다고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또 연습도 안 한 채로 안되면, 왜 안 되는 지 알 수가 없다"며 '연습벌레'다운 답변을 내놨다.
지독한 마음고생에 입술까지 다 부르텄다. 전날 5시간 7분이라는 혈전을 펼친데다가 약 3시간의 추가 연습까지, 제아무리 철인이라고 해도 지칠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지만, 잠도 편하게 못 잤다. 민병헌은 "다음날 경기도 있는 만큼 12시에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2시에 잠을 깼고, 2시간마다 계속 일어났던 것 같다"라며 "볼카운트 별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등 각종 야구 생각이 많이 났다"라고 토로했다.
지독한 연습의 결과였을까. 3차전 민병헌은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4회, 6회, 8회, 10회까지 땅볼 세 개와 삼진을 당했다.
다시 위축될 수 있는 순간. 4-4로 맞선 연장 11회말 1사 2루 상황에서 한화는 김재호를 거르고 민병헌과의 맞대결을 택했다. 끝내기 상황인 데다가 민병헌의 타격감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민병헌은 보란듯이 우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쳤고, 그 사이 2루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민병헌은 올 시즌 첫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민병헌은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취재진을 만났다. 김재호를 거르고 자신을 상대한 것에 대해서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오늘 계속해서 땅볼을 치지 않았냐"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극적인 연장 12회말 승리의 영웅이 됐지만 민병헌은 "아직 100%가 아니다"며 "그래도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틀의 연장전과 계속된 훈련. 다음 날 휴식이 절실할 법도 했지만 민병헌은 "내일도 타격 연습을 할 것"이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다음을 준비했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