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이호준(42) 회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부정적인 여론에 부담을 느꼈고, 회장직 사퇴로 모든 책임을 졌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호준 회장이 메리트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선수협 회장직을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회장직에 오른 뒤 1년 4개월만의 일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이호준 회장은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야구 팬들과 야구 관계자 여러분께 실망시켜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 최근 WBC 대회의 실패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도 선수들의 입장만을 성급하게 오해를 살 수 있도록 주장했다는 점을 반성한다. 야구팬 여러분께 사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이호준 회장이 여론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 우리가 메리트를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 각 구단의 단장님들이 오해할 정도의 의사 전달이 있었던 것 같다. 기자회견도 열었지만 여론 자체가 워낙 안 좋았다. 이호준 회장도 그런 부분에 부담을 느끼고 고심한 끝에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1년4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호준 회장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8월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고, 사죄 기자회견에서 '재발시 선수협에서 20억원 연대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한 것이 뜻하지 않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기로 한 이호준에게 회장직도 올해가 마지막이었지만 이번 메리트 사건으로 시즌 개막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선수협 후임 회장은 아직 미정이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오늘 사퇴가 최종 결정됐다. 다음달 이사회에서 후임 회장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 그 이전에 선수들을 쭉 만나 여러 의견을 묻고 듣겠다"고 밝혔다. 투표로 회장이 선출되지만 시즌 중이라 어떤 식으로 후임자 선정이 이뤄질진 아직 미지수. 어느 누가 되든 부담스런 자리란 점에서 후임자 선정에도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