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 구사↑’ 박세웅,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4.05 09: 30

“빠른공 타이밍에 커브를 구사하니 상대 타자들이 타이밍을 뺏긴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3)이 매년 발전하는 모습으로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토종 에이스의 부담감을 이겨내고 자신의 투구를 발전시키고 매진하는 모습이다.
박세웅은 지난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 개막전에서 6⅔이닝 동안 96개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박세웅의 투구는 돋보이는 편은 아니었다. 넥센 타자들을 온전히 압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비의 도움, 그리고 투구 패턴의 다변화를 가져가면서 마운드를 버텼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모습보다는 수비를 믿고 맞춰잡는 투구를 통해 아웃카운트를 늘려갔다. 선발 풀타임 2년차의 모습보다는 관록이 붙은 베테랑의 모습이 더 많이 엿보였다.
박세웅의 삼자범퇴 이닝은 단 2차례 밖에 불과했다. 매 이닝 출루를 허용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박세웅은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투구로 위기를 극복했다. 위기에 몰려도 혼자서 해결하려고 아등바등 애쓰는 모습이 아니었다.
박세웅은 경기 후 “오늘 경기는 수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운도 많이 따른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타구의 운도 박세웅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부분이었다. 다양한 변화구를 활용해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투구를 펼친 것이 이유였다. 
이날 박세웅은 빠른공 위주의 패턴으로 승부를 보되, 지난해 위닝샷을 활용했던 포크볼의 구사 비율을 현격히 낮췄다. 빠른공 50개를 던지면서 슬라이더 16개, 커브 15개, 포크볼 15개를 던졌다. 변화구가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던지면서 타자들의 눈을 현혹했다.
박세웅은 “오늘이 포크볼이 밀려들어가는 경향이 있어서 포크볼 비중을 낮추고 빠른공과 커브 위주의 피칭을 통해 경기를 풀어갔다”고 이날 등판을 평했다. 특히 지난해 사실상 봉인했던 커브의 구사 비율을 높이면서 타이밍을 뺏었다. 그는 “빠른공 타이밍에 커브를 던지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 젊은 투수들의 위닝샷은 대부분 포크볼이었다. 박세웅도 마찬가지. 위력적이었던 것은 맞다. 그러나 올해 현역시절 커브를 제대로 구사했던 김원형 코치가 투수 파트에 새롭게 부임하면서 포크볼에 편중됐던 롯데 투수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 바꿔놓았다. 이에 박세웅도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스프링캠프까지 커브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그는 “커브는 원래 던질 수 있었지만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커브가 지난해보다 많이 좋아졌다”면서 “100% 커브 때문은 아니지만 커브로 인해서 타자들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선발 투수가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무기다. 박세웅은 지난해 빠른공과 포크볼에 주로 의존하는 투구를 펼쳤다. 간간히 슬라이더를 활용하기도 했지만 모두 빠른 편에 속하는 변화구를 던졌다. 타자들을 속이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녹록치 않았다. 
박세웅의 말처럼 커브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상대하는 타자들의 선택지를 폭넓게 만들었다. 지난해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발전시킨 박세웅이었다. 여기에 올해는 커브의 완성도까지 높여 마운드에 섰다. 박세웅이 마운드 위에서 펼쳐질 퍼포먼스는 다양해질 것이다. 아직 보여줄 것은 더 많이 남아 있다. /jhrae@osen.co.kr
[사진] 부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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