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 변신’ 추신수, 배니스터 구상은 미완성?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05 06: 00

메이저리그(MLB)에서 오랜 기간을 활약한 베테랑 선수 추신수(35·텍사스)는 올해 작아 보이지만 큰 변화를 맞이한다. 바로 지명타자 출전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2005년 MLB 데뷔 이후 줄곧 외야수로 뛰었다. 중견수(160경기)나 좌익수(124경기)를 본 적도 있지만 주 포지션은 우익수(783경기)였다. 비록 수비력은 계속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으나 여전한 강견으로 지난해 또한 팀의 우익수 자리를 지켰다. 이런 추신수는 지명타자 경험이 별로 없다. 지명타자로 뛴 경기는 MLB 전체 경력을 통틀어 78경기에 불과하다.
MLB에서도 아메리칸리그에만 존재하는 지명타자는 타격만 전념하면 된다는 측면에서 어쩌면 ‘편해 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명타자들도 남모를 고충이 많다. 우선 수비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경기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예민한 집중력을 유지한다고 해도 경기에 뛰는 선수만 할 수는 없다. 덕아웃에 계속 앉아 있다 보면 몸도 굳어버린다.

계속 외야수로만 뛴 추신수도 지명타자 변신에 다소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시즌 개막전에서 선발 지명타자로 출전한 추신수는 이런 어려움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팀의 방침이니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름대로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다만 제아무리 MLB 통산 1174경기에 뛴 베테랑이라고 해도 단번에 적응할 수는 없다. 아직 지명타자로의 루틴이 완성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스프링 트레이닝 때는 (루틴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스프링 트레이닝 경기장에는 덕아웃에 연습할 수 있는 시설이 없었다. 그냥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추신수는 앞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추신수가 또 완벽히 지명타자로 나서는 것은 아니다. 구단이 추신수를 지명타자로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계속해서 부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상 위험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선택이다. 그러나 제프 배니스터 텍사스 감독은 4일 개막전을 앞두고 “추신수가 계속 지명타자로 뛰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포지션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팀 상황에 따라 어느 날은 지명타자로, 어느 날은 수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배니스터 감독은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둘 것이냐는 질문에도 상황을 들며 확답하지는 않았다. 추신수도 감독과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됐느냐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으로는 없었다”고 했다. 보통 베테랑 선수의 포지션이나 타순을 바꿀 때는 대화를 통한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배니스터 감독은 구상을 명백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추신수는 지명타자 적응과 매일 바뀌는 라인업이라는 ‘이중고’를 이겨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시즌을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며 출전 패턴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시점까지는 다소간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다만 추신수는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음을 밝히며 몸 상태만 괜찮다면 좋은 시즌이 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초반의 혼란을 이겨내고 힘찬 출발을 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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