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갈수록 한산해지던 부산 사직구장이 다시금 북적일 기미를 보이고 있다. 6년 만에 부산 사직구장에 다시 선 이대호로 말미암은 파급 효과가 가시화되기 시작됐다.
롯데는 지난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 개막전을 치렀다. 롯데는 넥센을 5-2로 격파하면서 3연승을 달렸다.
이날 홈 개막전의 주인공은 6⅔이닝 1실점 역투를 펼친 박세웅도, 결승타를 때려낸 외국인 선수 앤디 번즈도 아니었다.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펼친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1-0으로 앞선 1회말 1사 2루에서 넥센 선발 최원태와 1B1S 승부 끝에 3구 146km 빠른공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정규시즌 기준으로 지난 2011년 9월 22일 사직 SK전 이후 2021일 만에 사직구장에서 때려낸 홈런포였다. 결승포도 아니었고 쐐기포의 성격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대호가 정규시즌에서 사직구장에 복귀한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때려낸 것만으로도 이날 홈 개막전은 그 어느 때보다 후끈 달아올랐다.
사직구장은 이대호의 이름을 외치는 롯데 팬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대호는 이에 보답하는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이대호는 경기 후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홈 팬들께서 생각보다 더 큰 환호를 보내주셨다. 이 환호에 보답하지 못하면 팬들께 미안할 것 같았다”면서 “중심에 맞추려고 노력한 것이 홈런으로 이어졌다. 팬들의 환호에 기분이 업돼서 좋은 타구가 나온 것 같다”면서 이날 활약의 공을 롯데 팬들에게 돌렸다.
이날 사직구장에 울려 퍼진 함성은 2011년 이후 5년 동안 일본과 미국 등 이역만리에서 활약을 했어도 성적과는 괴리감이 느껴졌고, 이대호를 공허하게 만들었던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되찾은 것과 같았다. 실제로 이대호는 “그동안 응원이 한국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응원을 한국말로 해주셔서 좋다. 많은 힘이 났던 것 같다”고 말하며 국내 무대 복귀를 실감했다.
이대호의 복귀 효과였을까. 사직구장에는 24,953명의 야구 팬들이 사직구장을 찾았다. 롯데의 손아섭, 강민호, 최준석, 박세웅 등 간판 스타들을 향한 응원에 더해 이대호의 이름을 목청 높여 외치며 이대호의 부산 컴백을 다시 한 번 반겼다.
이날 모습은 마치 지난 2000년대 후반, 그리고 2010년대 초반 흔히 볼 수 있었던 ‘사직 노래방’의 재림과도 같았다. 당시 이대호를 중심으로 롯데는 화끈한 야구를 펼치며 부산 시민들을 야구장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대호 이탈 이후 롯데의 팀 컬러는 화끈했던 공격야구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확실한 중심 타선이 없는 관계로 다른 팀 컬러가 구축해야만 했다. 사직 노래방을 찾던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겼었다.
하지만 이제 이대호가 다시 돌아왔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공격 야구를 지향하면서 이대호의 효과를 십분 활용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잠시 잠잠했고, 폐업 위기까지 몰렸던 ‘사직 노래방’은 이대호의 컴백으로 다시금 달아오르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