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관리 하는 것을 보면 존경스럽다".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36)가 감탄할 정도로 한화 최고참 투수 박정진(41)은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지난 2010년부터 리그 통틀어 가장 많은 430경기를 던진 박정진은 41세가 된 올 시즌에도 개막 이후 4경기를 모두 개근했다. 짧고 긴 이닝 가리지 않고 있다.
두산과 개막 3연전은 4구·6구·5구로 짧게 던졌지만, 4일 대전 NC전은 2이닝 동안 32구를 뿌렸다. 안타 없이 볼넷 1개만 내줬을 뿐 삼진 3개를 뺏어내며 위력을 과시했다. 선발 배영수의 6이닝 무실점 호투에 이어 박정진이 깔끔한 투구로 승리를 지켰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9km로 빠르지 않았지만 볼 끝에 힘이 실려 있었다. 삼진 3개 모두 결정구가 직구일 정도로 힘 대 힘에서 밀리지 않았다. 윤병호와 이상호를 3구 삼진 돌려세웠고, 외국인타자 재비어 스크럭스도 삼진 잡으며 불혹의 힘을 발휘했다.

사실 박정진은 이날 모든 것을 보여준 게 아니다. 비장의 무기를 꺼내지 않았다. 바로 느린 커브볼이다. 박정진은 "오늘은 커브를 던지지 않았다. 다 슬라이더만 던졌다"며 "올해는 커브를 조금 많이 쓰려고 한다. 앞으로 조금씩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박정진은 직구·슬라이더 투피치로만 던졌다.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박정진의 직구와 떨어지는 슬라이더는 제구가 되는 날 쉽게 공략하기 어렵다. 다만 박정진은 몇 년 전부터 제3구종 추가의 필요성을 느꼈다. 서클체인지업을 준비했지만 손에 잘 익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커브를 연습했다.
이미 시범경기에서 시속 110km 안팎 각도 큰 커브볼을 몇 차례 선보였다. 박정진은 "시범경기에서 커브를 꽤 던졌다. 원래 커브를 거의 던지지 않았는데 (김성근) 감독님께서 스프링캠프부터 많이 던지며 연습해보라고 하셨다. 시범경기 때 곧잘 제구가 됐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규시즌에 아직 커브를 꺼내지 않은 건 이유가 있다. 박정진은 "시범경기 때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안 좋았다. 볼넷을 남발했기 때문에 영점부터 잡는 게 우선이었다"며 "밸런스가 안정되면 커브도 던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불혹을 넘어도 끄덕 없는 박정진이 또 한 번 진화하려 한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