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될 뻔한 힐만시프트였다.
KIA는 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의 경기에서 8회 김선빈의 역전 2타점 2루타를 앞세워 6-4로 승리했다. KIA는 2연승과 함께 4승1패를 기록했고 SK는 개막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SK 선발 메릴 켈리는 팀의 개막 4연패를 벗어내기 위해 혼신의 투구를 했다. 1회부터 매회 주자를 내보냈지만 위력적인 구위로 후속타자들을 잠재웠다. 그러나 KIA 선발 임기영도 물러서지 않는 호투로 영의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의 승부처는 4회 KIA 공격이었다. KIA 선두타자 김주찬이 우전안타를 날려 기회를 만들었다. 최형우는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냈다. 나지완이 득점타를 노렸지만 빗맞은 타구가 되면서 좌익수 앞에 떨어져 만루찬스로 이어졌다.
흔들린 켈리는 다음타자 서동욱과 승부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고 선제점을 허용했다. 그래도 안정을 되찾아 김선빈을 상대로 3루 병살로 유도했다. 최소 실점으로 막는 듯 했다. 그러나 다음타자 김주형에게 2루수 옆으로 빠지는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말았다.
여기에서 눈에 띠는 것은 SK의 수비시프트였다. 김주형이 타석에 들어서자 내야수들이 왼쪽으로 쏠렸다. 2루수는 2루 베이스쪽으로 바짝 붙었고 1루수와 공간이 크게 만들어졌다. 켈리는 몸쪽 공을 승부를 했어야 했는데 볼이 바깥쪽으로 살짝 흘렀고 김주형의 방망이 끝에 걸린 타구는 안간힘을 다해 달리던 2루수 옆으로 빠지고 말았다. 평소 수비 시프트라면 평범한 2루 땅볼이었다.
SK는 KIA 4번타자 최형우에게도 유격수와 3루 사이를 비워놓는 극단적인 시프트를 걸었다. 힐만 감독이 시범경기부터 상대타자의 타구 방향 특성에 따라 실행해온 것이다. 테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들에게 믿고 따르도록 했다. 그러나 이날은 묘하게 타구가 빈 공간으로 흐르면서 독이 되고 말았다. 김주형은 밀어치기도 하는 타자이다.
SK는 0-3으로 뒤졌지만 이후 공세를 펼쳐 최정의 역전 투런포를 앞세워 4-3으로 역전했다. 그러나 소방수 서진용이 8회말에 3실점으로 무너졌다. 김선빈에게 전진수비를 펼치가 중견수 키를 넘기는 장면도 SK에게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소방수의 뼈아픈 블론세이브와 함께 의도한 힐만 시프트가 화살이 되어 돌아오는 아찔한 경험까지 함께 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