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경기 14⅓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0.63.' 올 시즌 LG 불펜의 기록이다. 2000년대 후반 SK의 '벌떼 불펜'과 2012년 롯데의 '양떼 불펜'을 넘는 '쌍둥이떼 불펜'의 등장일까.
LG가 6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전을 4-0으로 승리했다. 넥센과 개막 3연전 싹쓸이에 이어 삼성과 3연전(1경기 우천 취소)서 2승. 도합 5전 전승이다. 지금까지 LG를 막은 건 봄비뿐이었다.
개막 5연승은 역대 네 번째로 긴 기록이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2003년 삼성이 보유한 10연승 기록에도 도전해봄직하다. 게다가 시즌 초반이라 의미가 크지는 않지만 LG는 단독 1위에 올라있다.

이같은 '역대급 스타트'의 원동력은 투타 조화다. LG의 팀 타율은 2할8푼3리로 리그 2위다. 이대호가 가세한 롯데가 3할6리로 1위에 올랐을 뿐, 나머지 팀들은 LG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팀 홈런은 5개지만 31타점으로 집중도가 높다.
마운드 역시 강세다. LG는 팀 평균자책점 1.00으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투고타저' 분위기에 시즌 초반인 점이 겹쳐 리그 평균자책점도 3.68로 낮지만, 그 중에서도 LG는 군계일학이다.
불펜의 탄탄함은 경기 막판 안정감을 더해준다. LG 불펜진은 올 시즌 5경기서 14⅓이닝을 던지며 1실점만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0.63.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은 kt 바로 다음 2위다. 세이브는 1개뿐이지만 홀드가 5개다. 최성훈(폭투로 1실점)을 제외한 김지용, 신정락, 진해수 등은 무실점 행진이다.
주목할 건 불펜의 투구이닝이다. LG 불펜이 던진 14⅓이닝은 리그 최저다. 불펜 투구이닝이 가장 높은 팀은 23⅓이닝을 던진 NC. LG와 무려 9이닝 차이다. 오롯이 불펜진만 한 경기를 더 치른 꼴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선발진이 긴 이닝을 던져준다는 의미다. LG 선발진은 리그 최다인 30⅔이닝을 소화하고 있는데, 평균자책점은 1.17로 가장 낮다. 두 경기 등판한 헨리 소사는 매 경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0.64를 기록 중이다. 차우찬과 윤지웅 역시 첫 등판서 무실점. 5이닝 3실점을 기록했던 류제국도 승리투수가 됐다.

거기에 타선이 터지며 대승하는 경기가 많아 필승조를 아끼는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자연히 LG 불펜 개개인의 투구이닝 역시 적다. 2⅔이닝을 던진 신정락과 김지용이 팀 내 최다 이닝이다. NC 장현식이 7이닝, 두산 김승회가 5이닝씩 소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적재적소에 투수를 올리는 '양파고' 양상문 LG 감독의 선택 역시 적중률이 높다.
현재 LG 불펜은 지금 '완전체'가 아니다. 지난 시즌 67경기 등판해 28세이브,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한 '클로저' 임정우가 부상으로 빠져있다. 최근 하프피칭에 들어간 임정우가 순조롭게 복귀한다면 원활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윤활유가 더해질 전망이다. 양상문 감독도 "불펜 투입 순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먼저 나오는 방식일 것"이라고 밝혔다. 투수들이 호투하니 집단 마무리에 집단 셋업맨까지 택하는 여유가 생긴 셈이다.
선발진의 호투가 불펜의 과부하를 덜어주고, 불펜진은 물려받은 적은 이닝을 효율적으로 던지는 것. 마운드의 필승공식이다. 그 어려운 걸 시즌 초 LG가 해내고 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