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가 필요한 순간, 타선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다. 개막 이후 5경기. 롯데 자이언츠는 득점을 손쉽게 뽑아내며 경기를 술술 풀어가고 있다.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뜨거운 타선을 꼽자면 롯데의 타선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롯데는 현재 팀 타율 1위(0.306), 팀 득점 1위(52점, 경기 당 10.4점), 팀 홈런 1위(10개), 팀 장타율 1위(0.553), 팀 OPS 1위(0.904) 등 공격력 거의 모든 부분에서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확실한 4번 타자 이대호가 타선에 합류한 뒤 타선의 무게감은 확실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한 것이었다. 여기에 현재까지는 이대호 합류로 인해 타선 전체가 동반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팀 공격력 전체가 살아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타선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면서 롯데는 점수를 뽑아야 할 때 뽑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현재 롯데 타선은 득점권에서 타율 0.528(36타수 19안타) 3홈런 28타점을 기록 중이다. 5할이 넘는 득점권 타율은 적은 표본에서 오는 비정상적인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는 평균적인 수치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롯데 타선이 득점권에서 보여주는 집중력은 과거 롯데가 보여줬던 응집력 부재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특히 경기 흐름 상 1점이 정말 필요한 순간, 희생과 팀 배팅을 통해 내야 할 점수를 내는 모습이 돋보인다. 득점권 타율 기록도 높지만 현재 롯데가 때려낸 4개와 희생플라이와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23개의 잔루는 롯데가 점수를 어렵지 않게 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희생플라이는 두산과 함께 최다 1위이고, 잔루는 SK와 함께 최소 1위다. 현재까지 힘과 세기를 모두 갖춘 밸런스가 잡힌 타선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이대호 효과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이대호가 4번 타자로 중심을 잡아주면서 타선 전체적으로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대호가 다시 돌아오기 직전, 롯데 타선은 점수 1점을 뽑는 것이 힘들었다. 강민호 최준석 등이 있지만 이들을 보좌할 만한 선수가 없었다. 타격을 할 수 있는 선수가 편중됐고, 해결사를 찾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롯데는 선수단 구성상으로는 힘들었던 뛰는 야구와 작전 야구 등을 펼친 바 있다. 지난해가 대표적인 경우였다. 겨우겨우 점수를 짜냈지만 1점을 얻는데 쏟는 힘은 비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굳이 힘들게 벤치가 여러 작전들을 구사하지 않아도 타자들의 구성과 타선 자체적인 힘만으로도 충실하게 득점을 뽑아내고 있다. 결국 쉽게 득점을 뽑아내면서 팀 전체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타선이 지금처럼만 역할을 해준다면 투수진 운영에도 숨통이 트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최효석 부산 MBC 해설위원은 “과거 롯데 타선은 점수를 내야 할 때 내지 못하면서 경기 후반 접전이 되는 경기가 많았다. 이는 결국 필승조를 소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1점을 내지 못하면서 시즌 전체적인 투수진 운용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과거 롯데의 상황을 빗대어 현재 롯데가 내는 득점의 효율성을 설명했다.
현재 타격 사이클이 최고조에 올라 있는 상황은 문제가 없지만, 타격 사이클이 최저점으로 떨어졌을 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관건이다. 하지만 적어도 당분간 롯데 타선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어도 될 듯 하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