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명성에 비해 출발은 안 좋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파이어볼러로 주목받은 한화 외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34)가 의외로 고전하고 있다. 데뷔전이었던 지난 1일 잠실 두산전 4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4실점으로 승패없이 물러난 데 이어 6일 대전 NC전은 5이닝 8피안타 1볼넷 2사구 5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2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평균자책점 8.38, WHIP 1.66, 피안타율 3할1푼7리로 세부 성적도 좋지 않다. 총액 180만 달러로 신입 외국인선수 중 최고액을 받는 오간도이기에 기대이하 투구에 실망감이 크다. 다만 2경기 모두 운이 따르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과연 오간도의 초반 부진은 불운일까 실력일까.

▲ 김성근 감독 우려가 현실로?
오간도는 캠프 때 이미 최고 152km 강속구를 뿌리며 큰 관심을 모았다. 기대감이 커져가고 있을 때 김성근 감독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1이닝은 문제없을 투수"라면서도 "속도는 빠르지만 떨어지는 공이 없다. 구종이 다양하지 못해 선발로 긴 이닝을 던져줄 수 있을진 지켜봐야 한다.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라서 볼 개수도 많은 편이다"고 우려했다.
첫 2경기에서 오간도의 투구는 김 감독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총 188개의 공을 던진 오간도는 이닝당 투구수가 19.4개로 20개에 육박한다. 5이닝 안팎에 평균 투구수가 90개를 넘는다. 패스트볼(102개)·슬라이더(66개) 비율이 89.4%인 투피치 스타일로 모두 빠른 공이다. 반면 느린 구종에 해당하는 체인지업(16개)·커브(4개) 비율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김 감독은 "오간도는 결정구가 없다. 볼카운트 싸움에서 끌려다닌다"고 지적했다. 경기 초반 구위가 좋을 때는 힘으로 윽박지를 수 있지만, 힘이 떨어지면 단조로운 투구 패턴으로 노림수에 읽힌다. 김 감독은 "지금 봐선 70개 정도가 한계 투구수인 것 같다"며 "삼진보다는 맞혀잡는 투구로 볼 개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직까지는 뜻대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은 빠르지만 볼끝이나 움직임은 위력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오간도의 볼을 상대한 타자는 "볼끝이 그렇게 좋은 것 같진 않다. 구속에 비해 눈에 잘 들어온다. 한두 번 상대하다 보면 쉽게 칠 수 있다"고 말했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오간도의 직구 회전수는 31.60회로 넥센 앤디 밴헤켄(56.88회), kt 돈 로치(47.40회), 두산 더스틴 니퍼트(42.51회), LG 헨리 소사(42.16회) 등에 비해 적게 움직인다.
▲ 거듭된 불운, 아직 적응 과정?
2경기에서 오간도는 유난히 운이 따르지 않았다. 첫 경기였던 두산전은 오락가락하는 비와 바람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은 오간도는 2경기 내내 수비 도움도 받지 못했다. 실책은 2개이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도 있었다. NC전엔 수비 범위가 넓지 않은 좌익수 이양기-우익수 최진행 코너 외야 영향으로 NC 주자들이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했다.
여기에 등판 일정도 불규칙했다. 두산전 90개를 던지고 4일의 휴식을 갖고 NC전에 등판했다. 당초 개막전 선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다음 순서였다. 그러나 비야누에바가 "어깨가 무겁다"며 등판 일정을 뒤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고, 이 바람에 하루 앞당겨진 오간도의 루틴도 흔들렸다. 등판 이틀 전 선발 날짜를 통보받은 만큼 4일 또는 5일 간격으로 준비할 수 없었다.

최소 4월 한 달은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3년간 메이저리그에서 구원으로만 던졌고, 풀타임 선발로 투구수를 늘려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범경기는 손톱이 깨지는 문제로 2게임밖에 던지지 못해 볼 개수를 늘리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직구 평균 구속도 147.2km로 지난해 메이저리그 시절 던진 151km에 비해 3km가량 떨어졌다. 이 역시 아직 오간도의 몸 상태가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김성근 감독도 "오간도나 비야누에바나 최근에는 이닝을 길게 던지지 않았다. 4월 한 달이 넘어가면 (늘어난 개수에)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한화 관계자도 "오간도가 시범경기에서 공을 많이 던지지 못했다. 적응하는 시간이 조금은 더 필요하다. 날이 풀리면 구속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며 "감독님이 요구하는 떨어지는 공을 던지기 위해 스스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2경기로 오간도를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 속단은 금물, 지금은 불운인지 실력인지 알 수 없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