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 포지션에서 희비가 교차했다. 가드들의 활약 여부에 경기의 흐름이 바뀌며 승리와 패배를 가르는 역할을 했다.
지난 11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서울 삼성이 78-61로 고양 오리온을 꺾었다. 여러 면에서 오리온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이 엎어졌다. 특히 삼성은 4쿼터에 20점 이상의 점수 차가 벌어져 주축 선수를 대부분 뺄 정도였다.
결과만 봐도 삼성이 잘했고, 오리온이 못했다는 사실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조차 "창피한 경기다. 비난을 받아도 마땅한 경기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오리온은 자신들이 가진 공격적인 능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삼성의 수비가 오리온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추 감독도 "삼성의 지역 방어에 대한 대처가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삼성의 지역 방어를 제대로 뚫지 못한 오리온은 정규리그 득점 2위 애런 헤인즈가 본인의 평균 득점인 23.85점에 미치지 못하는 16점을 기록했다.
삼성이 펼친 수비의 핵심이 헤인즈의 봉쇄였기 때문이다. 삼성은 헤인즈를 제외한 골밑 돌파, 그리고 외곽 슛에 대한 봉쇄를 최우선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가드 오데리언 바셋의 외곽슛 시도를 막는 건 포기했다. 바셋의 슛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이 원하는 바는 경기에서 100% 실현됐다. 오리온의 3점슛 성공률은 22%에 불과했다. 바셋이 10점을 넣기는 했지만, 3점슛 2개와 2점슛 5개를 놓쳤다. 바셋이 놓친 공은 골밑이 강한 삼성에 향했다. 삼성은 이날 리바운드 싸움에서 46-28로 오리온을 압도했다.
바셋이 슛만 못 넣은 것이 아니다. 바셋은 가드로서 역할도 못 했다. 삼성의 지역 방어를 뚫도록 동료들을 이끌어야 했지만 판단 자체가 틀렸다. 추 감독은 "수비를 읽고 적절하게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 방어를 뚫을 때 하는 지시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드에서 모든 것이 꼬인 오리온과 달리 삼성은 가드의 활약에 미소를 지었다. 천기범의 부상, 김태술과 주희정의 컨디션 저하 속에서도 가드들이 제 몫을 했다. '가드 왕국'이라 불리는 삼성다운 모습이었다.
삼성은 1쿼터에 오리온의 공세에 밀려 분위기를 내주는 듯했다. 그러자 삼성 이상민 감독은 선발로 세운 김태술을 벤치로 부르고 주희정을 넣었다. 주희정은 컨디션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들어가서 동료들을 이끌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자신이 직접 3점슛을 넣기도 했다.
주희정의 지도 속에 전열을 정비한 삼성은 2쿼터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오리온을 철저하게 봉쇄해 8점으로 묶어 놓고 삼성은 27점을 몰아넣었다. 또 다른 가드 이동엽도 3점슛 1개를 포함해 7점을 넣으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 감독은 "주희정과 이동엽이 200% 이상을 해줬다. 희정이가 6강 PO 5차전에서 부상을 당했음에도 자신의 역할을 잘해냈다. 오늘 식스맨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