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0일 만의 1위' 이끈 '토종 에이스' 박세웅의 가치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12 06: 05

올해 7승 중 2승이 박세웅…선발진 세대 교체 증거
롯데가 1460일만에 KBO리그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초 1위 등극보다 더 반가운 건 그 중심에 '토종 에이스' 박세웅(22)이 섰다는 점이다.
롯데는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전에 선발등판을 6-4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박세웅은 5⅓이닝 5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시즌 2승. 순조로운 출발이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리그 1위에 올랐던 건 1460일 전인 2013년 4월 12일. 당시 롯데는 5승2패1무로 리그 선두에 올라섰다. 하지만 순위 이면에는 어두움이 존재했다.
당시 롯데의 5승 중 3승이 구원승이었다. '클로저' 김사율이 5경기서 2승 1홀드를 기록했다. 정대현도 4경기서 1승을 챙겼다.
선발승은 쉐인 유먼과 송승준이 한 개씩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유먼은 외국인 선수였고 송승준은 당시에도 33세의 베테랑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롯데가 올린 7승 중 5승이 선발승이며, 그 중에서도 '영건' 박세웅이 2승을 기록했다. 선발 로테이션의 세대 교체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흐름인 셈이다.
박세웅의 이날 승리는 팀 1위 등극 이외에도 자신의 약점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박세웅은 지독한 '원정 징크스'에 시달렸다. 지난해 6월 25일 대전 한화전부터 무려 7연패. 같은 기간 박세웅은 원정 경기 여덟 차례 선발등판해 승리 없이 7패 평균자책점 9.51로 처참했다.
박세웅은 어린 나이에도 팀 사정상 3선발 역할을 맡고 있다. 외인 원투펀치 다음인 '토종 에이스' 자리. 부담스러울 법한 상황에 원정 징크스까지 맞닥뜨렸다. 하지만 박세웅은 여러 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을 호투로 맞서며 팀을 1위로 올리는 데 앞장섰다.
결정구의 다양함도 돋보였다. 박세웅은 이날 경기 최고구속 147km의 빠른 공 위주의 투구를 선보였다. 여섯 개의 삼진 중 세 개는 속구로 빼앗았다. 하지만 1회와 3회, 최정을 삼진으로 솎아낼 때는 포크볼을 떨어뜨렸다. 최정은 두 타석 연속 맥없이 방망이를 헛돌렸다. 4회 이재원을 삼진으로 처리할 때는 슬라이더를 꺼내들었다. 다양한 승부구는 SK 타자들의 수 싸움을 힘들게 만들었다.
경기 후 박세웅은 "1회에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지만 (강)민호 형의 볼배합으로 위기를 이겨냈다"라며 겸손함을 뽐냈다.
물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박세웅은 지난 시즌에도 첫 두 경기서 2승을 따내는 등 페이스가 좋았다. 하지만 이후 페이스가 신통치 않았다. 특히 전반기와 후반기가 극명했다.
박세웅은 전반기 15경기에 등판해 6승6패, 평균자책점 5.08로 평범했다. 하지만 후반기 12경기서 단 1승을 추가하는 동안 6패, 평균자책점 6.64로 고전했다. 전반기 기세라면 데뷔 첫 10승 고지 점령이 유력해보였지만 체력 저하가 눈에 띄었다.
박세웅도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부터 방심하지 않고 더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컨디션 유지를 다짐했다.
롯데는 '안경 낀 우완 에이스'에 대한 향수를 지닌 팀이다. 물론 故 최동원이나 염종석에 빗대기에 박세웅은 아직 영글지 못했다. 그러나 한 걸음씩 자신의 성장세를 증명하고 있다.
박세웅은 2015년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내 자신에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면 故 최동원을 상징하는 금테 안경을 쓰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어쩌면 롯데 팬들이 특유의 스포츠 고글 대신 금테 안경을 쓰고 나오는 박세웅과 마주할 날이 멀지 않았을 수도 있다. /ing@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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