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 닉 애디튼(30)의 KBO리그 첫 등판은 성공적이었다. 외국인 선수의 적응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롯데는 적응마저 빠른 애디튼이 반갑다.
롯데는 기존 외국인 투수였던 파커 마켈(27)을 개막도 하기 전에 임의탈퇴했다. 수면장애가 이유.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부터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초 구상이 어그러진 상황. 그를 대신해 데려온 애디튼은 구속이 140km 초반인 점과 적은 연봉(50만 달러) 등을 이유로 팬들의 기대가 덜했다.
하지만 애디튼은 이러한 전망을 보기 좋게 비껴갔다. 9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LG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경기에 선발등판, 5⅓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영입 당시 롯데의 발표대로 속구 구속은 140km대로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변화구, 특히 체인지업을 앞세워 한껏 불붙었던 LG 타선을 식혔다.

애디튼의 호투로 선발 로테이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애디튼의 활약을 반겼다. 조 감독은 11일 SK전을 앞두고 "키가 큰 데다 릴리스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온다"라며 "구속은 140km대 초반이지만 타자들 체감은 그보다 훨씬 빨랐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원우 감독은 "애디튼 같은 유형의 선수는 기복이 적다"라며 올 시즌 기대를 밝혔다. 애디튼이 "내 장점은 꾸준함이다"라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 하는 대목.
마켈과 달리 대체 선수 애디튼은 적응마저 빼어나다. 애디튼은 "며칠 전 삼겹살을 먹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LG를 상대로 했던 첫 등판을 돌아본다면?
"우선 승리해서 좋았다. KBO리그 첫 등판이었다. 긴장과 불안, 흥분 등 다양한 감정이 공존했는데 막상 마운드에 오르니까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 LG전 전체 96구 중 체인지업이 23구였다.
"첫 등판에서 보여준 체인지업 제구는 만족스러웠다. 그날 체인지업 감이 좋았기 때문에 경기에서 주 무기로 활용했다. 하지만 체인지업 말고 다른 변화구도 자신 있다.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가져갈 생각이다."
-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다.
"그렇다. 하지만 시즌은 길다. 한 경기로 내 모든 걸 다 보여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장점은 꾸준함이다. 매 경기 팀이 승리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 LG 타자들의 시즌 초 감이 굉장했다. 그래서 호투가 더 빛났다.
"경기 전 그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고 구상했던 게임 플랜대로 경기를 풀어갔고, 승리를 따냈다. 앞으로도 상대 타자들보다는 내 플랜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공격적으로 승부할 것이다."

- 대만프로야구(CPBL)과 KBO리그의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첫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구체적인 비교는 힘들다. 하지만 KBO리그가 CPBL보다 몇 단계 위인 건 분명하다. 시즌을 치르면서 그 차이를 명확하게 느낄 것 같다. 물론 대만에서 아시아 야구를 경험했던 게 KBO리그 적응에 도움이 될 것 같다."
- 롯데 팬들의 응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내가 등판한 날이 올 시즌 8번째 경기였다. 그런데 관중석을 보면 마치 포스트시즌 같았다. (웃음) 또, 한 구 한 구를 던질 때마다 팬들은 내게 응원을 건넸다. 열기가 엄청났다."
- 가장 반겨준 선수를 꼽자면?
"이명우. 그는 언제나 웃는다(always smile).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 같은 외국인 좌완 투수 브룩스 레일리의 존재가 든든할 것 같다.
"레일리는 KBO리그 3년차다. 상대 팀 타자들은 물론 사직구장의 특징과 부산 맛집 등 모든 걸 알려준다. (웃음) 오히려 내가 이것저것 꼬치꼬치 묻기 때문에 피곤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 한국에 온지 일주일이 좀 넘었다. 야구외적으로 적응은 잘 되어가는지?
"그렇다. 사직구장에 도착해 첫 인사를 건넸을 때 선수들은 물론 코칭 스태프, 구단 프런트 모두 나를 반갑게 맞아줬다. 며칠 전 먹었던 삼겹살이 기억에 남는다. 부산 경치도 좋고, 지금 느낀 모든 게 다 좋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