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내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의 선수가 갑작스럽게 이탈했다. 졸지에 롯데 자이언츠의 핵타선에 균열이 생겼다. 롯데의 부상 악령이 다시 시즌 초반에 찾아왔다. 롯데는 1년 전에도 이맘때, 부상 이슈들이 연달아 터지며 어려운 시기를 맞이했다. 과연 올시즌에는 다를 수 있을까.
롯데는 11일 인천 SK전을 6-4로 승리하면서 3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3연승의 기쁨보다는 내상이 더 뼈아픈 하루였다. 경기 전 타격 훈련을 하던 전준우가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병원으로 후송됐고, 검진 결과 왼쪽 옆구리 근육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4주 가량 선수단을 이탈할 전망. 롯데로서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다.
전준우는 개막 이후 8경기 타율 0.371(35타수 13안타) 4홈런 11타점 10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205의 초절정의 감각을 과시하고 있었다. 4번 이대호 앞에서 물꼬를 충실히 터주면서 자신도 해결사 역할을 하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호사다마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롯데와 전준우 모두에게 안타까운 부상 소식이었다.

이미 검진 결과는 나왔고, 전준우의 이탈이 아프지만 이제는 이 공백을 메워야 하는 것이 과제다. 그런데 1년 전 이맘때도 롯데는 주요 선수들의 부상 이탈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4월 초, 주전 유격수로 낙점 받았던 오승택이 자신이 파울 타구에 맞아 정강이 분쇄 골절 부상을 당하며 시즌 초반 구상 자체가 꼬였다. 이후 황재균과 문규현의 주전급 내야진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면서 롯데는 시즌 초중반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대체 자원들의 부진도 한몫했다.
1년 전과 현재의 상황을 같이 볼 수는 없다. 1년 전과 현재 롯데의 선수층은 달라진 것이 사실이고, 초반 분위기는 오히려 지금이 좋다. 특히 전준우가 이전 경기에서 해왔던 해결사 역할들을 다른 선수들이 이어 받는 이상적인 장면이 11일 경기에서 연출됐다. 11일 경기에서는 전준우의 리드오프 자리에 손아섭이 들어섰고 3안타에 쐐기 2타점 2루타까지 뽑아내는 맹타를 휘두르며 전준우의 공백을 지웠다.
전준우의 부상 이탈로 인한 외야진은 김문호-이우민-손아섭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김문호의 타격감이 현재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우민의 초반 페이스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손아섭도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고,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김문호만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된다. 또한 외야진 백업 역시 김민하, 나경민, 여기에 정훈 등이 돌아가며 활약한다면 전준우의 부상 이탈 공백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이제 롯데는 추가적인 부상 이슈들을 조심하면 된다. 불가항력적이지만, 지난해와 같은 부상 도미노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경우 롯데의 초반 페이스는 쉽게 꺾일 수 있다. 그러나 이대호를 위시한 롯데의 타선과 분위기는 1년 전 악재들로 둘러싸였던 당시의 롯데와는 분명히 다른 위기 극복 능력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