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0·LA 다저스)이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상대로도 전혀 물러서지 않은 모습을 선보였다. 그러나 5이닝이라는 성과는 이번에도 따라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시카고 컵스의 벽을 확인하며 아쉬운 등판을 마쳤다.
류현진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4⅔이닝 동안 77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2피홈런) 3사사구 5탈삼진 4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타선 탓에 고독한 싸움을 한 류현진은 결국 이번에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패전(시즌 2패)을 떠안았다.
‘쿠어스필드에서의 콜로라도’라는 극악 난이도의 등판을 4⅔이닝 2실점으로 비교적 무난하게 마친 류현진은 또 하나의 산을 만났다. 바로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자, 올해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시카고 컵스를 원정에서 만난 것이다. 류현진은 통산 컵스와의 2경기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92로 잘 던졌던 기억이 있지만, 2013~2014년 컵스와 지금의 컵스는 완전히 다르고, 더 강해진 팀이었다.

여기에 컵스는 유독 좌완에게 강한 팀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좌완 상대 팀 타율 및 OPS(출루율+장타율)에서 애리조나에 이은 내셔널리그 리그 2위였던 컵스는 올해도 좌완 상대 팀 타율이 3할7푼3리, OPS가 1.021에 이르렀다. 아직 시즌 초반 기록이기는 하지만 왼손에 강한 팀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경기 초반 이에 전혀 굴하지 않았다. ‘바람의 도시’ 시카고에 경기 전 내린 비로 날씨가 매우 쌀쌀해 몸을 제대로 풀기가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제구와 커맨드로 컵스 타자들을 상대했다. 초반에는 주심의 스트라이크존과 다소 궁합이 많지 않는 듯한 모습도 있었지만 이내 적응하며 컵스 타선과 팬들의 함성을 모두 잠재웠다.
몸이 덜 풀린 1회 리조에게 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실투까지는 아니었다. 바깥쪽 공을 오히려 리조가 잘 잡아 당겼다고 볼 수 있는 타구였다. 2회에는 1사 1,3루 위기에 몰렸지만 바에스의 애매한 타구를 2루수 포사이드가 잘 처리해주며 힘을 냈다. 구속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한 3회에는 컵스가 자랑하는 슈와버-브라이언트-리조를 삼자범퇴로 정리하며 상승세를 알렸다.

1·2회까지 투구수는 36개로 조금 많은 편이었지만 3회 상대 강타선을 12개로 정리하면서 투구수 조절까지 잘 됐다. 4회 선두타자 러셀에게 던진 3구째 패스트볼이 한가운데 몰리는 최악의 실투로 연결되며 좌월 솔로홈런을 얻어 맞았지만 더 흔들리지는 않았다. 나머지 세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하지 않은 채 4회를 마쳤다.
하지만 5회에 들어가자 다소 힘이 떨어진 듯 했다. 5회 볼넷을 얻어 출루한 류현진은 루상에 있었던 시간이 길었고, 이와도 연관이 있는 듯 보였다. 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위기를 자초하더니, 결국 슈와버와 리조에게 적시타를 맞고 2점을 내줬다. 그러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주저없이 불펜을 호출했다. 류현진의 5이닝 과제는 또 한 번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좌절됐다. /skullboy@osen.co.kr
[사진] 시카고(미 일리노이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