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로맨틱펀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배 걷기대회 참가하실래요?”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04.19 14: 34

[OSEN=김관명기자] 4인조 록밴드 로맨틱 펀치(Romantic Punch)가 싱글을 냈다. 지난 13일 발매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다. 앞서 지난 3월23일에는 역시 싱글로 ‘zzz’를 냈다. 앞으로도 ‘갤럭시 익스프레스’(가제. 5월), ‘코스믹 자이브’(가제. 6월), ‘라이프 온 마스’(가제. 7월)를 낼 계획. 8월에는 이를 묶어 미니앨범(EP)으로 완성할 예정이다. 그러는 사이 그린플러그드 서울(5월), 부산국제록페스티벌(8월),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8월)에 참가하고, 지난 2009년부터 거의 매달 해오고 있는 단독공연 ‘로맨틱 파티’도 벌인다. 이 와중에 리더이자 보컬인 배인혁은 최근 MBC ‘복면가왕’에 ‘양천구 목동 양치기소년’으로 출연하는 깜짝쇼까지 펼쳤다. 몹시 바쁜 이들, 배인혁 레이지 트리키 콘치를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났다.
= 반갑다. 지난 2집은 정말 대단한 앨범이었다.
(배인혁) “당시 쓴 음반평 잘 봤다.”

cf. 지난 2013년 7월에 낸 로맨틱 펀치의 정규 2집 ‘Glam Slam’에 대한 당시 기자의 음반평을 짧게 소개한다. ‘2번 트랙 ‘글램 슬램’은 예전 1960년대 말~70년대 초 영미 하드록밴드처럼 기타연주와 보컬의 에너지가 철철 넘쳐나는 곡. 국내 글램록의 대부라 불리는 밴드 이브의 보컬리스트 김세현의 피처링도 돋보이고, 쉴새없이 속주로 치닫는 일렉기타 리프, 이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드럼의 리듬감과 타격감 역시 매력적이다. 제목 그대로 글램(Glam)하고 슬램(Slam)한 곡. 그런데 반복해서 들을수록 알게모르게 귀와 몸으로 전해져오는 이 ‘음습한 기운’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3번 ‘TGIF(Thank Girl, It's Friday)'. 3분34초가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이번 2집 중 가장 흥겨운 로큰롤 트랙이다. '괜찮아요 금요일 밤이잖아요'라는 가사와 멜로디가 댄스곡의 하이라이트(사비)처럼 반복되는 구조가 그대로 귀에 박히고, 어렴풋이 뿅뿅 거리는 신디사이저의 음도 은근히 흥행공식에 기댄 것 같아 흥미롭다. 'TGIF', 한마디로 젊고 유쾌하다.’
= 우선 로맨틱 펀치와 멤버들을 잘 모르실 선량한 독자들을 위해 본인들 및 현재 쓰고 있는 악기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배인혁) “작사와 작곡, 노래를 맡고 있는 배인혁이다. 인이어는 슈어 535, 일렉트릭 피아노는 야마하 CP4를 쓴다. 2001년 서울재즈아카데미에 입학해서 그곳에서 레이지와 콘치를 만났고, 본격적으로 밴드를 해보자 해서 홍대로 진출했다.”
(레이지) “기타 치는 레이지다. 본명은 권영환으로 2013년 11월에 결혼해 네 살 아들과 이제 백일 된 아들을 뒀다. 2002년 서울재즈아카데미에 들어가 배인혁과 콘치랑 1년 동안 함께 배웠다. 2003년부터 밴드로 활동했다. 기타는 현재 깁슨 레스폴과 마빈기타 커스텀 모델을 쓴다.”
cf 1. 레이지의 아내는 로맨틱 펀치에서 베이스를 치던 원년멤버 하나. 결혼 후 2015년 은퇴를 했고 지금 로맨틱 펀치의 베이스는 객원 체제로 운영된다.
cf 2. 2003년 결성 당시 팀명은 ‘WADISH’(워디시. Wash the Dishes)였다. 2009년 ‘내일로 Jump’가 실린 EP 1집 ‘Romantic Punch’ 때부터 ‘로맨틱 펀치’로 바꿨다.
(트리키) “드럼 치는 트리키다. 콘치랑 안양 백영고 동창인데, 군대를 갔다왔더니 ‘워디시의 드러머가 나가게 됐으니 도와달라’고 해서 팀에 합류하게 됐다. 드럼은 펄 레퍼런스 세트, 페달도 펄의 데몬을 쓴다. 특히 페달만큼은 드러머 발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늘 갖고 다닌다.”
(레이지) “콘치가 친한 친구가 있다고 해서 데려왔는데 잘 치더라. ‘내일로 Jump’ 앨범부터 합류했다.”
= ‘트리키’, 이게 뭔 뜻인가. 그리고 이제 보니 배인혁만 빼놓고는 영어 예명이다.
(트리키) “교활하다는 뜻의 ‘tricky’다. 본명은 고용진이다.”
(레이지) “게으르다는 뜻의 ‘lazy’다.”
(배인혁) “난 딱히 지을 게 없었다.”
(콘치) “기타 치는 콘치(Konchi)다. 서울재즈아카데미를 2003년에 (배인혁 레이지와) 함께 졸업해서 그해 7월2일 홍대 프리버드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기타는 깁슨 에스지, 어쿠스틱 기타는 마틴 HD28와 코로나 커스텀을 쓴다. 본명은 강호윤이다.”
= 초창기 드러머는 왜 나갔나.
(배인혁) “목사 한다고 나갔다. 밴드로는 비전이 안보인다나. 지금은 목사가 됐다.”
= 평소 궁금한 게 또 있다. 지금까지 선보여온 로맨틱 펀치의 앨범 재킷은 누구 작품인가. 그 키치적이고 만화 같은 디자인이 상당히 강렬했다.
(배인혁) “최정진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다. 그 형이 우리 음악을 좋아한다. 새 앨범의 컨셉트와 함께 데모음원을 보내드리면 그 형이 알아서 해준다. 3~7월에 나오는 싱글 5곡은 우리 회사 직원이 ‘대충’ 했거나 할 것이고, 8월에 나올 EP 앨범 재킷은 다시 정진이형이 해줄 계획이다.”
= 자, 이제 함께 신곡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4월)와 ‘zzz’(3월)를 들어보자. 코멘터리를 부탁드린다.
 cf.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가사 = 어제의 밤은 어떤 색이었던가 무심코 흘러가니 잊혀져 가네 우리의 밤은 너무 짧고 짧아서 금세 지나가 버릴 텐데요 / 달콤한 한잔 또 한잔 천천히 입안에 가득 피어 오르는 꽃 향기 우리의 밤은 너무 짧고 짧으니 천천히 가요 오늘 밤엔 / 걸어요 이 별빛 위를 비 그친 이 거리를 조금씩은 젖어도 혹 낯선길이어도 상관없어요 어디라도 / 걸어요 이 밤에 취해 흔들리는 거리를 조금은 쌀쌀해도 혹 어둔 길이어도 상관없어요 오늘 밤엔 / 당신이 좋아하는 노래는 뭔가요 몇 곡 쯤 들어야 아침이 올까요 우리의 밤은 너무 짧고 짧아서 금세 지나가 버릴 텐데요 / 계절의 바람마다 향이 달라요 달빛이 어른대는 강물의 흐름도 우리의 밤은 너무 짧고 짧으니 천천히 가요 오늘 밤엔 / 걸어요 이 별빛 위를 비 그친 이 거리를 조금씩은 젖어도 혹 낯선길이어도 상관없어요 어디라도 / 걸어요 이 밤에 취해 흔들리는 거리를 조금은 쌀쌀해도 혹 어둔 길이어도 상관없어요 오늘 밤엔 / 한걸음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어가요 바람과 별빛과 달빛의 계단 위를 / 걸어요 이 별빛 위를 비 그친 이 거리를 조금씩은 젖어도 혹 낯선 길이어도 상관없어요 어디라도 / 걸어요 이 밤에 취해 흔들리는 거리를 조금은 쌀쌀해도 혹 어둔 길이어도 상관없어요 오늘 밤엔 / 밤은 짧아요 걸어 걸어가요 밤은 짧아요 걸어 걸어가요
(로맨틱 펀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교토의 작가’로 불리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동명 판타지 소설을 배인혁이 읽은 후 감동을 받아 직접 일본 교토의 야경을 바라보며 만든 곡이다. 노래 시작하자마 보컬이 들어간 것은 콘치의 아이디어. 원래는 둥둥 드럼 4마디가 있었는데 마지막 작업에서 들어냈다. 기타 리프는 레이지의 작품이다. 존 메이어를 떠올리며 만든 기타 솔로다. 중간에 나오는 갑작스러운 전조는 프로듀서인 제이제이 형이 했다. 마지막에 여성 코러스가 등장하는데 바로 제이제이 형의 아내다. 워낙 톤이 좋으신 분이다.”
= 피아노 연주가 좋다.
(로맨틱 펀치) “밴드 모놀로그의 황안나가 쳤다. 사실 우리 밴드에 전문 피아노 연주자가 없지만, 피아노 중심으로 편하게 가보자, 이런 느낌으로 곡을 만들었다. 기타 사운드를 최대한 뒤로 뺐다. 로맨틱 펀치 최초의 이지 리스닝 곡이다. 아니다. ‘마멀레이드’(2016년 2월)가 있었구나(웃음).”
= 모리미 도미히코가 그렇게 좋나.
(배인혁) “이 작가의 ‘유정천 가족’을 감명 깊게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일본의 신사들을 돌아다녔을 정도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해서 따라다니고 하는 그런 내용인데, 이번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뮤비의 컨셉트가 됐다.”
= 아하, 어쩐지 좀 상투적이다 싶었다(웃음). 뮤직비디오 주인공은 누구인가.
(배인혁) “클리쉐도 필요하다(웃음). 신인 배우들인데 뮤비 감독이 알아서 섭외했다. 우리는 뮤비가 이런 느낌이면 좋겠다, 이런 모티프만 건넸다. 홍대와 연남동, 윤중로 등에서 찍었다. 밴드신은 과천 선바위 부근 도로에서 2주전에 찍었다.”
= ‘zzz’도 좋더라(밴드는 이 곡 제목을 ‘지지지’로 불렀다). 뭔가 통렬하고 통쾌한 느낌이다.
cf. ‘zzz’ 가사 = 사실은 너의 마음 속에 뜨는 달이 어떤 색인지는 1도 관심 없어요 그래요 그런 얘긴 니 방 침대에 누워 널 좋아하는 고양이에게나 / 사실은 아까부터 일어나고 싶었는데 헛소리가 은근히 재미났어요 그래도 그런 얘긴 니 방 책상에 앉아 널 기다리는 일기장에나 / 이거 참 지루해 지루해 이제 일어날래요 / 잘 있어요 나는 집에 갈 거예요 배고프고 졸리기도 하고 잘 있어요 나는 집에 갈 거예요 개똥 같은 소리 듣고 싶진 않아 / 마냥 자기 멋에 취해 뱉는 말들 뭔 소릴 하는지 1도 모르겠어요 오히려 내가 이해 못 하는 거 라니 참나 어이가 없단 말이야 / 너무 큰 목소리 꾸며낸 유토피아 헛소리죠 당신이나 잘하세요 차라리 나는 티비 앞의 소파에 누워 탱글탱글한 사과나 먹을래 / 이거 참 지루해 지루해 이제 일어날래요 / 잘 있어요 나는 집에 갈 거예요 배고프고 졸리기도 하고 잘 있어요 나는 집에 갈 거예요 / 개똥 같은 소리 듣고 싶진 않아 너의 신경 쓴 몸짓들까지도 날 보며 꾸며진 표정들마저도 모두 만들어진 네 세상이 난 난 난 피곤하단 말야 / 잘 있어요 나는 집에 갈 거예요 배고프고 졸리기도 하고 잘 있어요 나는 집에 갈 거예요 개똥 같은 소리 듣고 싶진 않아 / 잘 있어요 나는 집에 갈 거예요 배고프고 졸리기도 하고 잘 있어요 나는 집에 갈 거예요 진심 없는 얘긴 듣고 싶진 않아요’
(배인혁) “이 곡을 쓸 때는 브리티쉬 록에 완전 빠져있던 때였다. 뒤늦게 오아시스에 빠졌다(웃음). 갑이 길게 말을 늘어놓는 상황에서 이를 지루해하는 을의 마음을 담았다. 이 곡은 무엇보다 기타가 대단하다. 영환이(레이지)가 기타 라인을 잘 뽑았다. 갑을 조롱하는 느낌이 듬뿍 묻어난다. 사실 나 역시 비아냥조로 불렀다. 사실 가사에 나오는 ‘개똥 같은 소리’는 트리키가 자주 쓰는 말이다.”
(트리키) “맨처음 인트로 때 폴리 리듬의 기타도 내 아이디어다. 이 곡은 라이브로 할 때 떼창 분위기가 아주 좋은 곡이다. 대놓고 셔플을 전면에 내세웠다.”
(콘치) “지금까지 로맨틱 펀치는 주로 젊은이들의 삶과 희망, 이런 것을 노래했는데 이 곡은 사회적 갑과 을이라는 시대적 내용을 담았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배인혁) “이 곡은 퇴근할 때 들어도 좋을 것 같다(웃음).”
= 콘치는 손은 왜 다쳤나.
(콘치) “동호인 야구를 하다가 다쳤다. 연주를 할 때는 부목만 빼고 한다. 일주일에 3번 정도 야구를 한다. 포지션은 포수다. 멤버들 모두 야구를 같이 하고 있다. 배인혁은 투수다.”
= 이번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나.
(로맨틱 펀치) “우선 20일 오후8시에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배 걷기대회’라는 타이틀로 홍대 일대에서 버스킹을 한다. 스피커를 들고 다니면서 팬들과 함께 걷고, 즉석에서 버스킹도 하는 그런 컨셉트다. 재미있을 것 같다. 꼭 좀 강조해서 써달라.”
= 알았다. 반영하겠다(웃음). 22일에는 로맨틱 파티가 열린다. 몇 회째인가.
(배인혁) “77회다. 2009년부터 거의 한 달에 한번꼴로 해왔다.”
= 향후 싱글 및 EP 발매일정을 자세히 알려달라.
(로맨틱 펀치) “싱글은 모두 로맨틱 파티가 열리기 직전에 공개할 생각이다. 5월에는 아직 가제인데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가 나온다. ‘백 투 더 퓨처’에 나오는 드로리안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는 그런 느낌을 담았다. 로큰롤 곡이다. 6월에는 ‘코스믹 자이브’(Cosmic Jive)를 준비중인데 이 것 역시 가제다. 고(故) 데이빗 보위의 ‘Star Man’ 가사에 ‘Cosmic Jive’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가 이미 카피했던 곡으로, ‘코스믹 자이브’는 레이지가 곡을 쓰고 배인혁이 가사와 멜로디를 만졌다. 꿈과 환상에서 깨어나 느끼는 환멸과 구토 증세, 울렁증을 가사에 담았다. 7월에는 ‘라이프 온 마스’(Life On Mars)를 준비중인데 이 곡 역시 데이빗 보위의 노래 제목이다. ‘우리, 화성에서 만나요’ 이런 내용이다. 데이빗 보위가 사망(2016년 1월10일)한 후 진작에 만들어놓은 곡이다. 아마 타이틀곡이 될 것 같다.”
= 록페 일정은 잡혔나.
(로맨틱 펀치) “그린플러그드 서울과 부산록페, 전주 얼티밋 페스티벌 참가는 확정된 상태다. ‘복면가왕’을 통해 국카스텐(‘음악대장’ 하현우)이 잘 되니 전체 공연시장이 살아났다. 인디뮤직에 관심 없던 분들이 저희 공연을 보러 오실 정도다. 앞으로 열심히 다닐 생각이다.”
= 그래서 ‘복면가왕’에 출연한 것인가.
(배인혁) “아니다. ‘복면가왕’ 출연은 6개월 전부터 제작진과 얘기가 있었다. 2주년 특집에 맞춰 출연한 것 뿐이다. 하현우의 추천도 있었고. 국카스텐과는 공연에서 몇번 마주친 적은 있지만 사석에서 본 적은 없다.”
= 수고하셨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배 걷기대회’가 성황리에 치러지길 기대하겠다.
(로맨틱 펀치)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이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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