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현장] '혼술' 사망 PD 유족은 왜 '직접' 조사에 나섰나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7.04.19 14: 25

 20대 후반의 전도유망한 드라마 PD가 스스로 세상을 저버렸다.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 출신으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CJ E&M의 드라마 PD가 된 그의 죽음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CJ E&M 본사 앞에서 1인 시위에 첫 주자로 나선 고인의 동생은 담담하게 형의 죽음 이후 지난 6개월을 털어놨다.
故 이한빛 PD의 동생인 이 씨는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M 본사 앞에 팻말을 걸고 1인 시위에 나섰다. 건물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잠시 멈춰 이 씨가 메고 있는 팻말을 지켜봤다. 이 팻말에는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CJ E&M은 사망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해 10월 이한빛 PD가 사망한 지 6개월이 지난 이후의 일이다. 고인의 동생은 1인 시위를 마치고 인터뷰를 통해 1인 시위를 하게 된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CJ E&M에 소속된 PD와 CP 그리고 본부장 등이 찾아왔지만 그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유족들은 합동조사를 요구했지만 회사에서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후 유족과 변호사 등으로 이뤄진 대책위원회가 고인과 관련된 인물들을 조사한 결과를 가지고 CJ E&M 측과 면담에 나섰지만 자체조사 결과를 내밀며 개인의 책임이라고 답했다고.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유족과 대책위원회는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혼술남녀’ 제작에 참여했던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문제에서 연출부 내에서 다툼이 있었다는 점과 고인이 해고 문제에 대한 책임 가지고 있었다는 점, 드라마를 제작하는 55일 중의 2일 밖에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는 점, 고인이 하루에 94통의 전화를 걸어야 할 정도로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을 조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제한된 환경에서 몇몇 분들의 협조를 얻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엽적인 사항보다는 CJ E&M이 드라마 제작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사건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분노하는 것은 명문대를 나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갔음에도 꿈을 이루기는커녕 이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고인의 동생은 인터뷰에서 “형이 드라마 PD가 된다고 했을 때 함께 기뻐했고 ‘혼술남녀’ 제작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도 기쁘게 일했다”며 “형은 회사에서 나온 이후에 독립해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인의 죽음과 관련된 대책위원회의 문제 제기에 대해 CJ E&M은 지난 18일 늦은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고인에 대한 애도와 경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족과 대책위원회 그리고 유족의 법률대리인 측은 CJ E&M이 19일 오후 1시까지 공식적인 보도자료 이외에 어떠한 입장도 전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유족과 대책위원회 측은 오는 28일까지 1인 시위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며, 이날 상암동에서 추모제를 연다. 추모제 이후 1인 시위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pps2014@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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