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테임즈(31·밀워키)는 2017년 메이저리그(MLB) 시즌 초반 최고의 이슈다. 꼭 KBO 리그를 거쳐 우리에게 친근해서가 아니라, 활약 자체와 그가 걸어온 길이 드라마처럼 이어져 관심을 모은 까닭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밀워키와 3년 보장 약 1600만 달러에 계약한 테임즈는 시즌 초반 MLB 타격 상당 부분에서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20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테임즈는 14경기에서 타율 4할8리, 출루율 5할, OPS(출루율+장타율) 1.459, 7홈런, 12타점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도 이런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다.
OPS에서는 2위 프레디 프리먼(애틀란타·1.390)을 따돌린 1위, 0.959의 장타율도 2위 프리먼(.872)을 멀찌감치 제친 1위다. 홈런에서도 공동 1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출루율은 3위권, 타점도 10위 안에 들어있다. 성적이야 갈수록 떨어지겠지만 초반에 워낙 쌓아둔 것이 많아 밀워키로서는 벌써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런 테임즈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홈런·안타·볼넷을 자유자재로 기록했다. 20일에는 컵스 마운드가 테임즈를 극도로 경계하는 듯한 인상도 풍겼다. 그러자 테임즈는 욕심을 내지 않고 볼넷 3개를 골라 출루율을 끌어올렸다. 팀이 단단하게 짜인 컵스조차 “소나기는 피하고 본다”는 원칙을 따르는 듯 했다.
컵스의 포수로, 테임즈의 타격을 바로 뒤에서 지켜본 미겔 몬테로의 증언은 생생하다. 몬테로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와의 인터뷰에서 테임즈에 대해 “스윙에 구멍을 많이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가 몸쪽을 파고들면 그는 이를 대처했고, 바깥쪽으로 가도 대처했다. 브레이킹 볼도 마찬가지였다. 아웃카운트 중 하나(19일 7회 상황)도 좌측 방면을 향해 총알같이 날아갔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런 몬테로는 “테임즈는 뜨거운 방망이를 휘둘렀다”고 총평했다. 뒤에서 생생히 테임즈의 스윙을 봤기에 그런 느낌을 더 직접적으로 실감한 것이다. 팀 동료인 트래비스 쇼 또한 “그는 공을 매우, 매우, 매우 잘 보고 있다. 5경기 연속 홈런이라니 정말 인상적이다”라고 했다. 간판스타인 라이언 브런은 “2주 동안 이런 활약을 한 선수가 내 기억에는 없었다”고 했다.
테임즈는 초반 활약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다. 앞으로 상대의 견제가 집요해질 것도 안다. 몬테로도 “아마도 다음에 테임즈를 상대할 때는 구단 차원에서 새로운 경기 전략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미경처럼 테임즈의 약점을 찾을 각 구단들의 노력에 테임즈가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 될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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