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좌익수 포지션에 빨간불이 들어온 가운데 구단은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의 방망이를 지켜보고 있다.
바비 에반스 샌프란시스코 단장은 20일(이하 한국시간) 현지 언론과 팀의 현안으로 떠오른 좌익수 포지션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나눴다. 스프링 트레이닝 당시부터 팀의 최대 불안요소로 지목됐던 좌익수 포지션은 최근 더 위태로워졌다. 그나마 주전으로 낙점됐던 자렛 파커가 경기 중 쇄골 골절이라는 중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파커는 앞으로 2달 정도는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현재는 크리스 마레로와 애런 힐이 번갈아가며 좌익수를 보고 있지만 두 선수 모두 타격이 썩 좋지 않다. 에반스 단장은 스프링 트레이닝에서의 뜨거운 방망이와는 달리 정작 시즌이 시작하자 고전하고 있는 마레로의 경우 ‘풀타임 옵션’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고 마이너리그에서 올릴 만한 선수도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이다.

스프링 트레이닝 당시 부상을 당했던 마이클 모스(햄스트링)와 맥 윌리엄스(사두근)는 이제 재활에 속도를 붙이는 정도다. 구단 산하 마이너리그 팀으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감을 끌어올린다. 최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멜빈 업튼 주니어는 몸 상태도 불투명한데다 아직 트리플A 무대에서도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채 팀의 확장 캠프에 있다. 드루 스텁스는 타격이 떨어진다.
이에 팀의 최고 유망주 중 하나이자 트리플A에서 뛰어난 타격감(19일 현재 타율 0.442)을 보여주고 있는 크리스티안 아로요의 이름까지 나온다. 그러나 에반스 단장은 아로요의 경우 장기적인 대안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장 콜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전망이다. 사태가 이쯤되자 순번은 주 포지션이 3루인 황재균까지 오고 있다.
지역 언론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황재균은 여전히 좌익수 포지션을 배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에반스 단장은 “황재균의 승격은 좌익수에 대한 감각보다는 타격에 더 달려있다”고 했다. 구단은 황재균을 트리플A로 내려보낼 당시 3루·1루·좌익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외야 타격이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우선순위는 조금씩 바뀔 수도 있다.

황재균의 마이너리그 초반 타격 성적은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다. 19일까지 11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 OPS(출루율+장타율)는 0.690에 머문다. 아직 홈런은 없다. 기회에 강한 면모를 선보이며 5타점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승격 경쟁자인 아로요보다 인상은 덜하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충분히 자신의 타격 능력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구단은 ‘지금 당장’도 중요하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구단은 황재균이 미국 야구에 좀 더 익숙해지길 바라고 있다”라면서 당장 승격 가능성은 낮게 점쳤다. 하지만 황재균도 자신의 야구를 보여줄 시기가 찾아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첫 일주일은 마이너리그의 환경에 적응을 못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공에 방망이가 나갔고, 말도 안 되는 삼진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환경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최근 경기에서는 조금씩 흐름이 좋아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투수들의 수준은 KBO 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보다 그렇게 낫지 않다는 게 황재균의 생각.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에 대대적인 반격을 선보인다면 콜업 시기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