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이 2루타’ 박병호 변화를 증명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20 13: 07

박병호(31·미네소타)는 메이저리그(MLB)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특히 95마일(153㎞) 이상의 빠른 공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여기에 중반에는 손목 부상까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결과는 올해의 수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도 박병호의 방출대기 처분과 개막 25인 제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박병호는 말을 아낀 채 때를 기다리고 있다. 겨울 동안 흘렸던 땀의 성과도 확인했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의 맹활약은, 마이너리그 개막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불의의 햄스트링 부상이 아쉽기는 하지만 박병호는 타구 방향과 패스트볼 대처 능력에서 뚜렷한 발전을 이뤘다. 박병호는 부상 전까지 마이너리그 트리플A 4경기에서 3개의 2루타를 쳤다. 장타가 나왔다는 점도 고무적이지만, 고른 타구 방향도 인상적이었다.

9일 시라큐스전에서는 좌중간 담장까지 날아가는 2루타를 쳤다. 11일 시라큐스전에는 중견수 키를 넘기는 홈런성 2루타를 날렸다. 그리고 부상으로 이어진 11일 버펄로전 2루타는 우중간을 완벽하게 갈랐다. 여기에 이 2루타는 모두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실투가 있었지만 11일 경기에서는 낮은 쪽으로 비교적 잘 들어온 공을 욕심내지 않고 밀어 장타를 터뜨렸다.
박병호는 지난해 패스트볼에 약했고, 우측 타구 비율이 20%가 채 안 되는 전형적인 잡아당기는 스윙을 했다. 결국 MLB의 분석에 호되게 당했다. 박병호는 “아무래도 작년에는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고 담담하게 떠올리면서 “그런 부분들은 스프링 트레이닝 동안 많이 찾았다. 빠른 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타격 자세와 타이밍을 조금 빠르게 하려고 노력했고, 수년 동안 쌓인 버릇을 바꾸면서 패스트볼 대처가 좋아졌다. 공략이 성공하자 자신감도 쌓인다. 박병호는 “예전에는 93마일(150㎞)에도 놀랐다. 마일이 익숙하지 않으니 킬로미터로 환산해 찾아보게 되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지금은 97마일(156㎞)짜리 공을 봐도 큰 부담감이 없다. 단지 빨리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비디오를 봐도 내가 확실히 다리를 일찍 끌어놓고 있더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마이너리그와 MLB 선수들의 공은 또 차이가 있다. 지금 성과로 ‘성공’을 논하기는 분명 이르다. 박병호도 같은 말을 한다. 그러나 박병호가 지난해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고, 조금씩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자신의 의지와 각오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때로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2~3배 더 어려운 난관을 풀어내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박병호는 그런 과정을 밟으며 언젠간 올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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