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회피' 니퍼트, 다승왕-MVP 위용은 어디갔나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4.25 09: 00

 선발 로테이션 조정? 그럴 듯하게 포장했을 뿐 천적 앞에서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6)가 넥센전을 건너뛰기로 하면서 넥센의 에이스 앤디 밴헤켄(38)과 맞대결이 무산됐다. 
두산은 25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넥센전 선발로 루키 김명신을 내세운다. 선발 로테이션 대로라면 5일을 쉰 니퍼트 차례, 하지만 하루 휴식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아예 넥센과의 3연전에 등판하지 않는다고 한다.
두산측의 설명은 김명신에게 선발 기회를 다시 주기 위해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하는 의미라고 했다. 김명신은 지난 15일 NC전에 임시 선발(보우덴 부상 공백)로 나서 5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기록했다. 21일 SK전에선 불펜으로 나와 1⅔이닝(28구) 1실점, 사흘 쉬고 선발 등판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니퍼트가 넥센에 유독 약했기 때문에 회피한 것이다. 니퍼트는 넥센전 통산 성적이 15경기에서 5승7패 평균자책점 5.79로 부진했다. 지난 7일 잠실 넥센전에서도 4⅔이닝 6실점(5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반대로 25일 두산 상대로 선발로 나올 밴헤켄은 두산 킬러로 손색이 없다. 밴헤켄은 두산전 통산 성적이 20경기 11승 5패 평균자책점 3.29로 뛰어나다. 특히 지난해 두산전 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69로 완벽했다. 올해는 지난 7일 니퍼트와 선발 맞대결을 펼쳐 6⅓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흥미로운 것은 니퍼트와 밴헤켄은 KBO리그에서 통산 3차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3번 모두 승자는 밴헤켄, 패전 투수는 니퍼트였다. 2014년에 한 번, 2016년에 한 번 그리고 지난 7일 경기였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은 올해도 최강 전력으로 꼽혔지만, 24일 현재 5할 승률도 되지 않는다. 9승1무10패, 순위는 7위다. 하지만 3위 LG(11승9패)와는 불과 1.5경기 차이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두산은 에이스 카드를 천적 팀과 맞붙이지 않고 뒤로 돌릴 정도로 조급한가 보다. 지난해 22승을 거두며 다승왕과 함께 정규 시즌 MVP에 오른 니퍼트의 위용에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다.
두산이 실리를 택한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다. 루키를 내세워 상대 팀을 김빠지게 하고, 상대 에이스 상대로 깜짝 호투를 할 수도 있다. 이기면 1승 이상의 효과, 지더라도 어차피 선발 매치업에서 뒤져 크게 손해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평소 자신만만하고 거침없는 말투로 상대팀의 기를 꺾었던 김태형 두산 감독의 결정이기에 아쉽다. 지난해 미디어데이에서 개막전 선발 투수로 니퍼트를 발표하며 삼성을 향해 '(삼성 킬러)니퍼트인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말해 류중일 감독을 무안하게 만들었던 그 아닌가. 앞으로 넥센으로부터 '밴헤켄인데 괜찮나요"라는 말을 들어도 뭐라 할 말이 없게 됐다.
승패를 떠나 에이스 맞대결을 기대했던 팬들이 가장 실망했을 것이다. 에이스끼리 맞대결은 팬들이 가장 바라고 흥행 기폭제가 되는 것 아닌가. 메이저리그의 커쇼(LA 다저스)-범가너(샌프란시스코)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난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양현종(KIA)-차우찬(LG)의 맞대결은 흥미만점이었다. 
한편 니퍼트의 다음 선발은 오는 28일 롯데전이 될 전망이다. 이후 정상적인 5일 로테이션로 돈다면 앞으로 롯데-삼성-SK를 차례로 만난다. 만약 25일 정상적으로 등판했다면 롯데-LG-롯데였다. '삼성 킬러'인 니퍼트는 지난해 롯데 상대로 2승2패 평균자책점 6.45로 가장 나빴다. /orang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