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챔피언 전북 앞에서 완패했다. 그러나 U-20 월드컵을 앞두고 받은 모의고사중 가장 값진 시험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대표팀은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친선 경기서 0-3으로 패했다. 이날 신태용호는 베스트 멤버가 출전한 전북을 맞아 고전을 펼쳤다. 하지만 다음달 개막하는 U-20 FIFA 월드컵을 앞두고 귀중한 경험을 쌓게 됐다.
아시아 챔피언이자 K리그 클래식 선두인 전북은 전-후반에 걸쳐 주전들을 골고루 기용하면서 신태용호가 여러가지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성의껏 경기를 펼쳤다.
대표팀은 조영욱을 중심으로 이승우, 백승호가 공격을 이끌고, 허리에 한찬희, 이승모, 이진현이 포진됐다. 수비는 윤종규, 이상민, 정태욱, 우찬양이 구축하고, 골문은 송범근이 지켰다.
전북도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최전방에 에두가 나서고, 양 날개에 고무열과 에델이 포진된다. 허리는 김보경, 정혁, 최철순이 지키고, 박원재, 조성환, 김민재, 이용이 수비를 구축한다. 골키퍼로는 김태호가 출전했다.
전북은 경기 초반 선제골을 터트렸다. 정혁이 올린 코너킥을 공격에 가담한 김민재가 머리로 받아 넣으며 전반 8분 전북이 1-0으로 앞섰다.
조직력에서 앞선 전북은 곧바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상대 문전에서 버텨내던 에두의 패스를 받은 고무열이 골대로 달려들며 침착하게 득점, 전반 11분 2-0으로 달아났다.
전북은 끊임없이 대표팀을 괴롭혔다. 반면 대표팀은 한 수위의 전력을 갖춘 전북을 상대로 빌드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전북이 중원에서 강한 압박을 펼치자 대표팀은 실수가 늘어났다. 패스미스가 늘어나면서 전북진영으로 볼을 옮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분명 예상됐던 일이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전 "전북은 리그 1위 팀이다. 형들에게 우리 선수들이 한 수 배워야 한다. 수준이 다른 팀을 상대로 우리 선수들의 문제점이 많이 나올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문제점을 잘 보완해 좋은 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골을 넣고 안 넣고는 중요하지 않다. 골을 먹어도 90분 동안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전들을 대거 출전시킨 전북을 상대로 대표팀은 수비적으로 경기를 펼쳤다. 개인기량 보다 조직력에서 전북과 비교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원의 압박을 이겨낼 수 없었다.
경기에 서서히 적응한 대표팀은 전반 32분 백승호의 패스를 받은 윤종규가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확도가 떨어지며 골대를 멀리 벗어났다. 전북은 비록 연습경기였지만 최선을 다했다. 에델, 최철순, 김보경 등은 빠른 움직임을 통해 후배들의 훈련을 도왔다.
전반 34분 이상민은 에두의 돌파를 몸으로 막아내다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용의 날카로운 패스를 에두가 안정적으로 따내자 어쩔 수 없이 파울을 범했다.
대표팀은 전반 막판 이승우가 빠른 돌파에 이어 전북 아크 정면에서 파울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또 이진현이 돌파에 이은 슈팅을 시도하는 등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신태용 감독도 시간이 지나며 다시 필드로 내려왔다. 선수들에게 직접 지시를 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후반서 대표팀은 선수진을 변경했다. 한찬희, 임민혁, 우찬양 등 중원과 수비진을 교체했다. 반면 전북은 이동국, 김진수, 박원재 등을 내보냈고 영생고 출신의 젊은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했다.
전북은 후반 16분 이동국이 3번째 골을 기록했다. 대표팀 볼을 뺏어낸 에델이 빠른 돌파 후 문전으로 연결한 낮은 패스를 함께 달리던 이동국이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 전북이 3-0으로 달아났다.
주전들이 대거 빠진 전북을 상대로 대표팀은 반전을 노렸다. 중원에서 치열한 경쟁은 이어졌지만 전반처럼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 압박 자체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하는 것처럼 경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전북은 이동국까지 골키퍼 압박에 나서는 등 확실하게 실험을 펼쳤다.
신태용호는 결국 만회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후반 막판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상황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러나 승패가 중요한 경기가 아니었다. 패배에도 불구하고 분명 신태용호는 아시아 챔프를 상대로 많은 것을 얻은 경기였다. / 10bird@osen.co.kr
[사진] 전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