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타고투저 현상 줄이고 경기 시간 단축해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7.05.12 13: 00

지난 2008년부터 불기 시작한 ‘타고투저’ 현상이 2017 시즌인 올해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166경기를 소화한 5월 10일 현재 리그 평균타율은 지난해 2할9푼에서 올 시즌 2할7푼3리로 감소됐습니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11.2점이 나왔지만, 올 시즌엔 현재 경기당 9.55점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당 2점 가까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투수들의 리그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5.17에서 올 시즌 4.37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볼넷은 지난해 경기당 7.46개였지만, 올 시즌엔 경기당 6.00개로 1개 반이 감소됐습니다.
타고투저 현상이 줄어들면서 올 시즌 10개구단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17분(연장전 포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3시간25분(연장전 포함)에 비해 8분이나 단축됐습니다. 3시간10분대로 접어든 것은 2012년(3시간11분) 이후 무려 5년 만입니다.
KBO리그는 2014년 역대 최장인 3시간27분을 기록해 스피드업을 위해 갖가지 정책들이 나와 2015년 3시간21분으로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다시 3시간25분으로 늘어났습니다.
LG의 차우찬은 지난 5월 10일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8이닝 4피안타(1홈런) 4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의 호투를 하며 올 시즌 4승2패 평균자책점 2.28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LG는 박용택의 솔로포와 양석환의 만루홈런 등으로 6-1로 이겼습니다. 경기 시간은 3시간12분이 걸렸습니다. 차우찬은 이날 “올시즌 제구가 좋아진 이유 중 하나는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진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KBO 리그는 왜 타고투저일까.'는 주제로 놓고서 지난 해 12월 14일 KBO 윈터 미팅에서  이종열 SBS Sports 해설위원이 발제를 맡았고, 염경엽 전 넥센 감독과 문승훈 KBO 심판위원·이성훈 SBS 기자가 패널로 강단에 올랐습니다.
이종열 위원은 타자의 능력 향상을 '타고투저'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는 "타격 기술과 힘이 좋아지면서 파울 플라이아웃이 감소했다. 또 타자 성향이 공격적으로 변했고, 몸 쪽 공에 대처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염경엽 전 감독은 "타고투저를 제도 변화로 완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경기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 가장 큰 부분은 스트라이크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라이크존이 좁다는 주장입니다.
염 전 감독은 "두산 유네스키 마야의 작년 노히트노런은 구심이 백도어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로 판정했기에 가능했다. 심판의 존에 따라 경기 시간도 크게 좌우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문승훈 심판위원은 '투수력 저하'를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문 위원은 "스트라이크존을 규정에 100% 맞추는 건 사람인 이상 어렵다"며 "타고투저의 가장 큰 이유가 스트라이크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투수 기량이 매우 저하됐다. 좋은 투수는 노쇠화되는 추세고 어린 투수는 많이 던지면서 부상을 당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빠른공을 던지는 투수들의 변화구 구사율이 언제부터인가 높아졌다. 노히트노런이 존의 영향을 받는 건 맞는 말이다. 그러나 투구 추적 시스템을 확인하면 메이저리그 심판보다 우리 심판들의 일관성이 더 좋다. 규칙에 맞춰 노력하겠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자 염 전 감독은 "존을 넓히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며 "투수 육성이 힘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스트라이크존 때문이다. 공 한 개가 볼이 되고, 스트라이크가 되는 건 어린 투수에게 큰 영향을 준다. 존이 넓어져야 좋은 선수들을 키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마운드를 높여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투수력이 좋으면 경기 시간은 짧아질 수 있다. 젊은 투수들이 잘 던진 날은 보통 스트라이크존의 영향이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들어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서 투수들의 자책점이 좋아지고 경기 시간이 단축됐지만 반면에 몸에 맞는 볼인 사구가 많아졌습니다. 지난 해 사구는 경기당 1.1개가 나왔는데 올해는 1.3개가 나오고 있습니다.
투수와 포수는 스트라이크존을 폭넓게 활용하려고 합니다. 현장에서는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져 그 코너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일부 팀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사구가 증가했다면, 스트라이크존 확대 영향을 빠트릴 수 없다. 전략적으로 인코스를 택하기도 한다”라고 했습니다.
물론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의 영향도 없지 않으나 근본적으로 제구가 좋지 않은 게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자료를 살펴봐도 평소 제구가 좋지 않은 투수의 사구가 많은 편이다”라고 말합니다.
하여간 올해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2015년에는 자책점 2점대 투수가 양현종(KIA) 단 한명이었고 3점대도 9명뿐이었습니다.
지난 해는 2점대가 니퍼트(두산. 2.95) 한명에 3점대는 장원준(두산. 3.32), 핵터(KIA. 3.40), 켈리(SK. 3.68), 양현종(KIA. 3.68), 보우덴(두산. 3.80), 신재영(넥센. 3.90) 등 6명이었습니다. 4점대도 류제국(LG), 레일리(롯데), 윤성환(삼성), 유희관(두산), 피어밴드(kt), 스튜어트(NC), 차우찬(삼성) 등 7명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자책점 1점대 투수가 피어밴드(kt. 1.41), 맨십(NC. 1.49), 양현종(KIA. 1.90)-임기영(KIA. 1.99)-핵터(KIA. 1.99) 등 5명이나 됩니다. 물론 페넌트레이스 일정 중 23%만 소화한 시즌 초반이어서 이 같은 성적이 나왔지만 감안하더라도 투수들의 성적이 좋아진 것은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인한 영향으로 보입니다.
올해 자책점 2점대 투수는 니퍼트(두산), 한현희(넥센), 박세웅(롯데), 소사(LG), 차우찬(LG), 신재영(넥센), 팻딘(KIA) 등 7명입니다. 그리고 3점대는 류제국(LG), 레일리(롯데), 해커(NC), 로치(kt), 고영표(kt), 오간도(한화), 윤희상(SK), 최원태(넥센) 등 8명입니다.
반면에 개인 타율 3할 이상인 타자는 지난 해 최형우(삼성-KIA. 3할7푼6리) 등 40명이나 됐습니다. 올해는 시즌 초반인데도 3할 이상 타자가 이대호(롯데. 4할)를 비롯해 27명밖에 안됩니다. /OSEN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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