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웃찾사'·'개콘'의 위기...韓코미디의 현주소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7.05.18 14: 59

'웃찾사'에 '개콘'까지. 대한민국 개그맨들의 속앓이가 식을 새가 없다. 특히 '웃찾사'의 시즌 종영 소식은 꿈을 펼칠 무대조차 없어지고 있는 개그맨들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줘 더욱 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3월 22일 개편 후 첫 방송된 SBS '웃찾사-레전드매치'(이하 웃찾사)가 오는 31일 왕중왕전 방송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종료한다. 제작진은 이번 마지막 방송이 폐지가 아닌 시즌 종영임을 강조했지만, SBS 개그맨들은 "모든 정황이 폐지를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정찬우, 정종철, 양상국, 김기리, 이상훈 등의 개그맨 선배들 역시 앞다퉈 '웃찾사' 폐지를 반대해 시선을 모은다.
'웃찾사'의 폐지가 아쉬운 건 그동안 이를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었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18일 한 시청자는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 "'웃찾사' 시즌 개편? 개편이라는 말뒤에 '폐지'라는 단어를 숨기고 있다. '개콘'과 마찬가지로 '웃찾사'를 보는 시청자의 의견을 들어달라. '웃찾사' 개그맨들의 자리를 지켜달라"는 글을 올렸고, 현재 추천 베스트 순위 1위에 오르며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공개 코미디쇼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상파 공개 코미디쇼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렸던 '웃찾사'조차 잦은 편성 변경과 1년의 공백기로 위태로운 길을 걸었다. 비교적 탄탄하게 지켜져온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도 좀처럼 오르지 않는 시청률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상황. 부흥의 계기로 삼으려던 900회 특집도 뜻하지 않은 논란에 휩싸이며 제작진, 출연진, 비출연진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꼴이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웃찾사' 폐지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명맥을 유지해오던 공개 코미디쇼의 끝을 알리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성공은커녕 꿈을 펼칠 무대조차 없다는 현실이 해당 직군에 종사하는 개그맨들에게 큰 절망감을 안기고 있다. 실제로 '웃찾사'에 종사하던 150여 명의 개그맨들은 마지막 방송인 31일 이후 뜻하지 않게 '실직'인 상황에 처하게 됐다.
최근 개그 코드가 직접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공개 코미디쇼보다 스타들의 입담과 호흡을 위주로 하는 예능으로 옮겨감에 따라 개그맨들이 설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는 이미 수많은 공개 코미디쇼를 통해 단련된 개그맨들이 예능의 주춧돌 역할을 해줬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전문 예능인 없는 스타들만의 예능이 과연 지금과 같은 웃음을 선사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개그맨들의 등용문이자 웃음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개 코미디쇼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 코미디 전체의 위기라고도 할 수 있다. 
방송사는 시즌 종영을 주장하지만 당사자들은 폐지라고 느끼고 있는 '웃찾사' 논란. 변주는 필요하되 폐지가 유일한 답은 아닐 것이다. 또한 '웃찾사'의 시즌 종영이 정말로 폐지가 아니라면 마지막 방송 전, 이에 상응하는 약속과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꿈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개그맨들이 이제 어느 곳에서 삶의 터전을 찾아야 할지, 이들을 단련시켜줄 무대가 없는 미래의 코미디는 어떤 모습이 되어갈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 nahee@osen.co.kr
[사진] '웃찾사', '개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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