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강정호(30·피츠버그)의 미국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판부는 1심에서 들이댔던 엄중한 잣대를 거두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김종문 부장판사)는 18일 열린 음주운전 및 사고후 미조치 혐의의 강정호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그대로 인정, 항소를 기각했다.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강정호 측은 "원심의 징역형이 유지되면 비자 발급이 불가능해져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없다"라고 감형을 읍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혈중알코올농도 0.085%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서울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달아났다. 입건 후 강정호는 이전에도 두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은 전과가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두 차례 전력이 있음에도 또 다시 음주운전을 했다. 벌금형이 더 이상 처벌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의 벌금 1500만 원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고, 죄질이 안 좋다는 이유로 검찰 구형보다 엄한 잣대를 들이민 것이었다. 그 기준은 이번 항소심에도 변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빨간 불'이다. 강정호가 여론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결심한 이유는 미국 취업비자 때문이다. 강정호는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징역형에 처하며 취업비자 발급에 실패했다. 당초 벌금형으로 취업비자를 신청했던 강정호가 미국으로 건너갈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미국 대사관은 1심 판결 이후 강정호의 취업비자 갱신 신청을 거부했다. 단,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을 받는다면 취업비자 발급 가능성이 보였다.
강정호 측은 법원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합의서는 물론 사회공헌활동, 향후 계획서 등을 꼼꼼하게 제출했다. 그러나 강정호로서는 판결이 뒤집히지 않으며 실리와 명분 모두를 잃게 됐다.
강정호 측은 지난달 말 항소심 첫 공판에서 "징역형이 유지되면 비자 발급이 불가능해져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없다. 비록 잘못이 적지 않지만 야구를 접으라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라고 읍소했지만 이 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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