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통산 30승, 박찬호보다 더 빨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5.20 06: 07

어깨 부상의 시련을 이겨내고 있는 류현진(30·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MLB) 통산 30승 고지를 밟았다. 한국인 투수로서는 역대 세 번째지만, 속도로 보면 가장 빨랐다. 전설적인 선수인 박찬호(44)보다도 더 빠른 30승 점령이다.
류현진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와의 경기에서 5⅓이닝 동안 7피안타(2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지며 시즌 두 번째 승리(5패)를 따냈다. 피홈런 두 방이 아쉽기는 했고 장타 허용률도 비교적 높았으나 위기관리능력에 2루타까지 때려내는 등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끝에 승리를 따냈다.
직전 등판인 12일 콜로라도 원정에서 4이닝 10실점(5자책점)으로 무너져 우려가 컸으나 선발 로테이션 사수가 걸려 있는 중요한 등판에서 값진 반등에 성공했다. 또한 이번 승리는 류현진의 MLB 데뷔 후 30번째 승리이기도 했다.

2013년 MLB에 데뷔한 류현진은 2013년 14승, 2014년 14승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엘리트 선발 투수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은 뒤 한 시즌을 날렸고, 그 후유증 및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해에는 1경기 등판에 그쳤다. 다만 올해 건강하게 돌아와 7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기어이 30승 고지를 밟았다.
2014년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30승 점령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만큼 류현진이 겪은 시련은 컸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다시 마운드에 선 류현진은 실력으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찼고,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류현진은 MLB 64번째 경기에서 30번째 승리를 따냈다.
이는 한국인 선수 최다승 기록(124승)을 가지고 있는 박찬호보다도 빠른 것이었다. 1994년(2경기) MLB에 데뷔한 박찬호는 1996년 48경기(선발 10경기)에서 5승5패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어 1997년에는 32경기(선발 29경기)에서 14승(8패)을 따냈고, 이듬해인 1998년 통산 30승 고지를 밟았다.
박찬호는 첫 세 시즌은 불펜으로 뛴 기록이 있어 류현진과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박찬호는 어쨌든 자신의 MLB 111경기 만에 30승을 거뒀다. 구원승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한 선발 등판으로만 따져도 류현진보다는 조금 늦다. 박찬호는 자신의 통산 66번째 선발 등판에서 30승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기록은 이를 조금 당긴 최단 경기 30승으로, 이는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분간 깨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투수 중에서도 높은 순위다. 아시아 선수 최단 경기 30승 기록은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가지고 있는 54경기, 2위는 왕젠밍의 58경기다. 3위는 다나카 마사히로의 59경기, 4위는 노모 히데오와 다르빗슈 유의 62경기다. 류현진은 단독 6위에 해당한다. 이시이는 30승까지 66경기, 천웨인은 75경기, 초반에 불펜으로 뛴 이와쿠마 히사시는 76경기가 걸렸다. 류현진의 기록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부상으로 날린 2년이 너무 허무하지만 류현진은 이제 김병현이 가지고 있는 한국인 선수 최다승 2위 기록을 향해서도 달린다. 김병현은 MLB 9년 동안 54승60패86세이브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했었다. 류현진이 김병현에 이르기는 아직 24승이 남아있고, 이는 앞으로 건강하게 최소 두 시즌 이상을 뛰어야 가능한 수치다. 다만 김병현은 선발로 25승, 구원으로 29승을 기록해 선발승만 따지면 이미 류현진이 한국인 역대 2위 투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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