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유턴' 장하나, "골프만 바라본 나자신 불쌍했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7.05.23 14: 52

결국은 가족. 
장하나(25, BC카드)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떠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로 복귀한 가장 큰 이유였다.
장하나는 23일 서울 종로구 진진바라 광화문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직접 작성한 글을 읽었다. 처음엔 평소 쾌활한 그의 성격답게 담담하게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 어머니의 겪고 있는 고충을 이야기할 때는 울먹이고 말았다.

장하는 "세계 1위가 목표를 위해 골프를 치는 것이 최고 행복한 줄 알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더 많다는 걸 느꼈다"면서 "부모님이 뻔히 힘들어 하는 것이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고 하실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장하나는 아버지 장창호(65) 씨와 어머니 김연숙(66) 씨의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장하나가 이제 25살이니 마흔이 넘어 낳은 애지중지한 자식이다. 그런 장하나는 기대대로 잘 성장했다. 골퍼라면 누구나 바라는 미국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4차례나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장하나에게는 이런 치열함이 오히려 소중한 것을 되찾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항상 영광 뒤에 따르는 허전함과 공허함이 깊어졌다. 스스로 돌아볼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쌓여갔다. 게다가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자신을 물심양면 뒷바라지하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1년 중 300일 이상을 혼자 남은 있는 어머니가 눈에 밟혔다. 우울증 약까지 복용하고 있는 어머니였다.
장하나는 "작년 일본에서 아시안투어를 뛸 때부터 돌아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 것 같다. 엄마가 올해보다 작년말 더 힘들어하셨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셨다. 엄마가 표현하지 않아도 딸로서 느끼는 감정이 있다. 그걸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 "성적이 부진했던 건 사실"이라고 쿨하게 인정한 장하나지만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목표로 한 세계 1위가 되고 그걸 지키려면 2~3년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내 나이도 서른을 넘길 것이다. 아버지도 칠순이다. 난 완벽한 어른이 되지만 우스개소리로 결혼도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두석달 쉬는 기간 동안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하나는 "어렸던 장하나의 목표가 오로지 골프였다면 이제는 그 목표가 너무 확실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잡다한 다른 고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골프를 배우는 과정에서는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골프만 하다보면 내 생활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됐다. 성공할 수 있겠지만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잃을 수도 있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다시 LPGA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을까? 장하나는 단호했다. "엄마의 건강이 완쾌된다고 해도 다시 처음부터 하고 싶지는 않다"는 장하나는 "운동선수로서 반환점을 돈 것이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고민을 했고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도 든다. 수많은 질문을 던진 끝에 얻은 결론이지만 2019년까지 시드가 있는데 왜 떠나냐고 의아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골프도 중요하지만 또 다시 쉽지 않은 그런 결정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장하나는 LPGA 투어 멤버십을 반납하고 오는 6월부터 KLPGA 투어로 복귀한다. 장하나는 제주도에서 연이어 열리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과 S-OIL 챔피언십부터 출전할 예정이다. 다음은 장하나와의 일문일답.
▲ 처음 한국 돌아가고 싶다고 마음 먹은 시점은. 최근 근황은.
-돌아오고 싶다는 마음은 작년 아시안투어 뛸 때 일본에서부터였던 것 같다. 엄마가 올해보다 작년말에 더 힘들어 하셨다. 부쩍 외로움을 많이 느끼셨다. 엄마가 그런 걸 표현하지 않았지만 딸이 엄마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 그런 감정을 느꼈다.
성적이 부진했던 것 사실이다.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고 고민했다. 1위라는 목표가 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2~3년이 될거고 그러다 보면 나이가 서른을 넘길 것이다. 그러면 아버지도 칠순이 되고 나 역시 완벽한 어른이 된다. 하지만 그럴려면 우스개소리로 결혼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두석달 쉬면서 뮤지컬도 보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 인생의 가치관 바뀐 것 같다. 골프 선수로서는 목표가 없나.
-목표는 뚜렷하다. 어렸던 장하나의 목표가 오로지 골프였다면 지금은 너무나 목표가 확실해졌다 그 때문에 잡다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됐다. 골프는 배우는 과정에서는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골프만 하다보면 내 생활이 너무 불쌍해 보였다. 성공할 수 있겠지만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잃을 수 있겠다 싶었다. 
▲ 어머니 건강이 좋아지면 다시 LPGA에 도전할텐가
-처음부터 다시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운동선수로서 인생의 반환점을 돈 것이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고민을 했다.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도 든다. KLPGA 복귀는 수많은 질문을 던진 끝에 얻은 결론이다. 미국에서는 2019년까지 시드가 있는데 왜 가냐고 의아해 한다. 골프도 중요하지만 또 다시 쉽지 않은 그런 결정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머니와 뭘 하고 싶나
-먹는 것 좋아한다. 수원에 살다보니. 강원도, 대전, 대구도 멀지 않다. 운전할 수 있는 나이 됐으니 맛집 다니며 건강 찾고 싶다. 
▲전인지와의 짐가방 사건도 복귀에 영향을 미쳤나. 미국 도전 후배에게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 돌아온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그런 문제 때문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나도 사람이니까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인지와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인지와 함께 치고 웃으며 이야기도 했다. 
▲미국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나는 골프보다는 소중한 걸 찾았기 때문에 들어왔다. 후배가 아니라 선배라도 미국에 도전할 수 있다. 힘들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골프를 치는 부분에서는 0.1%도 힘든 부분이 없다. 하지만 비행기로 이동하니까 처음 1년은 고생해야 한다. 그걸 참아낸다면 좋은 성적을 꽃피울 것이다. 시차만 해결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큰 무대에서 국위선양해줬으면 한다.
▲ 동료 중에 조언 구한 사람 있었나.
-사실 비밀스럽게 진행해왔다. 동료들조차 모르고 있었다. 팀 조차도 잠시 국내에 들른 줄 알고 있었다. 어제 보도자료가 나간 뒤에는 친구들이나 동료들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 긍정적 마인드 가지고 있는데 화려한 액션 국내서도 보여줄 것인가.
세리모니는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해왔던 것이다. 그 때 상황, 기분에 따라 다르게 보여드릴 것이다. 
▲그런 생각들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나. 겉으로 어떻게 티 안내고 극복했나. 
-골프에 집중할 때면 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우승하고 들어와서 정말 많은 축하를 받지만 방에 들어가서 밀려오는 공허감과 허전함은 말 못할 정도로 크게 다가온다. 다 만들어진 곳에 나를 옮기는 게임을 하는 것 같다. 방에 들어와 씻고 누웠을 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골프는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데 왜 나는 골프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는
-28살까지는 연애보다는 가족과 골프에 집중하고 싶다. 연애는 좋은 사람 나타나면 내일이라도 당장할 수 있다.
▲건강상태는. 올시즌 각오는.
-한국 오면 거의 톱10에 들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솔직히 그런 기대감과 부담, 설렘이 공존하는 것 같다. 부담감이 긍정적인 것으로 작용하면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다보면 예전 어릴 때 마음이나 설레임으로 공을 칠 것이다. 저답다는 것보다는 새로운 장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도 미국처럼 메이저가 5개 대회가 됐다. 여기서 8승했지만 메이저는 2승 뿐이다. 메이저 우승을 노리겠다. 성적보다는 행복을 우선으로 하고 싶다. 건강은 이상하리만큼 좋다. 국내 돌아와서 생각만 정리한다면 될 것 같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첫 우승했을 때다. 그 전에 준우승만 4번 했다.  계속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무너졌다. 2등, 우승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알바트로스를 쳤을 때 받은 축하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어느 것 하나를 꼽기보다는 그런 것들이 조금씩 쌓였다가 한 번에 퍼진 것이 첫 우승 아닌가 한다. 대만에서 우승했을 때도 그와 맞먹을 정도로 좋았다. /letmeout@osen.co.kr
[사진] 어머니 김연숙 씨를 바라보는 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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