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베테랑 송승준(37)이 재기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지난해 FA 계약 후 첫 시즌이었으나 팔꿈치 부상으로 2007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래 최악의 성적(1승2패 평균자책점 8.71)을 기록했다. 지난 해 10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송승준은 지난 겨울 개인 훈련과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절치부심했다.
처음으로 불펜 보직으로 올 시즌을 시작한 그는 반전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4월말 임시 선발로 나서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선발 4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1.08로 예전의 '송삼봉'을 떠올리게 한다. 롯데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하지만, 송승준을 비롯한 토종 신예들의 활약으로 버티고 있다. 지난 주말 잠실에서 송승준과 이야기를 나눴다.

-선발로 좋은 성적이다. 아프지 않은 것 외에 지난 해와 달라진 것이 무엇일까.
"(강)민호가 하는 말이 작년에는 공을 던지면 마치 요요 던지듯이 마지막에 팔이 움츠려들었다고 하더라. 몸이 2루 베이스쪽으로 뒤로 갔다. 뼛조각이 돌아다니다 보니 아마도 끝까지 스윙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올해는 팔로 스로우가 끝까지 되면서 몸이 포수 쪽으로 나아가면서 힘이 전달 된다. 그래서 작년보다 볼끝이 좋아진 것 같다. 아프다는 부담이 없어서 전력으로 세게 던지고 볼끝에 힘이 실린다."
-과거 전성기 때는 직구와 포크볼 레퍼토리를 타자들이 알고도 당했는데, 타자 상대는 달라진 것이 있는가.
"요즘은 슬라이더를 많이 던진다. 직구도 투심을 주로 던진다. 전성기 때 구위 좋을 때는 포심으로 힘으로 눌렀지만, 지금은 구속도 떨어진다. 147~148km는 1회나 경기 중에 한 두 개 정도 나온다. 평균 구속은 떨어진다. 그래서 볼끝 변화가 있는 투심을 던지고, 슬라이더나 체인지업도 예전보다는 많이 던진다."
- 지난 2월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개막부터 자신있다. 준비 잘 했다'고 했다. 하지만 시즌을 불펜으로 시작했다. 처음 하는 보직. 낯선 불펜(롱릴리프)은 어땠나.
"솔직히 처음이라 힘들었다. 불펜에서 어떻게 준비하는지도 몰랐고. 선발이 무너지면 내가 나가야 하는 순서라 1회부터 대기했다. 팀 불펜 투수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런데 선수마다 몸 풀고 하는 것이 다르니까 나는 경기 시작하면 곧장 준비에 들어갔다. 1회부터 경기 중반까지 계속 준비하니깐 힘들긴 하더라.
그래도 적응 못하면 2군으로 내려간다고 생각했다. 패전 처리든 뭐든 적응해서 던지면 좋은 기회가 올거라 믿고, 내 공만 던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캠프에서부터 개막전에 맞춰 내 공을 던지면 어떤 보직이든 나에게 오지 않겠나 생각하면서 준비했다."
-슬로스타터인데, 벌써부터 좋은 페이스다. 뭐가 달라진걸까.
"그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다.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예년 5월 날씨보다 지금이 훨씬 덥다. 나는 지금이 여름이라고 생각한다. 30도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더운 것이 좋고, 여름에 더 기대된다. 체력적으로 안 퍼지게끔 운동해서 조절하고 있다.
그리고 안 아파야 한다. 아프면 아무것도 안 된다. 지금 엔트리에 빠져 있는 동안 보강 훈련과 체력 훈련을 할 시간이 많아 좋다. 수시로 병원가서 검진하고. 팀의 트레이닝파트에서 너무 잘 보살펴 준다. 작년 수술하고 부터 관리를 잘 해줘서 (지금 좋은 성적은) 그 덕분이 큰 것 같다. 매우 감사하다."

-지난 2일 kt전에서 8이닝 무실점이었다. 무리하지 않고 완봉 직전에 내려왔다.
"투구 수가 95개였다. 완봉으로 시즌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니까. 그리고 내가 시즌을 선발로 준비한 것도 아니라 무리하다 탈나면 안 되니까. 완봉 의미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벤치에서 무리 안 하게 교체했고, 나도 그게 낫다고 생각했다."
-'송삼봉' 별명을 붙여준 팬들은 한번쯤 완봉을 기대할 것 같기도 하다. (송승준은 2009시즌 3경기 연속 완봉승을 달성했고, '송삼봉'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내가 잘 할 때 좋은 별명을 붙여 주셔서 감사하다. 완봉하면 더 좋겠구나 생각할 것 같기도. 예전 같았으면 완봉 생각도 하고 그럴건대 지금은 완봉 보다는 매 경기 6이닝을 잘 막는 것이 팬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팀내 박세웅, 김원중, 박진형 젊은 선발 투수들이 성장하고 있다. 후배들과 경쟁이랄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데. 후배들이 조언을 구하는지.
"고맙게도 3명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한다. 선발 던진 후 다음 선발까지의 관리나, 세웅이는 포크볼이 갑자기 옆으로 빠지는데 어떻게 하냐고 등등. 나도 선수고 배우는 입장이지만, 내가 그 나이 때 경험 했던 것을 말해준다. 후배들이 응용을 해서 하는 것이고, 판단해서 아니라고 생각되면 참고만 하라고 얘기해준다.
내가 어렸을 때 그런 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멘털적인 부분, 경험 등을 야구를 잘하고 못하고 떠나서 경험한 것을 얘기해주는 거라 괜찮겠다 싶어서 말해준다. 나는 예전에 손민한 선배에게 많이 물어봤다. 한국 처음 왔을 때는 염종석, 주형광 코치에게 많이 물었다. 선배의 얘기를 들으면 도움 되는 것이 많았다. 잘 응용해서, 나만의 스타일로 흡수해서 하는 것이 도움된다.
후배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내가 은퇴할 때 세 선수가 토종 선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은퇴하면 뿌듯할 것 같다."
-올 시즌은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뛰는 것에 제일 신경쓸 것 같은데. 다른 목표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계약이 2년반, 세 시즌이 남았는데, 그 뒤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은퇴 하기 전에 우승하는 것이다. 팬들이 왜 최동원 선배를 그리워는지 알 것 같다. 팬들은 우승에 너무 목말라 있다. 야구 인생에서 은퇴 전에 우승하는 것은 행운인 것 같기도 하다.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강팀이라도 우승 못하는 팀이 있을 수 있고, 운이 좋게 따라줘서 우승할 수도 있는 게 야구라고 본다."
-올해 생각하는 목표는.
"가을야구 가는 것 아니겠나. 선발 로테이션을 비우지 않고 잘 하고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해 일 한 번 내는 것이 목표다. 아무도 기대 안 하고 있겠지만, 기대 하지 않는 선수가 일을 내면 더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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