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찜찜한 퇴진…한화, 이럴거면 왜 유임했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5.24 06: 06

팀을 떠나는 날까지 '소통 부재'였다. 김성근 감독과 한화의 결별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김성근 감독이 결국 한화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지난 23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사의 표명이 공식화됐다. 지난해 11월 재신임 때부터 불거진 구단과 갈등이 갈수록 증폭됐고, 시즌 도중 퇴진이란 파국을 맞이했다. 퇴진 과정에 있어서도 마지막까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질과 사임 여부를 놓고 혼선을 빚은 끝에 구단에선 사의 수용으로 최종 정리했다. 
▲ 예견된 충돌과 갈등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3일 구단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계약기간 1년이 남은 상황, 김 감독의 거취를 놓고 논란이 일자 그룹 차원에서 유임 결정이 이뤄졌다. 단 조건이 있었다. 재신임과 동시에 한화는 현장 감독, 프런트 요직을 경험한 야구인 출신 박종훈 단장을 선임했다. 김 감독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켰다. 김 감독의 권한을 1군 선수단 운용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갈등이 예상된 구조였다. 김 감독은 프로 사령탑 내내 전권을 부여받고 팀을 운용해왔다. 야구인 출신 박종훈 단장이 왔지만 벽을 쌓은 김 감독과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박 단장이 부임한 직후였던 지난해 11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때부터 갈등이 깊어졌다. 박 단장도 구단의 새 시스템에 따라 원칙을 고수했고, 김 감독은 큰 무력감을 느꼈다. 
수시로 파열음이 났다.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선 두 사람이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고 헤어졌다. 그 후 전화 통화, 문자 메시지로 설전을 벌였다.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선 첫 날부터 박 단장이 그라운드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김 감독이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했다. 시즌 개막 후 4월초에는 2군 선수들의 1군 선수단 훈련 여부를 놓고 충돌이 빚어졌다. 
▲ 퇴진 발단된 2군 선수 훈련
퇴진의 발단은 지난 21일 대전 삼성전 직후 벌어졌다. 난투극에 휘말린 외야수 정현석의 출장정지 징계를 걱정한 김 감독은 2군에서 대체 선수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이날 서산구장에서 상무야구단과 퓨처스리그 경기를 소화한 내야수 김주현, 외야수 박준혁을 대전에 불러 직접 체크를 하려 했다. 
그러나 구단에서 운영팀장을 통해 김 감독의 2군 선수 1군 훈련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시즌 초 원칙을 고수하며 1~2군 분리 운영했지만 최근 들어 2군 선수들이 심심찮게 대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인원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당일 경기를 치른 2군 선수까지 부르자 구단에서 다시 제동을 걸게 된 것이다. 
이에 김 감독이 "내일부터 나오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단에선 이를 사의로 판단했다. 1군 코치들과 그룹 관계자에게도 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진심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부터 수시로 자신의 처지에 답답해하며 "이럴거면 왜 나를 자르지 않았나. 차라리 잘라 달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이번에도 진짜 사의보단 구단과 충돌 과정에서 홧김에 강경 발언을 한 것이었지만 뜻하지 않게 일이 크게 번지고 말았다. 
▲ 한화, 잃어버린 1년 우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김 감독과 한화의 관계는 결국 시즌 개막 41경기 만에 파국을 맞았다. 김 감독도, 한화 구단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한화 핵심 관계자들은 "누가 뭐래도 김 감독님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원로다.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실 수 있도록 돕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화에선 이런저런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레전드에 대한 예우를 지키려 했다. 
하지만 소통 부재로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사임인지 경질인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상황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아직도 한화의 시즌은 100경기가 남았고, 포스트시즌 커트라인인 5위 넥센과는 4.5경기차로 시즌을 포기할 단계가 아니다. 김 감독의 퇴진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하루빨리 수습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당장 새로운 수장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고민이다. 이대로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갈지, 아니면 정식 감독을 새롭게 선임할지 결정해야 한다. 시즌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새로운 감독을 데려오는 것도 쉽지 않다. 대행 체제로 포스트시즌 이상 성적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도 저도 아닌 잃어버린 1년이 될지도 모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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