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칸 레터] "통역은 신성하다"…봉준호 '옥자', 칸에 의문의 1승?②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5.27 07: 00

"통역은 신성하다(Translation is Sacred)."
제70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통역은 신성하다, 두 가지 다른 언어를 올바로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역설하는 대사다. 
흥미롭게도 '옥자'는 영화 속 대사인 '통역은 신성하다'를 주장해야 할 웃지 못할 상황을 맞닥뜨렸다. 다름아닌 칸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넷플릭스 언급 발언을 둘러싸고 이른바 오역 논란이 불거지게 된 것.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 노아 바움백 감독의 '메이어로위츠 스토리' 등 넷플릭스 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열린 심사위원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영화관에서 상영되지 않는 영화가 황금종려상 등 상을 수상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밝혀 넷플릭스 영화 두 편의 수상 가능성에 빨간불을 켜기도 했다. 
그러나 인디와이어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논란은 모두 통역의 실수로 불거진 일이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형편없는 번역만큼 나쁜 것은 없다"며 자신의 발언이 잘못된 의미로 전달됐음을 강조했다. 
인디와이어에 따르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은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훌륭한 새로운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방식은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는 것처럼 이미 존재하는 방식을 억압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내가 생각할 때 이것은 싸움인데, 해결방식은 간단하다. 새로운 플랫폼이 현재 존재하는 게임의 룰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나 다른 상을 받은 영화들을 영화관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은 내게 있어 모순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은 통역의 실수로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작품이 황금종려상 등 다른 상을 수상하는 것이 모순"이라고 잘못 전달됐다.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 통역으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발언은 넷플릭스 영화의 칸 진출을 비난하는 것처럼 어조가 탈바꿈했다.
무엇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지금까지 자신이 정면으로 비판했다고 전해졌던 넷플릭스와 손을 잡을 것으로 전망돼 눈길을 끈다. 반(反) 넷플릭스의 수장격으로 보도됐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다름아닌 친(親) 넷플릭스일 가능성이 대두된 것.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넷플릭스와 함께 생애 처음으로 TV 시리즈를 연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측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부인했지만, 이미 넷플릭스와 협의가 끝났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거장과 새 플랫폼의 혁신적인 만남이 사실이 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넷플릭스가 약 600억 원을 투자해 만든 영화인 '옥자'는 넷플릭스와 칸영화제의 갈등 중심에 서 있었다. 무엇보다 심사위원장으로서 넷플릭스 영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번역 오류로 인한 입장 표명 잘못이라고 해명에 나섰고, 봉준호 감독은 이같은 일을 미리 보기라도 한 것처럼 '통역은 신성하다'는 대사를 '옥자'에 삽입했다. 봉준호 감독도 알 수 없었던 의문의 1승이었다. /mari@osen.co.kr
[사진] '옥자'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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