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프로축구의 '탈한류'가 거세지고 있다. 선수들과 지도자들도 무분별한 중국 리그 진출을 자제해야만 한다.
중국 프로축구에 호기롭게 넘어간 한국축구 지도자들이 제대로 쓴 맛을 보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에만 중국 슈퍼리그에 속한 한국 지도자 4명이 연이어 경질 당했다.
한국 감독 경질 도미노의 시작은 ‘중국 진출의 선구자’ 창춘 야타이의 이장수 감독이었다. 중국리그에서 승부사로 소문난 이장수 감독은 지난 시즌 중반 강등권이던 팀을 맡아 잔류시켰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 오디온 이갈로를 데려오면서 호성적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장수 감독과 창춘은 시즌 초반 5경기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부진했다. 창춘 구단은 팀이 1승 1무 5패 리그 14위로 머무르자 지난 달 4일 이장수 감독을 경질했다.

5월은 한국 감독들에게 더욱 잔인했다. 지난 5월 15일 중국 슈퍼리그 2부 갑급리그 소속 임종헌 원난 리장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종헌 감독은 2015년 파타야유나이티드를 태국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킨 바 있다. 임 감독은 지난 2월 리장으로 부임했으나 리그 6경기(2무 4패)에 단 한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시즌 도중에 팀을 떠나게 됐다.
한국의 스타 감독들 역시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지난 5월 26일 갑급리그 항저우 뤄청의 홍명보 감독도 팀에서 물러났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항저우 지휘봉을 잡았지만 슈퍼리그(1부리그)에 잔류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이번 시즌 명예 회복을 노렸지만, 4승 2무 4패(승점 14)로 16개 팀 중 10위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홍 감독은 마지막 2연전서 2경기 무득점 6실점으로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홍 감독은 칭다오전(0-4 패배) 이후 구단으로 복귀하지 않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장쑤 쑤닝의 최용수 감독 역시 부진한 성적에 발목이 잡혔다. 최용수 감독은 리그에서 부진했으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의 호성적으로 감독직을 이어갔다. 하나 장쑤는 지난 5월 31일 상하이 상강과 ACL 16강 2차전서 2-3으로 패하며 탈락이 확정됐다. 장쑤 구단은 다음 날인 1일 바로 최용수 감독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슈퍼리그 톈진텨다 1군에 이임생 감독이 부임했지만 옌볜 푸더 박태하 감독과 충칭 리판 장외룡은 위태위태하다. 옌벤은 강등권인 16위고 충칭도 12위이다. 특히 충칭은 최근 4연패에 빠졌다. 연이은 한국 감독 경질 도미노는 사드 보복이나 중국 자국 지도나나 선수 보호 목적이 없지는 않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 감독들의 경쟁력이 흔들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때 슈퍼리그 강등권 14위, 15위, 16위를 모두 한국인 감독이 이끄는 팀이 차지하기도 했다.
슈퍼리그는 엄청난 투자로 해외 명장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장쑤는 최용수 감독의 후임으로 세계적 명장인 파비오 카펠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중국 리그 감독 자리는 안드레 비야스 보야스나 펠리페 루이스 스콜라리 같은 진짜 ‘별’들의 전쟁터이다.
감독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들도 위기에 빠졌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슈퍼리그는 자국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해 5명 보유에 아시아쿼터 1명 포함 4명이 뛸 수 있도록 했던 기존 외국인 선수 제도를 변경했다. 이번 시즌 슈퍼리그에서는 아시아 쿼터 없이 외국인선수 3명만 출전할 수 있다.
변경된 제도는 한국 선수들에게 직격탄으로 돌아왔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아시안쿼터로 건너간 한국 선수들이 모두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게다가 슈퍼리그는 앞으로 경기에서 23세 이하의 중국 선수를 반드시 출전하도록 해, 한국 선수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이번 시즌 장쑤의 홍정호빼고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은 벤치만 달궜다. 홍정호 역시 최용수 감독 사임의 유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광저우 푸리의 장현수는 1일 대표팀 훈련 소집 이후 인터뷰서 “이적하고 싶은 마음을 굴뚝같다. 하지만 이적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국인 선수들은 아시아 쿼터가 사라지자 ‘거물’ 용병들과 경쟁에서 완벽하게 밀렸다.
앞으로 중국 프로리그에서 한국인 선수와 지도자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중국 슈퍼리그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많은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인이 중국 슈퍼리그에서 경쟁해야 되는 것은 중국인이 아닌 세계 유수의 선수들과 감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중국 진출은 선수나 감독 본인의 커리어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