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0이닝, 부상도 못 말린 유희관 '테이핑 투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6.02 05: 36

갑작스런 부상도 유희관(31·두산)의 이닝이팅을 막을 수 없었다. 정강이에 테이핑을 한 채로 8회 2사까지 책임진 유희관이 리그 최다이닝 투수로 올라섰다. 
유희관은 1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등판, 7⅔이닝 11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2탈삼진 6실점(5자책) 역투로 두산의 8-6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5승(1패)째를 올린 유희관은 리그에서 가장 먼저 80이닝(80⅓)을 돌파했다. 2위 KIA 헥터 노에시(78⅔이닝)보다 빨랐다. 3위 SK 메릴 켈리(71⅓이닝)보단 9이닝 더 던졌다. 국내 투수 중 유희관 다음은 양현종의 66⅓이닝이다. 
이날 한화전은 유희관의 책임감을 보여준 경기였다. 유희관은 2회 한화 선두타자 이성열의 원바운드된 강습 타구에 왼쪽 정강이를 맞았다. 피할 틈도 없이 낮고 빠르게 날아온 타구, 유희관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지만 마운드를 내려가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뼈가 부러지지 않았다. 

2회 이닝을 마친 뒤 유희관은 퉁퉁 부어오른 정강이를 테이핑으로 감쌌다. 통증을 참고 던지겠다는 의지. 투구 후 수비 움직임에 있어 불편함이 있었지만 공을 던지는 동작은 문제없었다. 그 사이 두산 타자들이 득점을 8점이나 지원해줬고, 유희관 역시 통증을 잊은 채 8회 2사까지 102개 공을 던지고 교체됐다. 
경기 후 유희관은 부상 상황에 대해 "타구가 안 보일 정도로 빨랐다. 많이 아팠지만 뼈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계속 던지겠다는 생각이었다.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준 덕분에 아픈 것도 모르고 던졌다.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온 뒤에야 다리가 땡땡 붓는 느낌이 들었다. 관리를 잘하면 괜찮을 것이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유희관은 5일에 한 번 나오는 선발투수로서 의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야수들은 매일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힘들게 뛴다. 5일에 한 번 나오는 선발투수로서 의무를 다하고 싶었다"며 "8회 등판도 자청했다. (이)성열이형한테 홈런만 맞지 않았어도 9회까지 마운드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최소 투구가 5⅓이닝인 유희관은 11경기 중 한 번도 5회 이전 조기 강판이 없다. 7이닝 이상 투구가 무려 8경기로 지난달 20일 광주 KIA전, 26일 잠실 kt전은 2경기 연속해서 9이닝을 소화했다. "피곤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만큼 팀이 매경기 중요한 상황이다. 선발투수로서 책임감과 목표를 갖고서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 한다. 평소 러닝을 많이 하는데 트레이닝 파트에서 관리를 잘해준 덕분"이란 게 유희관의 말이다. 
이런 책임감으로 어느새 리그 최다이닝 투수로 우뚝 섰다. 유희관은 "최다이닝은 개인상이 없지만 매번 인터뷰에서 말했듯 은퇴하기 전까지 200이닝은 한 번 던지고 싶다. 올해 부상 없이 좋은 성적으로 200이닝을 달성한다면 중요한 기록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금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올 시즌 유희관은 무려 231⅓이닝까지 가능하다. 
부상도 못 말리는 유희관의 이닝이닝 본능이라면 데뷔 첫 200이닝 꿈도 머지않아 보인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