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9·볼티모어)에게는 잔인한 2017년이 지나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과 구단의 의중은 김현수보다 트레이 맨시니(25)에게 쏠려 있음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쇼월터 감독은 1일(이하 한국시간) 지역 언론인 ‘볼티모어 선’과의 인터뷰에서 김현수의 출전 시간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볼티모어 선’은 “쇼월터 감독은 외야수 김현수를 경기에 출전시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라면서도 맨시니 때문에 이것이 실제 라인업 작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볼티모어 선’에 따르면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의 출전보다는 맨시니가 경기에 나가 메이저리그(MLB) 투수들의 고급 투구를 좀 더 보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전제 때문에 포지션이 겹치는 김현수의 선발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볼티모어 선’은 “김현수는 팀의 첫 51경기에서 17경기 선발 출전에 그쳤다. 이는 지난 시즌 같은 시점보다 단지 2경기가 더 늘어난 것”이라고 김현수의 잦은 선발 제외를 지적했다.

지난해 자신의 기량을 실력으로 증명한 김현수는 올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볼티모어의 주전 좌익수로 꾸준히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였다. 일정 부분 플래툰은 불가피하겠지만, 적어도 우완을 상대로는 계속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실망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김현수는 좌완을 상대로는 철저히 배제됨은 물론, 우완을 상대로도 선발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에 김현수는 1일까지 전체 경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4경기 출전에 머물러 있다. 들쭉날쭉한 출전 시간에 성적도 제자리 걸음이다. 타율은 2할4푼6리, 출루율은 3할3푼3리로 지난해(타율 0.302, 출루율 0.382)보다 훨씬 못하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 또한 지난해 0.801에서 올해 0.661로 떨어졌다.
반면 성장세가 도드라지는 맨시니는 쇼월터 감독을 비롯한 볼티모어 구단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2013년 볼티모어의 8라운드 지명자인 맨시니는 예상보다 빠르게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MLB에 데뷔, 5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때린 맨시니는 올해 38경기에서 타율 2할9푼, OPS 0.846, 7홈런, 24타점으로 비교적 순항 중이다. 수비에서도 좌·우익수를 비슷한 비율로 소화하는 등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 성적은 맨시니가 더 낫다. 세부적으로 따져도 마찬가지다. 맨시니는 우완을 상대로 타율 3할3리, 출루율 3할6푼을 기록 중이다. 김현수가 장점을 가져야 할 항목인데, 오히려 맨시니가 나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홈런 개수가 말해주듯 장타력도 맨시니가 더 좋다.
또한 김현수는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선수인 반면, 맨시니는 앞으로 이른바 ‘서비스 타임’이 많이 남은 선수이기도 하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으려면 아직 한참의 시간이 남아있다. 최근 성적과 팀의 미래를 종합하면 맨시니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질적으로 쇼월터 감독이 이런 인터뷰를 하기는 했지만, 이는 구단의 의중일 수도 있으며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난 구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김현수에게 반격의 실마리가 찾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